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하이브의 대변신, BTS 넘어 '이타카' 인수로 그리는 큰 그림

발행일 2021-04-06 17:26:50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빅히트'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시나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를 생각하실겁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에서 맹활약중인 BTS로 인해 '빅히트'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그 어느 때보다 묵직한데요. BTS는 세계적인 권위의 음악 시상식인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을 뿐 아니라, 본 시상식의 단독 퍼포머로 참여했습니다.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하면서 소속사인 빅히트의 인지도도 높아졌죠. 

그랬던 빅히트가 지난달 사명을 '하이브'(HYBE)로 변경한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사실 지난해 12월 빅히트가 '하이브'라는 상표권을 출원할 때까지만 해도 새로운 아티스트이거나 서비스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게 사명이 될 줄은 누구도 몰랐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특히 BTS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사명까지 변경한다는 것은 위험도가 큰 모험일 것이라는 분석이 뒤따랐죠. 

(사진=방탄소년단 페이스북 갈무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히트, 아니 하이브는 지난달 30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명 변경의 안건을 가결시켰습니다. 회사를 만들고 BTS를 프로듀싱해 글로벌 아티스트로 성장시킨 방시혁 의장은 "새로운 사명, 공간, 조직 구조를 갖추고 또 다른 출발을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하이브 시대에도 변함 없이 음악의 힘을 믿고 산업을 혁신하며 삶의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죠.

여기까지 들어보면 "언제 밥 한 번 먹자"는 말처럼 상투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변화를 추구한다 해도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없다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하이브는 '음악의 힘'과 '삶의 변화'를 이뤄냅니다. 하이브의 행보를 보면 혁신적이다 못해 파격적으로 보여지기까지 합니다. 

원 히트 원더? 이제는 글로벌 레이블

하이브는 매년 꾸준하게 성장해왔습니다. 손익 현황만 봐도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2018년 매출 3013억원을 달성한 하이브는 2019년과 지난해 각각 5872억원, 7962억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799억원, 987억원, 1455억원 순으로 성장세를 이어갔죠. BTS의 장기 흥행,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조달, 레이블 및 IT서비스 등에 대한 지분 투자 등을 통해 매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했습니다. 

다만 하이브는 아직까지 'BTS 원맨팀'이라는 시선이 강합니다. 2019년 쏘스뮤직의 지분을 인수해 여성 아이돌 그룹인 '여자친구'를 소속 아티스트로 영입하는 한편 지난해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지분인수로 '세븐틴'과 '뉴이스트'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함에 따라 본격적인 멀티레이블 체제를 구축했음에도 말이죠.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갈무리)

증권신고서에 기재된 하이브의 투자 위험 요인을 보면 더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주요 아티스트인 BTS의 매출액 비중은 2019년과 지난해 각각 97.4%와 84.7%를 기록했습니다. 레이블 인수 및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BTS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지긴 했지만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엔 턱없이 부족한데요. 오는 2023년부터 BTS 멤버들이 순차적으로 군에 입대하는 만큼 관련 공백에 대비할 '지속가능한 성장'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하이브는 글로벌 대형 레이블 인수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합니다. 미국 자회사 '빅히트 아메리카'를 통해 글로벌 레이블인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하는 방안이죠. 자회사 합병 및 사업부 분할을 통해 이타카 홀딩스 인수 전 회사 지배구조 개편도 추진합니다.

지난달 30일 하이브는 신규 사외이사로 박영호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선임합니다. 이 대목부터 하이브의 체질 개선 노력을 엿볼 수 있는데요. 박영호 대표는 게임기업 조이시티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기업가이자 투자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NHN, 한국투자파트너스, 네시삼십삼분에 재직하면서 개발 및 투자 분야 역량을 쌓은 후 조이시티로 건너와 대규모 자금 조달 및 글로벌 IP를 확보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조이시티는 박영호 대표 재직 기간 동안 매출이 90% 늘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 후 148% 증가했다고 밝혔는데요. 조이시티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겸하고 있는 박영호 대표를 통해 해외시장 및 투자 관련 자문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갈무리)

하이브는 지배구조의 개선도 미루지 않았는데요. 100% 자회사인 하이브아이피와 하이브쓰리식스티를 흡수합병하는 한편 음반·레이블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빅히트뮤직'을 신설합니다. 이를 통해 레이블, 솔루션, 플랫폼 등 사업부를 크게 세 곳으로 압축했습니다. 레이블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전략적 요소를 찾아볼 수 있죠. 

