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호 SKT 대표가 25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SKT)
▲ 박정호 SKT 대표가 25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SKT)

박정호 SK텔레콤 대표가 올해 중으로 회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반드시 실행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25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SK-T타워에서 열린 제37기 정기주주총회(이하 주총)에서 지배구조 개편의 진행상황에 대해 묻는 주주의 질문에 "(지배구조 개편은)구성원과 주주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올해는 반드시 실행할 것이란 말씀을 드린다"며 "구체화되는 대로 따로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를 비롯한 회사의 경영진은 SKT를 중간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 개편 방안에 대해 수년째 고민을 거듭하며 최적의 방안을 찾고 있다. SKT의 중간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는 지난 2016년부터 시장의 예상이 이어지고 있다. 박 대표가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는 발언은 수차례 했지만 회사는 인적분할과 물적분할 등 분할 방식에 대해서도 공식 발표는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박 대표가 지배구조 개편의 예정 시기에 대해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의 지배구조는 SK㈜-SKT-SK하이닉스로 이어진다. SKT가 중간지주사로 전환해 노릴 수 있는 효과는 SK하이닉스의 자유로운 인수합병이다. 현 구조에서 SK하이닉스는 공정거래법상 SK㈜의 손자회사이기 때문에 인수합병을 추진하려면 피인수 기업의 지분 100%(증손회사 지분 규제)를 인수해야 한다. 하지만 SKT가 중간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SK하이닉스가 중간지주사의 자회사가 된다면 증손회사 지분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이러한 지배구조 개편은 SKT뿐만 아니라 SK 그룹 전체적으로도 반도체 시장 호황 속에서 SK하이닉스의 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SKT는 주주 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분기배당도 실시하기로 했다. SKT는 이날 주총에서 분기배당의 근거 규정을 마련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관변경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박 대표는 "현재 중간과 마지막 두 번의 배당을 통해 1만원을 배당하고 있다"며 "하지만 분기배당이 글로벌 표준에 맞다고 보고 분기배당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분기배당으로 전환하면서 배당금 총액이 기존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SKT의 자회사 배당금이 나오는 등 상황에 따라 분기별 배당금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박 대표의 설명이다.

SKT는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주요 자회사들의 IPO(기업공개)도 이어갈 계획이다. 자회사 중 가장 먼저 IPO에 나설 곳은 원스토어다. 원스토어는 지난 2016년 SKT(T스토어)·KT(올레마켓)·LG유플러스(U+스토어) 등 통신 3사의 앱마켓과 네이버의 앱스토어를 통합하며 탄생한 토종 앱마켓이다. 이달 초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 210억원, 30억원을 투자하며 지분구조가 는 통신3사(53.9%), 네이버(26.3%), 재무적투자자(18.6%) 등으로 재편됐다.

박 대표는 "원스토어의 IPO가 먼저 진행될 것이고 ADT캡스, 웨이브가 그 다음이며 이는 4~5월중 발표할 것"이라며 "11번가는 IPO보다 유통 시장의 합종연횡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와 관련된 질문에 대해 박 대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쿠팡이 미국 증시 상장에 성공한 이후 주변으로부터 11번가를 매각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상장과 차입으로 인해)쿠팡이 움직일 수 있는 돈이 총 10조원이 넘는데 경쟁이 되겠느냐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카드를 택했다. 그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우리에게 영향이 있는 행위"라며 "쿠팡이 e커머스에 이어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도 들어오므로 융합적인 전략의 변화가 필요하다. 단 구체적인 전략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날 주총 현장에 참여한 한 주주는 SKT의 주가가 부진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코스피가 상승장임에도 불구하고 SKT의 주가는 눈에 띌만한 상승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박 대표는 "주식시장의 유동성 장세에서 소외되고 있는 것이 전세계 통신주"라며 "현재 SKT의 기업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어 자산 및 BM(비즈니스 모델)을 인정받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도 계획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주주께서 답답하신 것을 이해하며 (주가 부양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T는 이날 주총에서 이사회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이사회 산하에 △미래전략위원회 △인사보상위원회 △감사위원회 △ESG위원회 등 4개의 위원회를 두기로 했다. 이밖에 SKT는 △재무제표의 승인 △정관의 변경 △주식매수선택권의 부여 △이사의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의 선임 △이사의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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