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뷰]소름 돋는 ‘조선구마사’…‘中 자본’ 예방주사 될까

발행일 2021-03-25 16:45:46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홈페이지 갈무리)


지금까지 이런 드라마는 없었다. 방영 단 2회 만에 이토록 혐한, 역사 왜곡, 동북공정 등 숱한 논란을 쏟아낸 작품이 있었을까.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보면 볼수록 이상하다 못해 괴기하다. 제목과 달리 중국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의혹을 들여다보면 대체 이 드라마가 무엇을 위해 제작됐는지 궁금하다 못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감히 세종대왕을”…위인 모독하는 드라마

충녕대군 포스터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홈페이지 갈무리)


우선 조선구마사는 위대한 왕으로 칭송 받는 세종대왕을 건드렸다. 작가는 세종의 입을 빌어 조상을 욕하고 스스로를 ‘난봉꾼을 꿈꾸는’ 인간으로 전락 시킨다.

극 중 충녕대군(세종대왕)은 자신의 호위무사에게 “보위를 물려받을 것도 아닌데 공연히 큰 형님 눈 밖에 나기 전에 나도 주색잡기 좀 배워볼까”라고 말한다. 셋째로 태어나서 왕이 될 수 없는 충녕이 체념하고 탈선을 꿈꾼다는 내용이다.

이는 세종대왕을 완벽히 왜곡한 것이다. 조선 시대의 왕자는 과거 시험을 통해 벼슬길에 오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충녕군 시절의 세종은 끊임없이 공부했다. 병중에도 책을 놓지 않아서 걱정하던 태종이 서책을 모두 감추도록 했는데, 병풍 뒤에 남아 있던 ‘구소수간’을 발견하고 수없이 읽었다는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세종은 왕이 될 수 없다고 체념하고 주색잡기나 할 만큼 심약하지 않았다.

극 중 충녕대군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영상 갈무리)


뿐만 아니라 작가는 충녕이 직접 조상을 욕하게 만든다. 구마사를 대접하려고 기생집에 들른 장면에서 호위무사는 충녕에게 “어찌 마마께서 이런 기생방에 드신단 말입니까”라고 안타까워한다. 이에 충녕은 “6대조인 목조(이성계의 고모부)께서도 기생 때문에 삼척으로 야반도주를 하셨던 분이셨다. 그 피가 어디 가겠느냐”라고 답한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대사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창제 후 ‘용비어천가’를 통해 목조부터 태종에 이르는 6대조의 공덕을 찬양했다. 이를 통해 후대의 왕들도 조상을 본받아 덕을 지니고 세상을 바르게 다스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런 세종을 조상에 막말하는 패륜아로 묘사한 것이니 펜대를 쥔 작가의 저의가 대체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극 중 놀이패 장면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영상 갈무리)


이 밖에도 2회에서는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로 유명한 최영 장군을 비하하는 내용이 나온다. 연변 사투리를 쓰는 놀이패가 “충신이 다 얼어 죽어 자빠졌다니? 그 고려 개XX 새끼들이 부처님 읊어대면서 우리한테 소, 돼지 잡게 해놓고서리. 개, 백정 새끼라고 했지비아니”라고 말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고려 시대의 명장인 최영 장군은 중국 한족의 농민 반란인 ‘홍건적의 난’을 토벌하는 공을 세웠다. 극 전개상 들어갈 필요가 없는데 굳이 최영 장군을 연변 사투리로 욕한 것이다. 이런 내용들 때문에 작가가 ‘혐한’이 아닐까 의심마저 드는 것이다.

“이 정도면 대놓고 동북공정에 협조한 것”

농악무 장면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영상 갈무리)


역사 고증은 심각하다. 엉망을 넘어 일부러 중국의 동북공정에 일조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조선구마사 2화에서는 놀이패가 풍물놀이에 맞춰 ‘농악무’를 추는 장면을 길게 보여준다. 문제는 농악무를 연변 사투리를 사용하는 인물들이 선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2009년 중국이 ‘중국 조선족 농악무(Farmer’s dance of China’s Korean ethnic group)’를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시킨 것과 연결된다. 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의 말투를 쓰는 인물들이 농악무를 추는 장면이 등장한 것에 대해 동북공정의 일환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중국 음식 피단, 월병 등이 등장한 장면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영상 갈무리)


또한 충녕대군은 구마사제 일행에게 월병과 피단 등 중국 음식을 대접한다. 술병에는 중국식으로 빨간 종이에 술 주(酒)자가 적혀 있다. 기생집 외부와 내부 역시 중국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로 꾸몄다.

복식도 문제다. 궁중에서 의뢰하는 굿을 담당하는 무녀로 등장하는 인물 무화의 경우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흰색 의복을 입은 채로 등장한다. 마치 왕조현 주연의 영화 ‘천녀유혼’을 떠올리게 하는 중국 스타일이다. 그러나 혜원 신윤복의 작품 '쌍검대무'를 보면 조선 시대 무녀는 머리를 묶고 가채를 썼다. 의상도 일반인과 달리 무척 화려한 편이다.

