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2조원의 합의금으로 마무리한 가운데, 이번 합의가 향후 배터리 분사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말 배터리 부문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양사는 11일 공동으로 낸 발표문에서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 총액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합의된 방법에 따라 지급하고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며,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합의금 2조원은 당초 업계에 알려진 SK이노베이션의 마지노선 1조원의 두 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 이후에도 배수의 진을 치고 막판 뒤집기를 노렸으나 결과적으로 원치 않는 지출을 2조원이나 하게 됐다.

이에 따라 향후 배터리 부문 분사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모인다. 대규모 자금 지출을 해야하는 만큼, 분사 후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동섭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대표는 지난해 10월 21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0’ 행사장에서 “배터리 부문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사 가능성은 회사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재무상태도 좋은 편은 아니다. SK이노베이션이 자사 홈페이지에 게재한 2020년 4분기 IR자료에 따르면 총차입금은 13조6367억원으로 전년 11조1310억원보다 약 2조5000억원이나 늘었으며,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17%에서 149%로 크게 상승했다. 또 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차감한 순차입금은 무려 8조7000억원에 달한다.

물론 SK이노베이션이 2조원의 자금을 마련하지 못 하는 상황은 아니다. 현재 자회사 SK루브리컨츠와 SK종합화학 일부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며, 또 SK아이테크놀로지 상장과 함께 약 1조원의 구주매출을 결정했다. 게다가 합의금 2조원 중 1조원은 매출과 연동되는 로열티로 예상됨에 따라 지금 당장 LG에너지솔루션에 지급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몇 년간 배터리 사업에 다만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 부문 분사 및 IPO는 필연적으로 여겨진다. 2020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2018년부터 배터리 및 소재 사업에 총 7조7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중 지난해 말까지 4조8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계획에 따르면 약 3조원의 투자자금이 더 소모되는 데다 추가 투자 가능성도 높다.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좁히고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추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월 말에는 헝가리에 전기차 배터리 제3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현지법인 SKBH(SK배터리 헝가리)에 총 1조2700억원을 출자한다는 내용이다. 제3공장은 연산 30GWh(기가와트시) 규모로 올 3분기 착공해 2028년까지 총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이 과연 시장에서 얼마나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LG에너지솔루션도 자체 배터리 사업으로만 흑자를 유지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분사를 결정했다. 다만 IPO시기는 여전히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배터리 사업부문에서 4267억원의 손실을 냈으며 전년도인 2019년에도 3091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가 어떻든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분쟁이 끝난 만큼 배터리 분사 계획을 구체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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