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경중 방심위 사무총장(맨 왼쪽)과 방심위 간부들이 31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방심위)
▲ 민경중 방심위 사무총장(맨 왼쪽)과 방심위 간부들이 31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방심위)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출범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디지털성범죄 관련 안건이 약 3300건 대기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심위는 허위·조작정보와 유해사이트 등 방송·통신상 불법적인 내용 심의와 차단·제재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31일 방심위에 따르면 방심위원 공백이 시작된 올해 1월30일부터 3월29일까지 두 달간 심의 대기 중인 디지털성범죄 안건은 3333건이다. 방심위는 지난해 이른바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성범죄 심의 전담인력을 확대해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운영 중이다. 그나마 기심의된 디지털성범죄 관련 웹사이트들은 ISP(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의 자율규제를 통해 2032건이 삭제 조치됐지만 여전히 3333건이 심의를 기다리고 있다. 디지털성범죄 관련 웹 사이트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아 ISP의 자율규제로 조치가 어려워 방심위의 심의가 필요하지만 5기 방심위 출범 지연으로 미뤄지고 있다. 민경중 방심위 사무총장은 이날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방심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게 송구하다"며 "디지털성범죄로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분들에게는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성범죄뿐만 아니라 도박, 불법 식·의약품, 성매매·음란, 권리침해 등 통신 관련 심의안건도 6만9809건이 대기 중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백신이 치매를 유발한다' 등의 사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고 있지만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사기관 등 관계기관들이 방심위에 협조 요청한 코로나19 백신 관련 사회혼란 야기 정보도 136건이 접수됐다. 

방송 관련 민원 6819건 중에서는 최근 역사왜곡 논란으로 폐지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관련 민원이 5149건으로 전체의 75.5%를 차지했다. 방심위는 조선구마사가 폐지됐지만 심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성호선 방심위 방송심의국장은 "조선구마사는 방송 폐지와 관계없이 심의가 이뤄지며 결과는 방송사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심위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과정에서 논란이 된 주사기 바꿔치기 논란에 대한 게시글에 대해서도 국민의 생명·건강·안전을 위협해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지 여부에 대한 심의도 이어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이러한 심의들은 5기 방심위가 꾸려져야 가능하다. 9명으로 구성되는 방심위원은 대통령 3명·국회의장 3명·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각각 3명씩 추천하는데 보통 정부와 여당이 6명, 야당이 3명을 추천한다. 강상현 전 방심위원장을 비롯한 4기 위원들의 임기가 지난 1월29일 만료됐지만 여야의 상임위원 추천이 늦어지며 5기 방심위가 꾸려지지 못하고 있다. 5기 방심위가 조속히 꾸려져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3월초 윤성옥 경기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아직 방심위원 추천인사를 내지 못했다. 

민 사무총장은 "4기 방심위 임기 만료 이후 석 달째로 접어들었지만 5기 방심위가 꾸려지지 않았다"며 "방심위원의 임기 규정을 후임자가 지정될때까지 심의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가 처리가 늦어졌는데 5기 방심위 구성 이후에라도 국회가 꼭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