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구조조정]삼성전자·애플·샤오미 누가 웃을까

발행일 2021-04-05 17:03:08
LG전자가 5일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공식화하면서 세간의 관심은 'LG전자의 국내 점유율은 어느 기업의 몫이 되는가'에 쏠리고 있다. 유력 후보로는 오랜 경쟁사 삼성전자가 거론된다. 최근 개선된 시장 점유율과 달라진 서비스 정책 등을 선보이고 있는 애플도 강력한 후보다. 일각에서는 LG전자의 철수가 샤오미 등 중국 업체의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점유율 65%로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21%의 애플, 3위 LG 전자는 13%다. 사실상 상위 3개 업체가 국내 전체 스마트폰 수요를 삼분하고 있었던 만큼, LG전자의 점유율을 흡수하는 기업에는 시장 지배력을 크게 확대할 기회가 된다.
2020년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가격 인하, 중저가 스마트폰 확대하는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LG전자의 사업 철수설이 본격화된 올해 초부터 이전과 달라진 스마트폰 사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선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 강화가 눈에 띈다. 중저가 시장은 그동안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서 고전했던 LG전자가 수년간 주력 타깃으로 삼았던 영역이다.

삼성전자는 가격 조정에도 나섰다. 지난 1월 조기 출시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21 시리즈는 기본형 모델 가격을 전작 대비 20% 낮췄다. 이어 3월 초 30~40만원대 스마트폰 갤럭시 A32·A42를 출시했으며 갤럭시 A52와 A72는 갤럭시 A 시리즈 최초로 별도의 언팩(삼성전자 신제품 공개행사)까지 개최하며 글로벌 마케팅에 힘을 쏟았다.
삼성전자는 3월 17일 사상 최초로 갤럭시 A 시리즈만을 위한 언팩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삼성전자)

현재 갤럭시 A52와 A72의 국내 출시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국내에 도입될 경우 삼성전자는 갤럭시 A32부터 A72에 이르는 가격대별 중저가 스마트폰과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까지 전 수요를 아우를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형성하게 될 전망이다.

한 시장조사 업계 관계자는 "2020년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이 갤럭시 A31(출고가 37만원)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중저가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삼성전자가 올해는 프리미엄 모델 가격 인하 및 보급형 라인업 확대란 투트랙 전략을 통해 시장 선두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 S 시리즈뿐 아니라 차세대 폼팩터인 폴더블폰 라인업을 다변화하고 가격도 낮출 전망이다.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조사업체 DSCC의 로스 영 대표는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올해 최소 3개의 폴더블폰을 출시할 것"이라며 "공격적인 가격대의 폴더블폰 등장이 전망된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5G 스마트폰 출시 2주년을 맞아 오는 5월 31일까지 자사 5G 스마트폰 구매 후 중고폰을 반납하면 추가 보상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눈여겨볼 점은 반납 가능한 기종에 LG전자의 2019년형 프리미엄 스마트폰 'LG V50'이 포함됐다는 사실이다. 중저가 시장 고객뿐 아니라 LG전자의 고급 스마트폰 사용자 중 교체 시기가 임박한 고객들도 함께 흡수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제품 라인업 확대, 충성팬 유지 전략에 나선 애플

애플은 LG전자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앞두고 이렇다 할 극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진 않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견제할 국내 유일의 스마트폰 브랜드인 데다가 최근 애플이 거둔 일련의 성적과 정책 변화를 볼 때 LG전자 사용자 중 일부가 애플 아이폰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플은 지난해 말 5G를 지원하는 자사의 첫 스마트폰 '아이폰 12' 시리즈를 공개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카운터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아이폰 12가 출시된 2020년 4분기 애플은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 가격을 100만원대 초반으로 낮춘 아이폰 12 미니와 화면 크기, 성능을 높인 고가의 프로 모델 등으로 시리즈를 세분화한 전략이 유효했다. 더불어 애플은 '콘크리트 고객층'의 오랜 지지를 바탕으로 성장한 브랜드다.
애플 아이폰 12 시리즈. 좌측부터 프로, 기본, 미니형 모델 (사진=애플)

