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트윈타워.(사진=LG)
▲ LG트윈타워.(사진=LG)

LG에너지솔루션이 2조원의 합의금을 받고 지난 2년 동안 SK이노베이션과 벌인 배터리 법적 분쟁을 마무리했지만 모든 고민과 과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배터리 사업체 분사의 최종 목적인 기업공개(IPO)를 성공시켜야 하며, 또 동시에 분사 이후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배터리 화재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 코나 전기차(EV) 화재 원인이 배터리 결함으로 확인되며 LG에너지솔루션은 기술 안전성 논란을 마주했다.

투자에 요긴하게 쓰일 ‘2조’ 합의금

11일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의 합의금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1조원은 현금으로 지급받으며, 나머지 1조원은 로열티 형식으로 매출과 연동해 받기로 했다. 양사는 이후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며, 향후 10년간 추가 쟁송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번 2조원의 합의금은 공격적으로 배터리 사업을 확장하는 LG에너지솔루션에게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배터리 시장 경쟁이 최근 치열하게 펼쳐짐에 따라 격차를 벌이기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특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판결 이후 앞으로 2025년까지 미국 시장에 최소 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안에 미국 현지 최소 2곳의 후보지를 선정하고 신속하게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투자가 완료되면 미국에서만 70GWh(기가와트시) 이상의 독자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 국내 배터리 3사 설비 투자비용.(출처=각사 2020년 사업보고서.)
▲ 국내 배터리 3사 설비 투자비용.(출처=각사 2020년 사업보고서.)

이미 LG에너지솔루션은 2016년부터 배터리 사업에 과감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 폴란드 자동차 배터리 공장 증설을 위해 오는 2022년까지 총 4조80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빈강에는 2조원을 들여 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IPO 마무리 관건

LG에너지솔루션이 2조원의 합의금을 확보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 눈앞에 놓여 있다. 우선 올해를 목표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올 1월 상장 주관사를 선정했으며 늦어도 10월 안에는 상장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12월 1일 공식 출범과 함께 오는 2024년까지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지난해 LG화학의 전지 사업부문 매출이 12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4년 안에 매출 규모를 2배 넘게 늘려야 하는 셈이다.

이미 수십년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어마어마한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 LG화학은 추가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시급하다. 연결기준 2015년 41.8%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이 2020년 말 120.3%로 치솟으며 자체적으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재무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계획된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외부자금 유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과 1, 2위를 다투는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 상장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을 당시만 하더라도 몸값이 100조원에 달한다는 예측도 나왔다. LG화학이 IPO 이후에도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70~80% 유지한다고 밝혔던 것을 감안하면, 몸값이 100조원에 달할 경우 최대 30조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셈이다.

몸값 100조라는데...화재 리스크 관리 어떻게

다만 실제로 100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K이노베이션과 분쟁은 마무리 지었지만, 본질적인 사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배터리 화재 문제가 최근 가장 큰 리스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화재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온 이슈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에서 지속적으로 화재가 발생하자 완성차 업체들은 안전을 위해 리콜을 실시했다. 가장 먼저 현대차가 지난해 10월 2017년 9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제작한 코나EV 7만7000대를 리콜한다고 했으며, 미국 자동차업체 GM은 2017∼2019년 사이 생산된 쉐보레 볼트 전기차 6만8000여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GM과 현대차가 리콜하기로 결정한 차량 대수만 14만5000대에 이른다.

또 올해 추가적인 리콜도 있었다. 국토부는 지난 2월 현대차에서 제작·판매한 코나EV, 아이오닉 전기차, 일렉시티 등 2만6700대에서 제작결함이 발견돼 리콜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과 지난해 10월부터 정밀조사를 벌인 결과 배터리에 화재 원인이 있다고 지목했다. 국토부는 “배터리 셀 결함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했다. 공식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기술 결함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 LG에너지솔루션 충당부채 내역.(출처=LG에너지솔루션 2020년 감사보고서.)
▲ LG에너지솔루션 충당부채 내역.(출처=LG에너지솔루션 2020년 감사보고서.)

화재 원인이 배터리 셀 결함으로 확인되며 LG에너지솔루션은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했다. 총 리콜 비용이 약 1조4000억원으로 알려진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와 7:3 비율로 각각 리콜비용을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LG화학은 이번 리콜 탓에 지난해 영업이익을 기존 2조3531억원에서 5500억원을 차감한 1조7981억원으로 수정 발표했다.

아직 리스크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탑재된 GM의 볼트EV 리콜 문제가 남아 있다. 지난해 리콜하기로 결정한 6만9000대의 볼트EV에 대한 배터리 전면 교체가 실시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은 막대한 자금유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게다가 GM이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IPO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LG가 원하는 3조원의 합의금을 확보하진 못했지만 2조원도 내심 만족할 것”이라며 “앞으로 IPO 흥행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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