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타워.(사진=GS그룹.)
▲ GS타워.(사진=GS그룹.)

GS그룹이 출범 이래 사상 처음으로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조사 대상업체인 GS ITM과 비슷한 조건의 계열사가 더 있어 관심이 모인다. 승산, 보헌개발 등 부동산임대업을 영위하는 회사들은 GS그룹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으며, 내부거래 비중 또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업체는 GS ITM으로 그룹 내 시스템통합(SI) 업무를 담당하는 회사로, 그룹 정유업체인 GS칼텍스와 부당한 내부거래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는 지분 80%를 사모펀드가 갖고 있지만 이전까지 오너일가가 지분 대부분을 갖고 있었으며 내부거래 비중도 70%를 웃돌았다.

일반적으로 SI업체는 그룹 보안을 담당하기 때문에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외주를 줄 경우 회사 기밀이 누설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로 이러한 특징을 활용해 오너일가들이 사익편취 창구로 활용한다는 의심을 받는 경우가 많다. 계열사들이 오너일가가 소유한 업체들에 일감을 몰아줘 손쉽게 매출을 올린다는 것이다.

한화그룹의 SI를 담당하는 한화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무혐의 결론이 나긴 했지만 공정위는 과거 한화 S&C 시절부터 부당 내부거래 여부를 오랜 기간 추적했었다.

공정위는 꾸준히 대기업집단 오너일가의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정거래법을 전면 개정하며 규제 범위를 넓혔다. 기존에는 총수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비상장사, 30% 이상인 상장 계열사가 규제 대상에 포함됐지만, 개정을 통해 상장·비상장사 모두 20% 이상으로 확대됐다. 또 해당 규제 대상에 포함된 회사가 지분을 절반 넘게 보유한 자회사도 새로 규제 대상에 편입됐다.

▲ 공정위의 GS사익편취 규제 관련 내부거래도.(출처=공정위.)
▲ 공정위의 GS사익편취 규제 관련 내부거래도.(출처=공정위.)

물론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서 오너일가가 억지로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규제 대상 계열사는 공정위가 좀 더 엄격한 기준으로 내부거래를 들여다보는 식이다. 다만 GS ITM처럼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경우 조사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GS그룹 계열사 중 오너일가 지분 100%, 높은 내부거래 비중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업체는 GS ITM말고도 더 있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공정위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2020년 공시대상기업집단 내부거래현황’에 따르면 승산, 보헌개발 두 개 업체는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비상장회사며 내부거래 비중 또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 승산 주주내역.(출처=승산 감사보고서.)
▲ 승산 주주내역.(출처=승산 감사보고서.)

우선 승산은 1969년에 설립된 회사로 현재 부동산임대업, 리조트운영업, 골프장운영업, 물류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승산의 최대주주는 62.6%의 지분을 보유한 허용수 GS에너지 사장으로 허 사장의 아버지 고(故) 허완구 회장이 과거 승산을 이끌었었다. 허 회장의 딸인 허인영 승산 대표가 지분 23.45%로 2대주주에 올라있으며, 허 사장의 장남과 차남 허석홍군과 허정홍군이 각각 5.68%, 4.4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고 허 회장의 부인이자 승산나눔재단을 운영하는 김영자 대표가 나머지 지분 3.87%를 갖고 있다.

승산이 공시한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특수관계자를 통해 매출 대부분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전체 매출 245억원의 95.9%에 달하는 235억원이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승산의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특수관계자는 GS홈쇼핑이다. 승산은 지난해 GS홈쇼핑과 거래를 통해 23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2019년에는 271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다만 여기에는 2019년 GS홈쇼핑에 이천물류센터를 매각해 얻은 처분이익 214억원이 반영돼 있다. 그 다음으로는 이번 GS ITM과 부당거래를 했다고 의심받는 GS칼텍스로 3억원의 매출 관계가 있었다.

▲ 승산 특수관계자 거래 현황.(출처=승산 감사보고서.)
▲ 승산 특수관계자 거래 현황.(출처=승산 감사보고서.)

공정위에 자료에 따르면 승산은 2018 사업연도 전체 매출 313억원 중 40%에 달하는 133억원을 내부거래를 통해 일으켰다. 2019년에는 내부거래 규모가 52억원으로 줄어들며 비중이 18%로 감소한 바 있다.

승산은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에는 GS칼텍스와 거래를 통해 100억원 내외의 수익을 내던 운송사업부를 ㈜승진에 양도했으며, 2019년에는 GS홈쇼핑에 이천물류센터 토지와 건물을 매각했다.

보헌개발 또한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기업집단현황공시에 따르면 GS가 4세인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GS칼텍스 부사장, 허서홍 GS에너지 전무가 각각 33.33%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보헌개발은 승산과 같이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회사로 1998년에 설립된 이후 2005년에 GS계열에 편입됐다. 매출 규모는 16억원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으나 내부거래 비중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2018년 내부거래 비중은 95.84%, 2019년은 57.61%로 집계됐다.

재계 관계자는 "SI와 물류는 보안 및 원활한 공급망 관리를 위해 대기업들이 대부분 계열사를 통해 업무를 진행한다"며 "다만 이러한 특성을 활용해 오너일가들 소유의 개인회사인 경우가 많고, 부당 내부거래가 발생하는 빈도도 높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