레이블 사업부는 빅히트뮤직을 필두로 플레디스, 쏘스뮤직, 빅히트엔터재팬, T&D재팬, 케이오지엔터테인먼트를 병렬 구조로 분류했죠. MD, 캐릭터, 출판물 등 아티스트 기반 2차콘텐츠 개발 및 유통을 전담하는 하이브아이피와 공연 기획 및 대행, 음반/음원유통, 영상콘텐츠 제작 및 유통, 광고대행 등을 영위하고 있는 하이브쓰리식스티를 하이브가 흡수합병함에 따라 솔루션사업부는 하이브에듀(교육), 수퍼브(리듬게임 개발), 빅히트솔루션즈재팬(일본사업 총괄)으로 재편됩니다. 플랫폼사업은 위버스컴퍼니와 빅히트아메리카로 분류해 관리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음원·레이블 사업인데요. 빅히트 내에서 음반·레이블 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 40.26%입니다. 2019년 32.5%를 넘어서며 음반·레이블 사업을 위협했던 공연 매출이 코로나19 여파로 급감함에 따라 지난해 레이블 사업의 존재감이 높아진 것인데요. 주요 매출원이 된 음반·레이블 사업부를 강화하기 위해 '빅히트'를 앞세운 빅히트뮤직을 출범시키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글로벌 무대에서 '빅히트'가 갖는 상징성을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이겠죠. 빅히트뮤직의 탄생은 이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로 노리는 복합 시너지

'넥스트 BTS'를 해소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은 '이타카 홀딩스' 인수였습니다. 이타카 홀딩스 인수는 단순히 BTS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요소로 볼 수 없는데요. 1조원에 달하는 '메가딜'을 통해 하이브의 전략적 비즈니스가 숨어있습니다. 

하이브는 지난 2일 이사회 결의에 의거 음악 관련 매니지먼트, 레코드 레이블, 퍼블리싱, 영화, TV쇼 분야를 아우르는 미국 소재 종합 미디어 지주회사인 이타카 홀딩스의 지분 100%를 미국 소재 자회사 빅히트 아메리카를 통해 인수하는 합병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갈무리)

지난 22일 빅히트 아메리카가 100% 자회사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BH Odyssey Merger Sub'가 인수대상인 이타카 홀딩스를 역합병하는 구조인데요. 하이브를 비롯해 이타카 홀딩스 그룹에 소속된 임원 및 아티스트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확보한 1조728억원을 빅히트 아메리카에게 수혈하면, 이를 이타카 홀딩스에게 합병대가로 지급하게 됩니다. 해당 인수자금은 합병대가 외에 이타카 홀딩스 채권자의 채무를 상환하는데 쓰이게 되죠. BH Odyssey Merger가 이타카 홀딩스를 합병까지 완료하면 하이브의 손자회사가 되는 구조가 완성됩니다. 인수 관련 합병대가지급일은 미국 반독점개선법에 따른 승인일로부터 5영업일내인 5월입니다. 

그런데 물적분할 및 인수합병을 통해 수직적 지배구조를 완성한 하이브가 자회사 빅히트 아메리카를 통해 이타카 홀딩스를 보유하는 그림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인데요. 하이브는 이타카 홀딩스를 통해 어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일까요.

이타카 홀딩스 주요 아티스트.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갈무리)

하이브는 이타카 홀딩스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크게 다섯 가지로 구분했습니다.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제이 발빈, 데미 로바토 등 이타카 홀딩스에 소속된 글로벌 아티스트 라인업 확보를 통한 미래 성장 기반 확보 △사업플랫폼 연계를 통해 신규 아티스트의 간접참여형 매출 확대 △레이블 아티스트들에게 글로벌 엔터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현지에서 효과적으로 지원 △이타카 홀딩스와 하이브의 아티스트 풀을 결합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상호 보유 IP를 공유한 사업성 확대 △하이브의 장점인 솔루션 및 플랫폼과 이타카 홀딩스의 브랜드를 상호 보완해 신사업을 발굴하는 것 등이 목표인데요. 

하이브와 이타카 홀딩스 관계자들이 인수 기념 영상을 통해 소회를 말하고 있다. 시계 방향 순서대로 방시혁 하이브 의장, 스쿠터 브라운 이타카 홀딩스 CEO, 방탄소년단, 스콧 보세타 빅머신 레이블 그룹 CEO. (사진=하이브)

이는 북미·유럽 시장을 강화하는 한편 BTS를 비롯한 국내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의 글로벌 진출 확대를 위한 교두보적 역할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계약이 만료되는 '여자친구'와 내년 전속계약이 끝나는 '세븐틴·뉴이스트'와의 계약 연장을 위한 명분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인지도가 높아질 경우 BTS 매출 편중 현상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빅히트 아메리카가 미국 현지에서 레이블 사업을 강화하고 각 자회사와 연계한 신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독립적 경영도 가능해집니다. 

하이브의 큰 그림은 지배구조 개편이 완성되는 오는 7월부터 윤곽을 드러낼 전망입니다. 글로벌 정체성을 이어가기 위한 빅히트뮤직의 출범과 함께 이타카 홀딩스로 이어지는 초대형 레이블과의 연합 전선은 하이브의 '날개'가 될 수 있을까요. 방시혁 의장의 말처럼 '음악의 힘'과 '삶의 변화'를 위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하이브의 이정표를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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