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뱅크 노조는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산하 분회로 설립됐다.
▲ 카카오뱅크 노조는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산하 분회로 설립됐다.

카카오뱅크 노동조합이 출범했다.

25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 유니언·krew union)는 국내 최대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에 노동조합이 설립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설립 선언문에서 “계속 다니고 싶은 이 회사가 앞으로도 좀더 좋은 회사이기를 바란다”면서 “노조 활동과 관련해서 ‘같지만 다른 은행’으로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당장 보상 달라는 비난 아냐…기준 알고 싶다”

게임·정보기술(IT)업계에선 연봉·성과급 인상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 2월 넥슨이 재직자 연봉을 일괄 800만원씩 인상한다고 선언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크래프톤, 넷마블 등 게임사들을 비롯해 당근마켓, 요기요, 직방 등 업계 전반이 연봉 인상 레이스에 합류하고 있다.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회사에 공정한 보상체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노조 설립도 이 같은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 지난 2017년 문을 연 카카오뱅크는 가입자는1360만명, 수신(예금)·여신(대출) 약 2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2019년 흑자전환에 성공,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 전년동기 대비 8.3배 늘어난 1136억원을 거두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출범 3년6개월 만의 성과다. 그러나 이 같은 결실이 임직원에 대한 보상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게 카카오뱅크 노조의 주장이다.

카카오뱅크 노조는 성과 보상의 투명화를 강조했다. 노조 측은 “결실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임직원에게 보상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실력 있는 개발자를 영입하기 위해 더 나은 대우를 약속하는 업계 추세, 회사의 유례없는 실적과 별개로 임직원이 받는 보상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작년보다 못한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사의 장기 계획을 고려할 때 당장 보상을 주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아니”라며 “다만 현재 결정된 보상이 어떤 기준으로 결정됐는지 알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카카오뱅크 노조는 회사가 공정한 기준으로 임직원과 소통하며 건강하게 운영되기를 원한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싶은 회사가 되기를 원하며, 사회에도 더 많이 기여를 하는 회사가 되기를 원한다”고도 당부했다.


[카카오뱅크 노동조합 설립 선언문]

제가 입사할 당시만 해도 카카오뱅크는 주변사람 누구에게도 자랑할 수 있는 회사였습니다.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기업문화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카카오뱅크는 임직원 수가 급격하게 늘었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와중에 회사가 스스로 올바른 길을 잘 찾아서 갈 것이라고, 올바른 길을 제시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당장 나에게 피해가 없으니 가만히 지켜보자니 내가 당사자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고민했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냥 두고 보기에는 아직 이 회사에 애정이 있습니다.

회사가 내세우는 솔루션은 업계에서 비교해봐도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 회사 임직원이 만든 솔루션은 업계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세상을 크게 바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계속 다니고 싶은 이 회사가 앞으로도 좀 더 좋은 회사이기를 바랍니다.

회사가 모든 것을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측과 노측으로 선을 긋고 항상 싸우는 사이라고 단정하고 싶은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이런 점이 아쉬우니 조금 더 신경 써 달라 얘기하고 싶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앞으로도 “같지만 다른 은행”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또한 “같아서 좋고 달라서 좋은 회사”이기를 바랍니다.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해서도 “같지만 다른 은행”으로 남들에게 자랑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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