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당분간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 체제로 굳혀질 전망이다. 특히 기존에 60% 이상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갖고 있던 삼성전자가 10% 전후의 LG전자 스마트폰 이용자를 흡수할 경우 자체 점유율만 70%를 넘는 지배적 사업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사업적 '호재'로 보는 시각이 있는 한편, 삼성전자가 자신과의 싸움을 준비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 삼성전자 로고 (자료=삼성전자)
▲ 삼성전자 로고 (자료=삼성전자)

관건은 최근 삼성전자의 중저가 스마트폰 확대 전략이 얼마만큼의 이익 실현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에 있다. 경쟁사의 사업 철수와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 증가가 일정 부분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지겠지만 점유율이 반드시 높은 매출로 직결되는 건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1대 판매 당 발생하는 이익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최고사양 휴대폰)이 높고, 중저가 스마트폰일수록 낮아진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고급화된 이미지와 기기가 지원하는 각종 부가 기능에 가치를 얹어 원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반면, 중저가 기기는 가격 그 자체가 핵심 경쟁력인 만큼 마진을 높게 붙일 수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제조사가 난립하며 자연스레 가격 경쟁이 불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달리 애플은 자체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OS) iOS를 오직 자사 스마트폰에만 탑재한다. 관련 생태계 또한 독점하고 있어 아이폰 사용자들은 스마트폰 교체 시기가 다가오면 주로 고가의 프리미엄 아이폰을 재구매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쉘셀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미국 내 아이폰 사용자의 재구매 의향은 92%다. 애플이 초기부터 고가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중심 전략을 고수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 출고가 109만원의 애플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12 (사진=애플)
▲ 출고가 109만원의 애플 프리미엄 스마트폰 아이폰12 (사진=애플)

반면 삼성전자는 애플과 경쟁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갤럭시 S, 노트, 폴더블 시리즈 등)을 매년 출시함과 동시에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중저가 모델(갤럭시 A 시리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판매하는 스마트폰에서 갤럭시 A 시리즈의 비중도 높아졌다. 2020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스마트폰도 삼성전자 갤럭시 A31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30만~40만원대 갤럭시 A32·42를 출시하고 3월 중순에는 갤럭시 A52·72를 위한 단독 출시 행사를 개최했다. 해당 모델들의 가격은 약 30만~60만원으로 100만~140만원에 육박하는 프리미엄 모델과 비교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그러나 '중저가 기기는 성능이 낮다'는 편견을 깨고, 최근 갤럭시 A 시리즈는 대화면, 고성능 카메라, 대용량 배터리 등 고급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던 각종 편의 기능으로 무장했다. 점차 프리미엄 스마트폰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 A72 (사진=삼성전자)
▲ 삼성전자 중저가 스마트폰 갤럭시 A72 (사진=삼성전자)

이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 측면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입장에선 중저가 기기 경쟁력 확대가 자칫 자사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외국계 통신기업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갤럭시 A 시리즈를 기대 이상의 높은 가성비로 출시하고 있다"며 "중저가 스마트폰 수요 증가와 맞물려 자칫 자기 시장 잠식(Cannibalization)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중저가 갤럭시 A 시리즈가 수익률이 높은 갤럭시 S, 노트 등의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량까지 잠식한다면 그만큼 해당 사업부의 매출과 순이익도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박리다매(적은 마진으로 제품을 많이 팔아 이익을 창출함)'를 통한 매출 보전, 혹은 상승도 가능할 수 있겠지만 자사 브랜드의 얼굴인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량 및 수익률 보전도 삼성전자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다.

또한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됐던 경기가 각국의 백신 접종으로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는 올해는 중저가 스마트폰뿐 아니라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올해 서유럽(영국·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 등) 선진국에서 발생할 스마트폰 매출의 80%는 프리미엄 기기에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삼성전자 앞에는 중저가 스마트폰 확대와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 유지, 더불어 판매 이익 보전이라는 숙제가 동시에 놓여 있다.

특히 안방인 국내에선 중저가 경쟁 대상이었던 LG전자가 사업을 철수함에 따라 시장 개편에 따른 삼성전자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LG전자의 빈자리를 노리는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국내 시장 진출 가능성도 엿보이지만, 업계에선 그들이 인지도 면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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