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디지털 기기에 둘러 싸여 지내는 현대인들은 가벼운 일상생활에서도 다양한 개인정보를 수집 당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데이터 수집을 허락한 적도, 수집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애플은 8일 프라이버시 백서를 발간하고 가상의 사례를 통해 디지털 기기 사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수집되고 활용되고 있는지 소개했다.

백서에 등장하는 가상인물 존과 그의 어린 딸은 공원에 산책을 다녀온다. 개인정보 수집은 존이 컴퓨터로 날씨를 검색하고 공원으로 이동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백서에 따르면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는 사용 중인 앱 외에도 다양한 백그라운드(화면에 표시되지 않고 작동 중인 서비스)에서 구동 중이며 이들 앱 중 일부는 주기적으로 사용자의 이동·위치 데이터를 추적한다. 또한 보통 '익명'으로 데이터를 수집하지만 전문 데이터 브로커들은 다수의 앱에서 생성된 익명 정보를 조합해 특정인의 하루 일과 및 동선 추적이 가능한 수준의 프로필을 만들 수 있다. 한 명의 데이터 브로커가 평균 7억명의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며 이를 최대 5000가지의 성향이 담긴 소비자 프로필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 사소한 디지털 기기 이용 중에도 다양한 개인정보가 광고업체에 수집될 수 있다 (자료=애플 프라이버시 백서 갈무리)
▲ 사소한 디지털 기기 이용 중에도 다양한 개인정보가 광고업체에 수집될 수 있다 (자료=애플 프라이버시 백서 갈무리)

존의 딸이 이동 중 태블릿으로 본 킥보드 광고에도 수많은 개인정보 추적이 이뤄진다. 광고업자들은 적절한 광고 타깃을 설정한 뒤, 그들의 기기 화면에 광고를 노출하기 위해 1000분의 1초 동안 실시간 경매를 벌인다. 낙찰받은 업체는 이후 타깃이 광고를 클릭했는지, 킥보드를 구매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광고를 본 이후에도 그들의 행동 정보를 계속해서 수집한다. 또 개인정보가 연계된 다른 기기와 웹사이트 등에서도 이들을 추적하며 같은 광고를 반복 노출시킨다.

존이 공원에 도착해 스마트폰 앱으로 사진을 찍을 때도 앱은 실시간으로 찍은 사진뿐 아니라 기기에 저장된 모든 사진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 문제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 파일 안에는 촬영 시간과 촬영 장소 등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저장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딸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주고 신용카드로 결제한 존. 이날 하루 존의 이동 정보와 결제 정보가 더해지면 광고업체는 '존에게 어린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유추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존에게 아이가 좋아할 만한 간식과 장난감 등을 소개하는 타깃 광고 노출의 근거 자료로 활용한다.

애플은 해당 백서의 사례를 통해 많은 디지털 기기 사용자들이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수집되지는 알지 못하며 개인정보를 주체적으로 관리할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사용자들은 어떤 타깃 광고가 진행될 것을 예측하고 개인정보 제공을 승인한 것도 아니다.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키보드 앱'처럼 개인정보를 과다하게 수집하는 앱들 또한 적지 않다. 백서에 따르면 이렇게 수집된 개인정보들은 광고업계에 연간 2270억달러(약 253조원)의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 애플은 iOS 운영체제에 조만간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을 업데이트 한다 (자료=애플)
▲ 애플은 iOS 운영체제에 조만간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을 업데이트 한다 (자료=애플)

애플의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는 2010년 한 연설에서 "사용자들이 질려서 그만 좀 확인하라고 할 때까지 개인정보 공유 의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사후 몇몇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휩싸였지만 매년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개선해오고 있다.

애플은 다음 업데이트에서 사용자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한 '앱 추적 투명성 기능'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특정 앱이 다른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사용자의 데이터를 추적하려 할 때 추적 여부를 사용자에게 먼저 승인받도록 하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이제 앱에 개인정보 추적 권한을 부여할지 여부를 직접 결정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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