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이 꼭 필요했던 세상에서 앞으로는 ‘텔레포트(teleportation·순간이동)’ 환경으로 이동을 대체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 과정에서 가상·증강현실(VR·AR) 기술을 사용하게 될 거고요.”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6일 오전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가상 간담회를 열고 “페이스북은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을 준비 중”이라며 “앞으로 비대면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VR·AR이 일상생활에 녹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각종 기술·기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커뮤니티를 이루고 세상을 더 가깝게 만드는 것이 페이스북의 목표”라고 말했다.

▲ 페이스북 가상간담회 현장.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가 PPT 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div>처럼 기기가 없어도 사람 자체가 디바이스가 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말초신경·근육의 신호를 감지해 움직임의 맥락을 파악하고, 의도대로 작동되는 인터페이스도 개발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페이스북 가상간담회 현장. 정기현 페이스북코리아 대표가 PPT 발표를 하고 있다. 그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처럼 기기가 없어도 사람 자체가 디바이스가 되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말초신경·근육의 신호를 감지해 움직임의 맥락을 파악하고, 의도대로 작동되는 인터페이스도 개발 중”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진정한 초연결 시대, 메타버스(Metaverse·가상세계)의 시작과 미래 오피스’를 주제로 VR·AR 협업 플랫폼 ‘스페이셜’(Spatial) 속 가상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참가자들은 ‘오큘러스 퀘스트2’ VR 헤드셋 또는 모바일 앱을 통해 3차원 아바타 형태로 회의장에 자리했다. 페이스북이 VR로 기자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타버스는 가상·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3차원 가상세계를 가리킨다. Z세대에겐 ‘온라인 놀이터’로 익숙하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메타버스도 덩달아 성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VR·AR 기반 메타버스를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있다. 앞서 페이스북은 지난 2014년 VR 헤드셋 개발사인 오큘러스를 약 2조원 넘게 주고 사들이면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6년 VR 아바타 기능을 선보인 데 이어, 2017년에는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로 소통하는 VR앱 ‘페이스북 스페이스(Facebook Spaces)’를 출시했다. 그러나 시장의 성장이 더뎌 사업에 부침을 겪었다. 2019년에는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조차 “VR·AR 시장이 크는 게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반등의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해 말 출시한 오큘러스 퀘스트2는 79일 만에 100만대가 판매됐다.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리얼리티 랩’이라는 사내 연구소를 차리며 VR·AR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부터는 한정된 사용자를 대상으로 메타버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호라이즌(Horizon)’을 실험 중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메타버스의 ‘반짝 인기’를 예상하기도 한다. 팬데믹이 잦아들면 가상세계에 대한 열기가 시들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메타버스가 코로나19로 인해 ‘반짝’ 뜨고 수그러들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만, 재택근무 환경에 익숙해지면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발(發) 부동산 수요 감소를 예로 들었다. 재택근무를 계기로 개발자들이 교외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가면서 샌프란시스코 집값이 하락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재택근무 방침을 고수해온 페이스북도 규정을 완화해 사무실 출근이 가능해졌지만 재택근무를 이어가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환경이 달라지면서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따라 비가역적인 변화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가상간담회 말미 이진하 CPO가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 가상간담회 말미 이진하 CPO가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이날 미국 뉴욕에서 행사에 참석한 이진하 스페이셜 최고제품책임자(CPO)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이 CPO는 “사람들이 어디에 있든 최대한 가까이 있는 것처럼 소통하고 같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인간 문명이 가고 있는 방향인 것 같다”며 “가상현실은 시공간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대기업 중심의 B2B(기업간거래)사업을 전개하다 코로나19 이후 B2C(기업·소비자간거래)로 방향을 바꿨다. 이후 사용량은 130배 폭증했다.

그는 “세상을 나누는 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거리, 다른 하나는 언어”라며 “기존에 업무에 필요한 인력을 뽑을 수 있는 영역이 일터 반경 15km였다면 1만5000km까지 늘어날 수 있다면 100만배로 풀이 넓어지게 되는 거다. 감히 미래를 생각해보자면 이전에 몰랐던 굉장한 제약사항들을 체감하게 되면서 (생활이) 변화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VR·AR기기가 상용화되려면 기술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페이스북은 오는 하반기에는 AR글래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AR 스마트글래스는 검지 손가락 두께의 기기가 될 거다. 일상적인 안경이 되고 무게가 가벼워질 것”이라며 “스마트글래스일지, VR기기일지는 모르나 컴퓨팅 기기가 바뀌어 갈 거라는 건 분명한 미래”라며 “모바일이라는 2차원 공간보다는 3차원으로 갈 거라 보고 3차원에 (페이스북의) 미래를 걸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CPO도 “궁극적으로는 경량화가 돼야 할 듯하다. 아직 스마트폰만큼 일정한 가치를 주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지는 사용자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용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게 느껴진다. 언젠가는 VR·AR기기가 모니터를 대체할 수도 있고 아바타로 하는 미팅이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가 오기 직전까지는 몰랐다가 어느 순간 돌아보니 다들 (VR·AR기기를) 쓰고 있네, 그런 순간이 올 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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