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그룹의 미래는①]'GS‧LS' or 'LF‧LIG'...누구 전철 밟을까

발행일 2021-04-01 15:13:20

LG트윈타워.(사진=LG)

장자승계 원칙 탓에 지난 20년간 LG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크고 작은 범(凡) LG그룹들은 현재 각자 상이한 경영 상황에 처해 있다. GS나 LS는 분리 후에도 꾸준히 덩치를 불리는데 성공했지만, LIG나 LF, 희성그룹은 치열한 시장 경쟁 혹은 업황 흐름이 좋지 않아 현재 부침을 겪고 있다. 지금 당장 회사의 존립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어도 현재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


회사의 현재 상태는 오너 경영진의 판단 및 선택의 결과물로 볼 수 있다. 한 순간에 공중분해되다시피 한 LIG가 대표적이다. 과거 구본상 회장과 구본엽 사장이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오너일가 구성원들이 줄줄이 구속되며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LIG건설(현 건영건설) 등이 연달아 팔려나갔고 자산규모는 순식간에 쪼그라들었다.

구본준 LG그룹 고문.(사진=LG)

그런데 이런 변수를 제외하고는 태생부터 주어진 조건이 가장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오너리스크를 예외라고 치면 회사 규모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 지배력에서 사실상 승부가 나는 사례들이 많았다”고 했다. 후천적 요인보다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유전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26일 ㈜LG 정기주주총회에서 ‘㈜LX홀딩스’를 설립 안건이 통과되며 계열분리 준비 작업을 마친 LX그룹의 미래는 어떨까. LX는 LG로부터 LG상사, LG MMA,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등 4개 회사를 떼어갖고 나왔지만 자산총액을 모두 더해봤자 9조원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10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대해 상호출자를 제한하고 있는데, 새로 태어나는 LX는 이 규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매출규모는 15조원으로 LG화학 연매출 30조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LX는 과연 누구의 전철을 밟을까.

거대한 몸집, 독과점 사업으로 성장한 GS와 LS

LG로부터 떨어져 나와 새살림을 차린 그룹 중 가장 성공적인 그룹은 GS다. 공정위가 운영하는 기업집단포털의 대기업집단 통계에 따르면 GS는 자산총액(공정자산) 기준 2020년 8위를 기록했다. 2005년 분리된 후에도 재계서열 10위권 안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 대기업집단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에 앞서 2003년 먼저 LG에서 떨어져 나온 LS도 재계순위 16위에 오르며 주요 대기업집단 중 하나로 손꼽힌다.

자산총액 규모 변화를 살펴보면 구체적인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 계열분리 시점부터 현재까지 GS와 LS는 주요 대기업집단과 함께 꾸준히 자산규모를 늘려왔다. 공정위 기준 GS의 자산총액은 2006년만 하더라도 22조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2020년 67조원으로 3배 성장했다. 자산총액만 보면 지난 14년이란 기간 동안 큰 부침 없이 성장했다. 같은 기간 LG는 54조원에서 137조원으로 3배에 살짝 못 미치는 성장률을 보였다.

LS도 마찬가지다. 2006년 자산총액은 7조원으로 10조원 미만이었으나 꾸준히 덩치를 불려 2020년에는 23조원까지 늘렸다.

LG, GS, LS 그룹 자산규모 변화 추이.(출처=공정거래위원회.)


계열분리 이후 성공적으로 성장한 GS와 LS는 애초부터 비교적 큰 덩치를 갖고 태어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2006년 기준 GS의 자산총액 규모는 LG의 40%에 달했으며, LS는 13% 수준이었다.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밑바탕이 있었던 셈이다.

특히 두 그룹이 가져나온 사업들이 각자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구축한 것도 주효했다. GS는 LG와 57년간의 동업관계를 끝내며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 LG유통(현 GS리테일), LG홈쇼핑(GS홈쇼핑) 등을 갖고 나와 정유, 유통, 홈쇼핑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꾸렸다. 내수 중심에다 정유업에 사업이 치우쳐 있었지만, 반대로 정유업이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해줬다.

GS그룹 초대회장을 역임했던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2005년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인터뷰 내용을 보면 당시 상황을 대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당시 <연합뉴스>가 정리한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허 명예회장은 “전체 매출 가운데 LG칼텍스정유 비중이 70% 가량 된다. 정유는 탄탄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어 GS가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중요한 사업이다”며 “정유의 사업비중이 높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 에너지와 유통을 두 축으로 성장하다 보면 정유 비중도 점차 낮아질 것이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한 성장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 다짐처럼 GS가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는지에는 의문부호가 달리지만, GS에너지를 중심으로 정유, 에너지 사업이 핵심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그룹 지주사인 ㈜GS가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2020년 4분기 경영실적 IR자료를 보면 GS에너지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000억원으로 전체 영업이익 4800억원의 40% 비중을 차지했다.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2019년 GS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는 더 컸다. ㈜GS가 2019년 4분기 거둔 4800억원의 영업이익 중 73%에 달하는 3500억원의 영업이익이 GS에너지에서 창출됐다. GS에너지는 GS그룹의 에너지 사업 중간지주사로 정유화확 사업자 GS칼텍스와 에너지발전회사 GS파워 등을 보유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정유업 특성상 신규 사업자 진입이 쉽지 않아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확보하고 있고, GS파워는 전기와 열을 생산해 안양과 부천 지역에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다. 큰 이변이 생기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꾸준히 그룹의 핵심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LS도 확고한 사업영역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는 GS와 닮았다. LS는 2003년 LG전선(현 LS전선), LG칼텍스가스(현 E1) 극동도시가스(현 예스코), LG니꼬동제련(현 LS니꼬동제련) 등 4개 회사를 분할해 독립했다. 전선사업을 중심으로 금속, 에너지, 가스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짰다.

