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가 폐지 수순을 밟았습니다. 사건·사고로 조기 종영하거나 출연진이 교체되는 사례가 있었지만 이처럼 단 2회 만에 폐지된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요.
그도 그럴것이 조선의 역대 왕들의 명예를 훼손할 만큼 역사의 본질을 왜곡하는 한편 극적 장치를 활용해 한국이 중국 문화의 일부인 것처럼 묘사한 것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태종이 무고한 백성을 가차없이 도륙하는 인물로 묘사했고, 충녕대군(세종)의 경우 자신의 선조를 욕보이는 언행을 일삼은 패륜아로 그려냈죠. 고려의 명장이자 충신인 최영 장군까지 비하하는 등 위인들만 골라서 폄훼하기에 이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양녕대군이 들고 있는 검과 무녀의 옷도 중국 스타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는데요. 배경 음악인 '월아고'와 '고산류수'의 경우 중국 전통악기인 고쟁과 고금으로 연주된 곡입니다. 이쯤되면 조선구마사가 국내 드라마인지 중국 선전물인지 헷갈릴 정도인데요.
시청자들은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과 동북공정 움직임을 가만히 지켜만 보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을 통해 광고 협찬 및 제작 지원 기업에 대한 불매 운동을 시작했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드라마 폐지 서명운동에 나섰습니다. 한국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폄훼하는 것도 모자라 중국 문화의 일부로 편입하려는 뻔뻔한 속셈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으니까요.
월화드라마에 광고가 편성됐던 기업들은 사태 파악 후 송출을 중단하기에 이르렀고, 제작 지원업체까지 이를 철회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조선구마사를 쓴 박계옥 작가와 집필 계약을 맺은 쟈핑코리아도 전면 재검토에 돌입했고 공동제작사로 참여한 롯데컬처웍스마저 제작 및 부분투자를 철회했습니다. SBS는 결국 드라마 폐지를 선언했는데요. 이 모든 것이 방송 시작 후 4일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출연진의 개인 SNS는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무거운 분위기입니다. '태종' 역을 맡았던 배우 감우성의 인스타그램은 비공계 계정으로 전환됐습니다. 개인 SNS가 없는 장동윤(충녕대군 역할)의 경우 팬 공식 계정과 소속사 인스타그램에서도 조선구마사 관련 사진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양녕대군 역의 박성훈 배우는 물론 정혜성(무화 역), 서영희(원명왕후 역), 금새록(혜윰 역), 김동준(벼리 역), 이유비(어리 역), 민진웅(잉춘 역) 등 다른 출연진의 인스타그램에서도 조선구마사 관련 이미지는 없었습니다. 일부 출연진들은 역사 왜곡과 동북공정 논란이 있기 전까지 개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드라마를 홍보하기도 했는데요. 드라마가 폐지된 현 시점에선 별도의 입장 표명없이 흔적 지우기에만 몰두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대중들의 분노는 단순한 반중 정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한 채 중국의 문화공정에 참여하려는 것을 아닌 척하며 덮으려 했던 뻔뻔함이 화를 키운 셈이죠.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것 같습니다. 드라마는 폐지됐고 해외 판권도 계약 해지 절차를 밟고 있다고 하는데요.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들은 지금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