지난달 17일 해외 시장조사업체 쉘셀이 미국 내 스마트폰 사용자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 애플 아이폰 이용자는 무려 92%가 "계속 아이폰을 사겠다"고 답했다. 74%를 기록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이용자들과는 적잖은 격차다. 물론, 미국이 애플의 '안방'이란 이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전세계 주요 스마트폰 브랜드가 격돌하는 미국 시장에서 충성 고객 비중을 9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볼 점이다. 삼성전자 등 경쟁사 입장에선 애플 생태계에 잠재 고객들을 뺏기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애플도 고가 전략만 고수하는 건 아니다. 애플은 지난해 4년만에 50만원대 '아이폰 SE' 2세대를 공개하며 중저가 시장 공략에 다시 나섰고, 업계에선 스마트폰 연계 사업인 아이패드·애플워치 라인업에서도 저가형 기기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계속 나오고 있다. 소비자의 가격 부담은 줄이면서 강점인 애플 iOS의 생태계 통합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애플 분석 전문가 궈 밍치에 따르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던 아이폰 SE 3세대는 2022년 출시로 전망이 수정된 상태다. 이는 올해 애플의 LG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이용자 교체 수요 확보에선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애플 서비스 정책에도 변화가 생겼다. 애플은 최근 사설 휴대폰 수리점에도 정품 부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고가의 수리비를 지불하고 휴대폰 본체를 교환하는 애플 정품 서비스센터의 '리퍼' 대신 사설 수리점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분 수리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넓어진 셈이다. 전국 94곳에 이르는 애플 공인 수리점 외에 사설 수리점까지 가세하면서 그간 국내 애플 이용자들이 단점으로 지목했던 사후서비스(AS) 접근성이 개선될 전망이다.
애플의 사설 수리업체 지원 프로그램이 곧 시행된다 (사진=애플)

또한 애플은 같은 시기 아이폰 수리비 10% 인하, 애플케어 플러스(일종의 기기 보험) 가격 할인 및 애플 포인트 제공 등 전에 없던 소비자 대상 정책들을 펼치며 일반 고객 환심 사기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애플도 최근 국내 고객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에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성비 내세운 샤오미…한국 시장 '노크'

삼성전자, 애플 양강을 제외하면 해외기업 중 최근 한국 시장 확대에 나선 샤오미가 신흥 세력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업계에선 샤오미가 한발 늦었다는 평가다. 애플을 제외하면 외산 스마트폰의 점유율과 인지도가 극히 미미한 국내 시장에서 유통, 서비스 기반이 얕은 샤오미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앞서 언급한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 통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애플, LG전자를 제외한 기타 업체의 2020년도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1% 미만이다.

물론 올해는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샤오미가 지난달 2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 '홍미노트10'을 출시하고 이동통신사 공시 지원금을 포함해 사실상 '공짜폰' 전략을 펼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기 때문이다. 최근 저가 스마트폰에 알뜰폰 요금제를 결합하는 통신비 절약 움직임이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가성비로 유명한 샤오미 스마트폰의 존재감이 지난해보다는 부각될 수 있다.
샤오미 홍미노트10 시리즈 (사진=샤오미)

통신 업계에 따르면 현재 홍미노트 10의 초반 판매량은 지난해 출시한 전작 대비 3~4배 수준이다. 관건은 샤오미가 중국 브랜드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국내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AS망 확충도 중요하다. 샤오미 스마트폰 서비스 센터 수는 3월 기준 전국 23곳에 불과하다. 250여곳의 삼성전자, 94곳의 애플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다.

한편, 국내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인 LG전자가 사업 철수를 단행함에 따라 주요 휴대폰 유통처인 이동통신사들은 우선 상황을 관망하는 추세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LG전자 사업 철수로 인한 고객 피해가 없도록 준비할 계획"이라면서도 "향후 시장 경쟁 약화와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제품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견된 만큼 결과적으론 이통사 및 고객 모두에게 손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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