1화에서는 양녕대군의 손에는 중국 검이 들려 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중국식 검을 들고 있는 양녕대군


한 누리꾼은 “(양녕이 든) 칼 모양이 사극에서 나오던 것과 달라 검색해 봤더니 수제 중국검을 판매하는 사진이 나왔다”며 “다다오라는 중국 무술 수련용 대도”라고 폭로했다. 조선 시대 사극 소품이 많을텐데 왜 하필 중국검이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 배경 음악 역시 중국 전통 현악기가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아고’와 ‘고산류수’가 삽입됐는데 각각 중국 전통 악기인 고쟁과 고금으로 연주한 곡이다.

이와 관련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신(新) 동북공정을 펼치고 있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과연 100% 국내 자본 제작일까…광고주는 ‘손절’ 중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중국 자본을 받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법도 하다. 하지만 SBS는 “100% 국내 자본으로 제작된 드라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SBS의 주장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어렵다. 조선구마사의 제작사 YG스튜디오플렉스의 모회사가 중국 기업이 투자한 YG엔터테인먼트라는 점이 문제다. YG엔터테인먼트 주요 주주는 올해 1월 기준 양현석(17.3%), 네이버(9%), 상하이펑잉경영자문파트너십사(8.1%), 텐센트모빌리티(4.4%) 등이다. 상하이펑잉의 2대 주주는 중국 최대 플랫폼 업체인 텐센트다. ‘100% 국내 자본’이라는 SBS의 주장을 믿기 어려운 이유다.



게다가 조선구마사 박계옥 작가가 지난 15일 중국 콘텐츠 제작사 항저우쟈핑픽처스유한공사(쟈핑픽처스)와 집필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의심에 불을 지핀다. 이미 박 작가와 YG스튜디오플렉스는 tvN 드라마 '철인왕후'에서 조선왕조실록을 “한낱 지라시네”라고 표현해 역사왜곡 논란도 일으킨 바 있다.

시청자의 항의가 쏟아지면서 드라마 제작 지원이나 협찬에 참여했던 기업들은 ‘손절’에 나섰다. 삼성전자, KT, 제로페이, 에이스침대, CJ제일제당, 동국제약 등의 기업이 제작 지원을 철회하거나 해당 방송 시간대에 광고를 넣지 않기로 결정했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역사왜곡 동북공정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즉각 방영중지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고, 현재 16만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광고 취소가 이어지면서 제작사인 YG스튜디오플렉스, 크레이브웍스, 롯데컬쳐웍스는 24일 사과문을 내고 “중국풍 미술과 소품(월병 등) 관련해 예민한 시기에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시청에 불편함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충녕대군이 구마 사제 일행을 맞이하는 장면 중 문제가 되는 신은 모두 삭제해 다시보기와 재방송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한류에 ‘중국 묻히기’…이번이 예방주사 되길

제작진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석연치 않은 구석이 남아 있다. 때문에 “이 드라마가 애초에 중국의 입맛에 맞게 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누리꾼 사이에서 짙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중국은 자본력을 앞세워 한류 콘텐츠 제작이 더 많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드라마 '지리산' 스틸컷 (tvN 제공)


특히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iQIYI(아이치이)의 경우 5년 안에 유료 가입자 절반을 해외에서 확보하겠다는 목표로 한국 드라마 판권을 사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인기 배우 전지현이 출연하는 드라마 ‘지리산’의 글로벌 판권을 확보했다. 증권가는 지리산의 제작비 약 300억원 중 80%를 아이치이의 투자금으로 해결했다고 추정했다. 아이치이는 첫 한국 오리지널 작품으로 ‘간 떨어지는 동거’의 제작도 확정한 상태다.

아이치이 로고


예전부터 중국 자본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콘텐츠에 눈독을 들여왔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현재 광고 감소 등으로 재원 부족에 시달리는 제작사에게 중국 자본의 한류 유입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제2의 조선구마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달콤한 돈에 길들여지면 훗날 자본 종속이 심해져서 한류가 중국의 손아귀에 놀아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측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투자가 진행되지 않고, 이를 상쇄할 수단이 없다면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홈페이지 갈무리)


그런 의미에서 이번 조선구마사 논란은 중국 자본에 대한 ‘예방주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방송국은 비슷한 논란이 일어나도 ‘사과문’ 한 장 내고 버텼다. 그러나 어물쩍 뭉개고 넘어가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임을 이번 사태가 확실히 보여줬다.

앞으로 시청자들은 예전보다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콘텐츠를 바라볼 것이다. ‘뜨거운 매질’을 당한 방송국이 향후 어떤 태도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전 국민에게 ‘중국 알레르기’를 일으킨 조선구마사가 역설적이게도 한류의 관심을 높이고 지키는 ‘백신’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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