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오브 파이터즈'(KOF) IP를 보유한 게임회사 SNK가 사우디 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왕세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의 품에 안겼다. 당초 지난 1월 지급하기로 예정했던 대금 지급이 두 차례 연기됐지만, 지난 공시를 통해 약속한 24일자로 납입함에 따라 주식 양수도 계약이 완료됐다.

25일 SNK에 따르면 사우디 게임사인 '일렉트로닉 게이밍 디벨롭먼트 컴퍼니'(EGDC)가 주식 양수도 계약금을 지급하고 701만3579주를 보유하게 됐다. 인수 금액은 약 2073억4572만원이며 지분율 33.3%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EGDC는 주식양수도 거래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별도 합의한 선행조건을 충족할 경우 공개매수를 통해 372만7939주(17.7%)를 추가 취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지분율을 51.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  SNK 주식 양수도 계약 체결 후 지분 변화. (사진=SNK. 그래픽=채성오 기자)
▲ SNK 주식 양수도 계약 체결 후 지분 변화. (사진=SNK. 그래픽=채성오 기자)

업계에서는 EGDC의 대금 납입이 지연되면서 주식 양수도 계약도 늦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SNK는 EGDC가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할 당시 인수 대금 지급기일을 올 1월 12일로 예정했으나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지난 17일로 예정했던 기일을 또 한 번 연기하면서 24일로 미뤄졌지만 예정된 날짜에 대금을 납입하면서 계약을 마무리지었다.

SNK 지분을 인수한 EGDC는 다음달 6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 이후 본격적으로 경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EGDC의 경우 사우디 왕세자 모하메드 빈 살만이 설립한 '미스크(MiSK) 재단'의 100% 자회사인 만큼 체질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빈 살만이 SNK 인수를 통해 글로벌 게임 시장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SNK는 'KOF'를 바롯해 '사무라이 스피리츠', '메탈슬러그', '아랑전설', '용호의 권', '비스트 버스터즈', '월화의 감사', '데이즈 오브 메모리즈' 등 다양한 IP를 보유하고 있다. 오일머니로 유입된 대규모 자금을 통해 기존 IP를 기반으로 한 시리즈 개발 및 신작 발굴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비전2030 홈페이지 갈무리)
▲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사진=비전2030 홈페이지 갈무리)

글로벌 IP와 함께 e스포츠와의 연관성도 빈 살만 왕세자가 점찍은 유력한 배경으로 꼽힌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내년 중국에서 열리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SNK의 경우 e스포츠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던 관계사 중 한 곳이다. 특히 오는 2034년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하계아시안게임이 개최되는 만큼 보유 IP를 글로벌 e스포츠화 하는 비즈니스 모델(BM)도 가능할 전망이다.

게임 뿐 아니라 국내외 이종산업과의 협업 구조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빈 살만 왕세자는 '비전 2030' 전략을 추진하며 사우디의 산업 혁신을 꿈꾸고 있는 한편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운영할 만큼 막대한 재력을 보유한 인물이다. SNK를 활용한 게임 기반 융복합 산업부터 한국과 사우디간 콘텐츠 교류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019년 빈 살만 왕세자는 방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이야기한 바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의 자회사가 SNK를 인수하게 되면서 국내 게임업계에도 본격적으로 오일머니가 유입되는 계기를 맞았다"며 "사우디 국부펀드를 통해 미국 대형 게임사 3곳에도 투자한 빈 살만 왕세자이기에 국내 게임사에 대한 추가 투자 여력도 기대해 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15년 홍콩법인 주이카쿠에 인수됐던 SNK는 지난 2017년 국내 증시 입성을 추진했지만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2년 후인 2019년 5월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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