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가운데 법원이 이달 말까지 쌍용차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잠재적 투자자로 거론되고 있는 HAAH오토모티브의 쌍용차에 대한 확실한 인수 의지를 확인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25일 법조계 및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쌍용차에 오는 31일까지 잠재적 투자자 'HAAH오토모티브'의 LOI를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간 법원은 쌍용차의 원활한 협상을 위해 회생 절차 개시를 유예해왔다. 하지만 HAAH오토모티브가 명확한 인수 의사를 계속 밝히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마냥 기달릴 수 많은 없다고 판단, 31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의 하나 쌍용차가 31일까지 LOI를 제출하지 못하면, 2009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HAAH오토모티브, 투자할거야 말거야"

당초 쌍용차는 지난해 12월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개시 전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통해 두달 여간의 유예시간을 두고 'P플랜'(사전회생계획)에 돌입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P플랜의 전제조건인 HAAH오토모티브와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계획에 차질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HAAH오토모티브는 왜 이렇게 미적대는 걸까.

일각에선 HAAH오토모티브는 투자 의지가 확고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중동과 캐나다 등 다른 투자자들이 쌍용차의 나쁜 경영 상황을 우려해 투자를 꺼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는 지난 15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기자 간담회에서도 드러난 내용이다. 이 회장은 “잠재적 투자자는 그동안 쌍용차 경영환경이 당초 예상보다 악화하고 심각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인수 여부에 대해 최종적 입장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협의 과정을 예단하진 못하지만 낙관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 투자자들은 쌍용차의 금융권 차입금 외 3700억원에 이르는 회생채권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한편에선 투자자들이 쌍용차 몸값을 낮추기 위해 오히려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당초 HAAH는 쌍용차에 2억5000만 달러(약 2700억원)를 투자해 지분 51%를 취득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쌍용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몸값은 1500억원 대로 내려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HAAH오토모티브 "26일 입장 표명할 것"

하지만 법원이 오는 31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한 만큼 쌍용차와 HAAH오토모티브는 적어도 그 안에 투자 의사를 밝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HAAH오토모티브는 이르면 26일 쌍용차 인수 관련, 명확한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달 방식에 대해선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HAAH오토모티브 최종적으로 인수 의지를 밝히게 되면 쌍용차가 계획 중인 P플랜 돌입에는 속도가 붙게 된다. 반대로 인수 의향이 없다면 쌍용차는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의견조회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곧바로 법정관리에 들어가지는 않는다. 쌍용차가 ARS 연장을 신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쌍용차는 최근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계속기업가정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0년 사업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삼정회계법인은 "자금 조달 계획과 재무·경영 개선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래의 사건이나 상황의 변화에 따라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하기 어려운 경우 자산과 부채를 정상적인 영업활동 과정을 통해 장부가액으로 회수하거나 상환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쌍용차의 지난해 영업손실 규모는 4494억원로, 전년(2819억원) 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잠식률은 111.8%로 완전자본 잠식 상태다.  유동부채 규모 역시 유동자산보다 7818억원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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