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기를 맞고 있는 유통업계의 트렌드를 들여다봅니다.

▲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이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우측)과 2019년 1월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과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을 방문해 매장을 둘러보는 모습.(사진=롯데쇼핑)
▲ 신동빈 롯데 회장(왼쪽)이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우측)과 2019년 1월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과 롯데마트 인천터미널점을 방문해 매장을 둘러보는 모습.(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의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 인수와 맞물린 또 다른 관심사는 바로 향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추가 투자 여부다. 롯데쇼핑이 중고거래 시장에 진출한 사실만으로도 ‘이커머스(e-Commerce)’ 경쟁력 강화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 반면, 투자금액이 300억원에 불과해 사실상 큰 의미 없는 투자라는 의견도 나오기 때문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재무적투자자(FI)들과 함께 중고나라 지분 93.9%를 약 1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쇼핑은 이중 약 300억원을 투자해 유일한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다.

롯데쇼핑은 최근 국내 중고거래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자 중고나라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중고거래 시장이 약 2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구체적인 통계나 자료가 뒷받침된 수치는 아니지만, 각종 어플리케이션 사업자들의 등장으로 온라인 중고거래가 활발해졌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쿠팡도 지난해 중고거래 시장에 뛰어든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 성장을 주도한 업체로는 ‘당근마켓’이 꼽힌다. 당근마켓은 근처에 거주하는 이웃들 간에만 거래하도록 하는 이른바 동네기반 시스템을 도입해 빠른 성장을 일궈냈다. 월간 이용자 수(MAU)는 1400만명을 넘어섰으며, 지난해 상반기에는 일 사용자 수에서 11번가와 위메프 등 오픈마켓 플랫폼을 앞서기도 했다.

중고나라는 네이버 카페로 시작해 현재 국내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한 회사다. 네이버 카페 회원수는 2330만명, 연간 거래액은 5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플랫폼이다. 중고품 거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좋은 교두보로 평가 받는다.

롯데쇼핑이 아직 어떤 방식으로 중고나라와 시너지를 낼 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다만 롯데쇼핑이 보유한 마트, 백화점 등 다수의 오프라인 매장과 물류 시스템을 접목할 거란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이커머스 시장 확장 전략 측면에서는 오랜 기간 침묵을 깨고 M&A 시장에 등장했다는 점이 눈여겨 볼 만하다. 롯데는 그동안 공격적인 M&A로 사세를 불려온 그룹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회사 경영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롯데쇼핑 주요 M&A 내역.(출처=롯데쇼핑 홈페이지.)
▲ 롯데쇼핑 주요 M&A 내역.(출처=롯데쇼핑 홈페이지.)

롯데쇼핑은 2000년대 들어 다수의 M&A를 성공시키며 몸집을 키웠다. 2002년 미도파 노원점 포함 8개 백화점 점포를 인수하며 백화점 사업을 확장시켰으며, 2004년에는 한화슈퍼를 인수해 마트 사업을 키웠다.

2006년에는 4700억원 거금을 들여 우리홈쇼핑 인수와 함께 홈쇼핑 사업에 뛰어들었고, 또 2009년에는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 지분 50.1%를 사들이며 편의점 사업까지 영역을 넓혔다. 현재 오프라인 유통 공룡으로 성장하기까지 사실상 거의 매년 끊임없이 딜을 벌인 셈이다.

특히 2012년 하이마트 인수는 1조2500억원의 거금을 투자한 ‘빅딜’이었다. 당시 신세계, SK, MBK파트너스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었고, 막판 MBK파트너스와 경쟁을 벌인 끝에 인수전에서 승리했다. 하이마트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백화점과 할인점의 실적이 악화된 상황에서도 홀로 실적을 개선하는 롯데쇼핑 효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후 이렇다 할 만한 눈에 띄는 대규모 빅딜은 더 이상 없었다. 2014년 마산대우 백화점과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다이아몬드플라자를 인수한 것이 전부였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은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시기와도 겹친다. 고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장남이자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일본 자회사 세 곳에서 갑작스레 해임된 것이 2015년 초였다.

이에 따라 이번 중고나라 인수가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마무리된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롯데가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시장 확장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최근 롯데는 신사업 투자가 부진하다는 비판 속에 바이오 사업 진출을 검토하는 등 M&A 시장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신동빈 회장 주도 아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이며 체질 개선 작업을 실시했다.

다만 투자규모가 300억원에 그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께 투자에 참여한 FI 지분을 모두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다지만 중고나라 전체 몸값은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중고나라는 당근마켓과 비교해 경쟁력이 앞선다고 평가받는 상황도 아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중고나라와 어떤 사업을 구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딜 자체만 놓고 보면 현재 이커머스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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