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인근에 위치한 '브이스페이스(V.SPACE)'를 아시나요? V.SPACE는 VSPN코리아가 운영하는 e스포츠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입니다. 라이엇게임즈의 '롤파크', 아프리카TV의 '프릭업 스튜디오', 액토즈소프트의 'VSG TV'와 같이 e스포츠 대회를 진행하고 관련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곳인데요. V.SPACE는 지난해 6월 개관 후 '2021 LCK 챌린저스 리그', '크로스파이어 스타즈 2020 그랜드 파이널', '펍지 컨티넨탈 시리즈2 ASIA/APAC', '농심 레드포스 프로게임단 창단식' 등 다양한 e스포츠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동대문 야구장 상징성 잇는다
우선 V.SPACE가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점이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롤파크가 위치한 종로구도 아니고 국내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권에서도 한참 벗어난 지역에 e스포츠 스튜디오를 설립한 배경이 무엇인지 말이죠.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외국인 수요층이 감소한 데다 롯데 피트인 동대문점이 영업을 중단함에 따라 설립 당시 예상했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였습니다. 롯데 피트인 건물 입구에 붙어있는 영업중단 알림 표시가 이를 대변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인지 V.SPACE로 향하는 입구를 찾는 데만 수십분이 걸렸습니다.
여기서 알아봐야 할 것이 동대문 야구장인데요. 동대문 야구장은 1925년 10월 완공된 건물로 해방 이후 한국 야구의 메카로 떠올랐던 곳입니다. 프로야구 출범 전까지 한국고교야구 4대 대회(대통령배, 청룡기, 봉황대기, 황금사자기), 한국실업야구 대회, 대학야구가 이 곳에서 진행됐다고 하네요. 프로야구 출범 후 1982년에는 'MBC 청룡'(현 LG트윈스)이 임시 홈 구장으로 사용할 만큼 야구 성지로 떠올랐지만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2007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 자리에는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가 설립됐죠. V.SPACE는 당시 동대문 야구장의 지리적 접근성과 아치형 디자인을 콘셉트로 내세웠습니다. '독일 디자인 어워드 스페셜 2021'에서 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디자인의 차별성을 느껴볼 수 있는 대목이죠.
현장을 찾은 당시에는 젠지와 연세대학교가 공동 개최한 e스포츠 컨퍼런스 '더 게임 체인저'의 리허설이 진행중이었습니다. 글로벌 e스포츠 사업에 대한 비전과 미래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컨퍼런스였는데요. 이 처럼 V.SPACE는 e스포츠 대회 외에도 세미나, 컨퍼런스, 온·오프라인 쇼케이스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복합 문화 공간을 모토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450평 규모의 전체 면적에 최대 400명까지 수용 가능한 관중석도 보유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일부 제작 스태프와 관계자만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VSPN 관계자는 <블로터>에 "9층 외부 유휴 공간에 게임 등 행사 관련 굿즈나 기획 상품을 전시할 계획이었다"며 "코로나19 여파에 따라 무관중 형태로 운영하면서 현재는 관련 공간 활용도가 낮은 상태"라고 토로했습니다. e스포츠 연계 사업에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었죠.
왜 e스포츠인가?
VSPN코리아를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e스포츠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게임 대회를 중계하는 'e스포츠' 시장이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요. 시장조사업체 뉴주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4.5% 성장한 11억달러(약 1조2402억원)로 추산됩니다. 같은 기간 e스포츠 관객 수만 4억7400명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난해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e스포츠 시스템은 온라인 체제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보는 게임'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온라인 비대면 제작 환경이 자리잡은 것이죠.
e스포츠 콘텐츠가 온라인 스트리밍과 유튜브용 편집 영상으로 편중되면서 관련 제작업체의 존재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시청층도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이동함에 따라 제작업체의 역량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데요. 자체 제작 역량을 보유한 게임사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e스포츠 콘텐츠 제작 사업에서 기회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온라인 시청자 증가와 더불어 모바일 게임의 e스포츠화가 꾸준히 확대되면서 VSPN코리아를 비롯한 후발주자와 기존 업체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인데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0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22.8% 증가한 1398억원입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인터넷·스트리밍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과연 국내 e스포츠 콘텐츠 제작 사업의 '패권'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