▲  '소수독식 보상정책, 직원들은 등 돌린다' 이날 네이버 노조는 주총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 "소수독식 보상정책, 직원들은 등 돌린다" 이날 네이버 노조는 주총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네이버의 보상체계를 두고 내부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 노동조합이 주주총회에 참석해 성과급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매년 최대 실적을 내는데도 직원들의 연봉 인상률은 낮은 반면 임원들에 대한 보상은 커지고 있어 ‘소수독식’이라는 비판이다.

네이버는 24일 오전 10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그린팩토리에서 제22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공동성명)는 조합원들이 보유한 주식 4496주를 위임 받아 주총에 참석했다.

오세윤 노조 지회장은 이 자리에서 “매년 최고 실적을 달성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에도 직원에 대한 보상은 언제나 동일하다”며 “동종업계를 봐도 800만원에서 2000만원까지 연봉을 인상해 상대적 박탈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임원들에 대해선 성과를 인정해 재작년보다 높은 보상액을 지급해,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지적이다. 그는 “임원들에 대한 보상액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면서 “사람에 대한 투자만큼 중요한 게 없는데 회사는 미래가 아닌 현재에만 집중해 사람에 대한 투자가 소홀하다”고 말했다.

임원 보상은 올랐는데…” 박탈감 느끼는 직원들

성과급 갈등은 네이버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불거져 나왔다. 지난해 네이버는 연결 기준 매출액 5조3041억원, 영업이익 1조2153억원을 거뒀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21.8%, 5.2%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은 전년도 수준으로 동결했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사들이 잇달아 연봉 인상을 결정하는 가운데 기대 이하의 연봉 인상률을 책정하자 직원들의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6일 사내 전체메일을 발송해 회사가 직원들에 대한 보상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정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해 네이버 경영진 연봉은 55% 이상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네이버는 지난달 25일 ‘컴패니언 데이’를 열고 진화에 나섰다.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등 장기적인 보상책을 내세웠지만 성과급 산정방식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노조는 일방적인 의사소통이라며 반발했다. 구체적인 추가 보상 계획이 빠졌다는 비판이었다. 결국 이달 12일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직접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나도 해진이 형이 쐈다’는 칭찬을 듣고 싶다”며 “주총 이후 잡혀 있는 이사회에서 보상에 대한 문제를 상의할 계획”이라고 ‘달래기’에 나섰다.

▲  주총에 참석한 네이버 노조는 임·직원 간 보상 불평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 주총에 참석한 네이버 노조는 임·직원 간 보상 불평등을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했다.

스톡옵션 말고 ‘단기 보상’도 내놓을까

네이버는 직원들에게 장기적인 보상을 강조해왔다. 지난 2019년부터 매년 전 직원 대상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등 유례없는 보상 구조를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주총에선 직원 3253명에게 2년 또는 3년 이후에 행사할 수 있는 스톡옵션 111만4143주(3624억원 상당)를 지급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한 명당 1억3000만원 꼴이다. 행사 가격은 36만2500원이다. 그러나 스톡옵션은 당장 수익화가 불가능하고 이직 시 이를 포기해야 한다는 제약이 있어 내부에선 성과급・연봉 인상 등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내 이사로 재선임된 최인혁 네이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네이버의 가장 중요한 자산 중 하나가 바로 임직원”이라며 “지속 성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단기적 보상과 장기적 보상을 같이 생각하면서 주주와 임직원 모두에게 도움되는 구조를 이사회에서 고민하면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겠다”고 약속했다.

네이버는 주총이 끝나고 이사회를 열어 보상제도 개선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선 추후 사내에 발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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