(출처=각사.)

LS그룹은 현재 ㈜LS와 예스코홀딩스 두 개의 지주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전선, 전력기기, 금속 사업을 중심으로 한 ㈜LS와 도시가스 관련 사업 관장하는 예스코홀딩스 주축이다. 두 지주회사에서 뿌리내린 사업회사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상당한 사업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LS전선의 경우 매출 기준으로 국내 전선업체 시장점유율의 50%를 차지할 정도다.

예스코가 벌이는 도시가스사업은 산업 자체가 독점적인 성격을 띄고 있다. 정부로부터 일정 공급권역을 승인받아 사업을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상당히 안정적이다. 게다가 가정용 가스는 수요가 경기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국내 최초로 액화석유가스(LPG)를 수입해 판매한 E1은 SK가스와 시장을 양분하며 과점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공중분해된 LIG, 협력업체 포지션 희성, 패션업 고군분투 LF

LG에서 독립한 그룹들이 GS나 LS처럼 성공적으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LG화재해상보험(현 KB보험)을 들고 나와 사업을 시작한 LIG그룹은 과거와 비교해 초라할 정도로 회사 규모가 줄어들었다.

물론 LIG의 몰락에는 오너 경영진의 비윤리적 판단과 잘못된 사업적 판단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LIG는 손해보험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보건설을 인수하며 LIG건설을 설립했는데, 공교롭게도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며 LIG건설이 부도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 유지를 위해 2010년 LIG건설 법정관리 직전에 사기성 CP를 발행하며 그룹 전체가 고꾸라졌다.

당시만 해도 LIG는 손해보험, 방산, 건설 등 규모가 상당한 사업들을 갖고 있었으나, 손해보험과 건설 사업은 모두 팔려나갔고 결국 방산만 남게 됐다. 게다가 구본상 LIG그룹 회장은 1300억원의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다.

LG그룹에서 가장 먼저 독립한 희성그룹도 상황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다. 1996년 삼보이엔씨, 희성금속, 희성정밀, 희성소재 등을 주축으로 독립했다. 현재 희성그룹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희성전자를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짜여져 있다.

희성전자 실적 추이.(출처=금융감독원.)

비상장사인 희성전자의 2019년 연결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2조4000억원으로 나타나 있다. 자산규모만 놓고보면 간신히 중견기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0년 자산총액이 2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 10년간 사실상 제대로된 성장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2019년에는 또 한차례 LT삼보(옛 삼보이엔씨)를 중심으로 LT그룹을 떼어낸 것도 그룹 규모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희성전자는 TFT-LCD 백라이트유닛(BLU) 제조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로 매출 대부분이 LG디스플레이를 통해 발생한다. 사실상 독자 사업을 한다기보다는 LG그룹 협력업체 수준의 포지션을 취한 셈이다. GS나 LS가 독과점 사업을 선점한 것과 확실히 대비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출과 영업이익이 LG디스플레이 사업 상황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2012년 매출은 4조원을 넘었으나 2016년에는 1조9000억원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영업이익도 한 때 300억원을 밑돌기도 했다.

LG상사 내 패션의류사업부문으로 운영되다 2006년 말 LG패션으로 분할 설립된 LF그룹은 비교적 성공적으로 사세를 불려왔다. 2010년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LF의 자산총액은 8700억원 수준이었으나 2020년 2조5000억원으로 약 3배 가까이 성장했다.

(주)LF 실적추이.(출처=금융감독원.)

다만 ㈜LF의 사업이 사실상 패션사업에 집중돼 있고, 패션업황이 좋지 않아 매출이 정체돼 있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LF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011년 1조4000억원에서 2020년 1조6000억원으로 2000억원 성장하는데 그쳤다. 2019년 1조8500억원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코로나19로 여파와 패션업 불황 탓에 매출이 역성장했다.

영업실적을 보면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2011년만 하더라도 1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뽑아냈으나 2015년까지 줄곧 감소해 740억원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매출 회복과 함께 영업이익도 다시 느는가 싶더니 2020년에는 77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00억원 줄어들었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국내 패션시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 한섬 등이 강자로 활약하고 있으며 이들 업체는 각자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계열사 유통망을 활용해 다른 업체들보다 우위에 있다. 이에 따라 LF그룹은 2019년 3월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하는 등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주력하고 있다.

LX는 누구의 전철을 밟을까

LX그룹 계열사 4개의 자산총액은 약 9조원으로 규모 면에서 GS나 LS의 독립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LX그룹은 미래 전망이 밝다고 보기만은 어려운 사업들을 많이 가지고 나왔다.

특히 4개 업체 중 자산규모가 가장 큰 LG상사는 사업 정체성을 다시 확립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과거 1970~1980년대 대기업들이 전략적으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종합상사에 힘을 싣던 것과는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인터넷 듯 통신기술 발달과 함께 각 계열사들이 직접 수출입 업무를 하며 종합상사의 역할이 상당히 줄어들었다. 전문성 없이 다양한 사업을 벌이던 특성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건자재 사업을 영위하는 LG하우시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LG하우시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7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2016년 1600억원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건설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 특성상 딱히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어렵다. 매각을 추진 중이 자동차소재사업은 몇 년째 적자만 내고 있다.

물론 반도체 사업을 벌이는 실리콘웍스는 비교적 사업 전망이 좋지만,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성장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실리콘웍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2000억원, 940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LX가 태생적으로 GS나 LS그룹처럼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구본준 고문의 나이를 생각하면 승계 플랜짜기도 바쁠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과제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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