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역대급 특허소송...숫자로 보는 LG·SK·삼성 배터리 3사 특허 경쟁력

발행일 2021-04-07 10:32:53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 이미지.(출처=LG에너지솔루션 홈페이지 갈무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특허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두 업체가 적정선에서 합의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요. 오히려 올 들어 서로 배수의 진을 치고 상대방을 벼랑 끝으로 밀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3월 5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영업비밀 침해 최종 판결에서 LG가 승소한 이후 더 심해졌죠.

게다가 최근에는 LG가 SK의 특허침해를 주장하며 제기한 소송 예비판결에서 패소하며 사태가 더욱 어지러워졌습니다. 이번 판결에 대해 SK는 “LG의 SK발목잡기 분리막 특허소송을 10년 만에 모두 이겼다”고 입장을 밝힌 반면, LG는 “예비결정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승리로 마무리된 것처럼 표현하면서 판결내용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지난해부터 같은 사안을 두고 두 업체가 상반된 주장을 펼치다 보니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불평도 주변에서 나옵니다. 두 업체의 다툼을 처음에는 호기심 있게 구경하다 이제는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고요.

그런데 앞으로는 이처럼 특허를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심심찮게 일어날 거란 예상도 나옵니다. LG와 SK가 이번 분쟁으로 국내 특허권 문화를 확 바꿔놨다는 것이죠. 기업들이 기술침해를 당하지 않기 위해 특허 확보에 주력하고, 또 선점한 기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조직 구성도 바꾼다고 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소재 개발 업체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특허 소송전이 많이 있었다”며 “일본, 중국 등 해외 업체들과의 소송전도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소송전과는 별개로 국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이끄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의 특허 경쟁력은 과연 어떨까요. 국내 업체들이 앞으로 세계 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특허 경쟁력 또한 중요한 요소로 보입니다. 누가 특허는 많은지, 연구개발(R&D)에는 얼마나 많은 비용을 투자하는지, 또 인력은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다양한 지표들을 통해 국내 배터리 3사의 현재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출처=국내 온라인 특허검색서비스 윕스온.)


우선 특허 수는 LG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국내 온라인 특허검색서비스 윕스온(Wips On)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G의 배터리 관련 특허 건수는 약 2만3600건입니다. 삼성이 2만건으로 LG와 비슷한 수준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요. SK의 등록된 특허 수는 1800건으로 LG나 삼성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입니다. 무려 10배 넘게 차이가 나는 셈이죠.


세계적으로 봐도 LG와 삼성의 특허 수는 상당합니다. 글로벌 경쟁사인 파나소닉의 특허 수는 1만7200건으로 LG와 삼성보다 적고요. 중국의 CATL의 특허 수는 2200건에 불과합니다. 특히 CATL은 후발주자인 SK와 비교해도 400건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 R&D 투자비용 추이.(출처=각사 2020년 사업보고서.)


특허 취득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개발(R&D) 비용도 한 번 보겠습니다. 다만 R&D 비용은 각사 상황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석유화학, 첨단소재, 윤활유, 전자재료 등 다양한 사업부문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배터리 부문만 따로 구분해 비교할 수 없다는 뜻이죠. 각사가 R&D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임하는지, 또 그동안 투자전략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정도만 가늠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세 업체의 R&D 비용 추이를 보면 역시 가장 많은 특허 수를 가진 LG가 가장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거의 매년 투자 규모를 늘려왔습니다. 지난해 R&D 투자비용은 1조1392억원으로 10년 전 3418억원과 비교하면 약 3배 정도 늘었습니다. 누적 투자액은 7조원이 넘습니다. 특히 2016년부터 R&D 투자비용이 급격히 늘어나는 게 눈에 띕니다.

삼성은 2010년대 초반에는 LG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2016년부터 LG가 투자를 큰 폭으로 늘리며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삼성의 R&D 투자비용은 8000억원으로 LG와는 3000억원 넘게 차이가 납니다. 2015년에는 삼성과 LG가 각각 5400억, 5600억원을 투자하며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이후 삼성이 투자 규모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았습니다.

SK는 세 업체 중 가장 적은 비용을 R&D에 할애했습니다. 지난해 R&D 투자비용은 2500억원으로 10년 전인 1500억원과 비교해 늘긴 했지만 애초 규모가 작아 큰 투자를 벌였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입니다. 지난 10년간 누적 투자비용은 1조8000억원으로 2조원이 채 안 되는 수준이죠.

*LG화학과 삼성SDI는 각사 전지사업부문 직원 수. SK이노베이션은 전 사업부문 직원 총수.(출처=각사 2020년 사업보고서.)


각사 배터리 사업에 종사하는 직원 규모도 차이가 납니다. 삼성에서 소형전지 및 중‧대형전지를 제조하는 에너지솔루션 부문 직원 수는 지난해 9000명으로 LG에너지솔루션 직원 7500명보다 약 1500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SK는 사업부문별로 직원 수를 공개하지 않아 구체적으로 배터리사업 종사 직원 수를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전사 직원 수는 지난해 2400명으로 LG나 삼성에 비해 양적으로는 인력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겠죠.

2020년 2월 누적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출처=SNE리서치.)


그러나 드러난 숫자만 놓고 보면 특허 수가 사업 수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판단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2월까지 누적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CATL이 31.7% 점유율로 1위에 올라 있고요. LG가 19.2% 비중을 차지해 2위에 자리했습니다. 삼성과 SK는 각각 5.3%, 5.0%의 점유율을 기록해 5위와 6위를 기록했습니다. 실제 전기차 시장 수요에서는 오히려 SK가 선전하고 있습니다.

대신 SK는 설비투자에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SK는 2018년부터 국내외 배터리 생산라인 건설을 위해 총 7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말까지 투자한 금액만 4조8000억원으로 LG의 설비투자 규모에 뒤지지 않습니다. SK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사업 수주를 활발히 한다는 방증이겠죠. LG는 중국과 폴란드 자동차 배터리 설비 증설을 위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6조8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세웠구요. 지난해까지 총 5조2000억원을 썼습니다.

국내 배터리 3사 설비 투자비용.(출처=각사 2020년 사업보고서.)


삼성은 사업보고서에 프로젝트별 투자 계획이나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습니다. 당해 사업연도에 얼마를 썼는지만 보여주는데요. 지난해에는 에너지솔루션 부문에서 설비투자에 총 1조5000억원을 사용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또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특허소송에서 무조건 이기는 것도 아닙니다. SK가 ITC를 통해 LG와 벌이는 세 건의 특허소송 중 한 건은 패소했고, 한 건은 예비판결에서 승소했죠. 물론 LG가 승소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SK의 미국 사업 가능여부와 직결돼 훨씬 더 중요하긴 하지만요.

해당 판결에 대해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는데요. 오는 11일 까지가 기한이라 업계 눈과 귀과 모두 바다 건너 백악관에 착 달라붙었습니다. 이번 LG와 SK의 특허 전쟁은 어떻게 결론 나고, 또 어떤 변화를 불러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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