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1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됐다.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총액만 봤을 땐 시장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6일 연결재무제표 기준 1분기 매출 65조원, 영업이익 9조3000억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률은 14.3%다. 잠정실적이 통상 보수적으로 나오는 만큼 이달 말 발표될 실적은 이보다 더 나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 평택 2공장.(사진=삼성전자 뉴스룸)
▲ 삼성전자 평택 2공장.(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코로나19라는 단발성 악재를 겪었던 지난해 1분기와 실적을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7.48%, 44.19% 증가했는데, 지난해 1분기가 워낙 부진했던 만큼 단순 비교는 어렵다.

전 분기 대비로는 매출 5.61%, 영업이익 2.76% 늘었다. 예년보다 한 달 빨리 출시된 ‘갤럭시S21 시리즈’의 판매 효과로 IM(IT&Mobile) 부문 실적이 반영되며 반등의 단초를 제공했고, 여기에 우려했던 반도체 부문 실적도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잠정실적 발표에 앞서 증권가 관측은 혼재됐다. 영업이익 전망은 9조원 안팎으로 대체로 수렴했지만, 매출은 50조원대 중반에서 60조원대 초반까지 무려 7조~8조원이나 벌어져 있었다. 삼성전자 실적은 증권가 컨센서스 상단도 뛰어넘은 수치다.

현대차증권은 삼성전자가 1분기 매출 63조5500억원에 영업이익 10조원 돌파를 유일하게 예상했다. 영업이익엔 다소 괴리가 있었지만 매출은 가장 근접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예상보다 양호한 메모리 가격 상승과 스마트폰·TV 출하량 증가”라고 실적 근거를 제시했다.

반면 삼성전자 매출을 가장 낮게 잡은 곳은 삼성증권이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반도체는 전분기 영업이익 4조원에서 3조6000억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비수기 효과로 물량이 크지 않고 가격 상승이 대부분 2분기에 반영되며 대신 평택 2기 팹 비용과 비메모리 손익 악화가 손익 하락 배경”이라 설명했다.

▲ 삼성전자 갤럭시S21.(사진=삼성전자 뉴스룸)
▲ 삼성전자 갤럭시S21.(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세부 실적은 나오지 않았으나, 총액만 놓고 봤을 땐 1분기 있었던 두 가지 악재,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과 미국 오스틴 공장 정전 사태를 이겨낸 모양새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로 고객사들이 재고 축적에 나서면서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으나 4분기엔 그 기저효과로 다소 부진했다. 증권가에선 그 여파가 지난 1분기까지 이어질지를 높고 의견이 분분했는데, 실제론 수요 증가 속도가 더 빨랐던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2분기부터 약 한 달간 이어진 오스틴 공장 정전 사태의 영향도 제한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 가운데 22% 비중을 차지하는 오스틴 공장 가동이 한 달이나 중단되며 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나, 1분기 매출은 이 악재도 이겨낸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부문 실적은 2분기에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이며, 여기에 경기도 평택 2기 반도체 공장(P2) 첫 가동에 따른 비용 요인도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연말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반등에 힘입어 영업이익 15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는 곳들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1분기 보합세였던 반도체 고정가격은 서버, PC 및 통신장비 수요 증가가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4월부터 상승 전환이 예상돼 2분기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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