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코로나19 대유행이 불러온 '비대면' 중심 문화는 기업 안팎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했다. 특히 클라우드의 역할이 컸다. 물리적 형태의 자체 서버 구축 없이도 네트워크를 통해 각종 업무용 솔루션이 공급되는 클라우드 환경은 기업의 신속한 원격근무 도입을 도운 일등공신이었다. 이를 시작으로 클라우드의 영향력은 이제 인사·재무·유통·영업에 이르는 기업의 핵심 경영 시스템 전반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이른바 '클라우드 ERP'가 새로운 디지털 경영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비대면 시대에 온프레미스(On-premise, 자체 전산 시스템)를 고집하는 제조·관리 전략은 '구태'입니다. 이젠 클라우드를 통한 과학화, 자동화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박천우 한국오라클 애플리케이션 사업부 전무는 클라우드 기반 ERP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  박천우 한국오라클 애플리케이션 사업부 전무(사진=오라클)
▲ 박천우 한국오라클 애플리케이션 사업부 전무(사진=오라클)

ERP는 '전사적 자원관리 솔루션'을 말한다. 재무, 인사, 구매, 공급망 관리 등 기업 경영에 필요한 모든 데이터를 취합하고 관리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안정성과 보안 등을 이유로 기업 내에 물리적 서버와 시스템을 구축해 ERP를 구축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단점은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구축 과정에서부터 수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며, 이 때문에 한번 구축한 시스템을 5~10년 이상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박 전무는 "결과적으로 온프레미스 기반 ERP는 시대에 뒤처지기 쉬운 구조"라며 "신속한 디지털 전환이 강조되는 요즘은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분기별 업데이트를 구독형으로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ERP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오라클은 2015년 첫 클라우드 ERP 제품을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다양한 ERP  제품들을 공급하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올해 특히 클라우드 ERP의 국내 도입 확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박 전무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해외보다 온프레미스 ERP 의존도가 높고 클라우드 솔루션에 대한 기업의 이해도도 낮은 상황이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기업 사이에서도 글로벌 통합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 신기술 적용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관련 마케팅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  오라클 클라우드 ERP 지원 영역 (자료=오라클)
▲ 오라클 클라우드 ERP 지원 영역 (자료=오라클)

오라클도 최근 클라우드 ERP를 신성장 사업으로 지목하고 집중 육성에 나섰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오라클의 지난 회계연도 2020년 3분기(2020년 12월~2021년 2월) '오라클 퓨전 클라우드 ERP' 제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사프라 카츠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는 10일(현지시간) 진행된 실적발표에서 "클라우드 ERP 비즈니스의 빠른 성장이 이번 분기 구독형 매출 개선에 기여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오라클이 강조하는 자사 클라우드 ERP의 강점은 고도의 데이터 정합성이다. '모순이 없는 상태'란 의미의 정합성은 데이터 관리 영역에서 중요한 요소다. 특히 ERP처럼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는 시스템은 영역별 데이터값이 상이하거나 잘못된 데이터가 사용될 경우 운영 효율이 크게 낮아진다.

박 전무는 "아직 온프레미스 ERP와 엑셀을 쓰는 중견, 강소기업처럼 파편화된 환경에서는 데이터 정합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며 "모든 기능이 하나의 클라우드 내에서 상시 호환되는 오라클 클라우드 ERP는 이 같은 문제에서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DBMS(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 분야의 오랜 강자인 오라클에 데이터 관리 및 정합성 유지는 특히 자신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클라우드 ERP의 다른 강점은 '회복탄력성'과 '혁신지속성'이다. 기업이 신규 법인을 설립하거나 인수합병할 때 중요한 절차 중 하나가 기존 데이터를 분리하고 병합하는 일이다. 기존 온프레미스 ERP 환경에서는 데이터 분리·병합에 최대 한 달이 소요됐다. 하지만 오라클의 클라우드 ERP를 적용해 단 3시간만에 끝낸 사례도 나왔다.

▲  오라클 클라우드 ERP 도입 기업의 비즈니스 성과 (자료=오라클)
▲ 오라클 클라우드 ERP 도입 기업의 비즈니스 성과 (자료=오라클)

또 클라우드 ERP는 한 번 도입하면 인공지능(AI)이나 블록체인 등 최신 기술이 자연스레 경영에 녹아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클라우드 ERP는 수기로 작성하던 전표를 AI가 자동으로 인식해 처리하고 기존 거래 기록을 AI가 분석해 가장 품질 높은 공급업체를 추천해준다. 자사 영업실적을 근거로 AI가 월별 제품 발생 수요를 예측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지난 2월 오라클이 14개국 9000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소비자와 기업 경영진 67%는 재무 관리 영역에서 인간보다 AI를 더욱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클라우드 ERP는 온프레미스에 비해 업데이트 주기도 짧다. 각 기업이 직접 관리하는 온프레미스 환경의 업데이트 주기가 대부분 5년인반면 오라클 클라우드 ERP는 월별·분기별 업데이트가 지속적으로 제공된다.

앞서 박 전무가 '온프레미스는 구태'라고 표현한 것도 이 같은 차이 때문이다. 그는 "클라우드 ERP를 도입한다는 건 '혁신 열차'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열차에 탑승하면 가만히 있어도 시시각각 새로운 역에 도착하게 되는 것처럼 클라우드 도입만으로도 기업이 따라야 할 최신 엔터프라이즈 트렌드에 자연히 속도를 맞출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는 클라우드 ERP처럼 가상 서버에 구축된 솔루션을 네트워크를 통해 이용하는 모든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모델의 강점이기도 하다. 오라클은 최근 ERP 외에도 클라우드 HCM(인적자원관리)을 포함한 클라우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전반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 환경에 최적화된 2세대 클라우드 역량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오라클 클라우드 ERP 고객 수는 드롭박스(스토리지), 페덱스(물류), 월드비전(기부) 등 각 분야의 주요 기업·단체들을 포함해  6000곳에 이른다. 국내에선 한진그룹의 6개 계열사가 재무, 구매 재고, 관리 영업 등 다방면에서 오라클 클라우드 ERP를 활용 중이다. 박 전무는 "과거 온프레미스 시대에서 그랬던 것처럼 클라우드 시대에 걸맞은 혁신 첨병의 역할도 오라클이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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