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건설 사옥 전경.(사진=GS건설)
▲ GS건설 사옥 전경.(사진=GS건설)

건설업의 '변신은 무죄'다. 국내 건설산업은 국내 주택시장의 규제와 해외 인프라 투자가 둔화되면서 '성숙기'에 접어든지 오래다. '내우외환'에 빠졌다는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2020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상위 10위 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6.96%를 기록했다. 전 산업 평균 영업이익률보다 소폭 높고,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보다 1~2% 높은 수준이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빈익빈 부익부'도 뚜렷하다.

시공능력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영업이익률은 4.5%, 현대건설은 2.5% 수준이다. 포스코건설(영업이익률 4.8%)과 현대엔지니어링(3.5%), SK건설(3.2%) 등 5개 업체는 영업이익률이 5%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 시공평가능력 기준 10대 건설사 영업이익률.(자료=금융감독원)
▲ 시공평가능력 기준 10대 건설사 영업이익률.(자료=금융감독원)

대형 건설사들은 실적 변동성을 줄이고, 산업 격변기에 대응하기 위해 신사업 준비에 한창이다. SK건설은 리싸이클링과 폐기물 처리 등에 진출하면서 '친환경'을 전면에 내세웠다. GS건설은 2012년부터 수처리와 태양광 등 신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중 GS건설은 본업인 건설업은 건설업대로 신사업은 신사업대로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신사업 부문의 매출은 6111억원의 매출을 냈는데, 매출 성장세가 빨라 조만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GS건설은 지난해 7.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 10대 건설사 중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GS건설의 특이점은 또 있다. GS건설은 그룹 계열회사 중에 유일하게 지주사인 ㈜GS의 지배에서 벗어나 있다. 사실상 허창수 회장의 개인회사로 분류돼 있다. 허창수 회장 등 17명의 특수관계인이 GS건설의 지분 25.5%를 보유하고 있다. GS그룹의 여타 계열 회사들은 지주사의 지배력 하에 있어 주요한 의사결정을 가족회의를 거친다. 반면 GS건설은 허 회장이 주도적으로 의사결정하고 있다.

▲ GS건설 특수관계인 지분 현황.(자료=금융감독원)
▲ GS건설 특수관계인 지분 현황.(자료=금융감독원)

이러한 점은 GS건설이 보다 기민하게 건설산업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는 평이다.

GS건설은 계열회사의 일감 없이 홀로 성장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삼성물산과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은 계열회사의 일감 비중이 20% 안팎인 데 반해 GS건설은 계열사 일감 없이 홀로 성장하고 있다. GS그룹에서 더 이상 '얻을 게 없어' 홀로서기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GS건설은 '허씨 가문(창업주 허만정)'의 일원으로 그룹의 울타리에 있지만, 이를 유지할 필요성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4세 경영을 맞은 GS건설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GS건설 신사업 매출 곧 1조...'탈-레거시'에 속도
 
지난해 말 GS건설의 연결 기준 자산총액은 13조7706억원을 기록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년 새 자산 규모가 12%(1조7374억원)이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의 몸집이 빠르게 불어난 건설업 침체기 미래 성장을 견인할 신사업 때문이다.

GS건설의 신사업은 실로 다양하다. GS건설은 2012년 스페인의 글로벌 수처리 업체 이니마(Inima OHL)를 인수했다. 2억3100만 유로(약 3440억원)에 이니마를 인수해 수처리 사업에 뛰어 들었다. 2019년 태양광 발전 사업에 진출했고 지난해 엘리베이터 사업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GS건설은 △수처리(정수 처리 또는 폐수 처리) △태양광 발전 △모듈러 주택(조립 주택) △엘리베이터 설치·보수 △2차전지 재활용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데이터 센터 등을 신사업으로 정하고 육성하고 있다. 대부분 건설업과 연관성이 있는 사업들로 건설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시너지를 낼 수 있고, 국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GS건설의 신사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신사업 부문은 611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보다 매출 규모가 52%(3175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신사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7.2%를 기록했다.

▲ GS건설 사업부문별 매출.(자료=금융감독원)
▲ GS건설 사업부문별 매출.(자료=금융감독원)

신사업 부문의 자산 규모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신사업 부문의 자산총액은 2조6566억원으로 전년보다 19%(5114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엘리베이터 사업 등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설비 투자가 이어졌고 자산규모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GS건설의 신사업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를 기록했다. 신사업 비중은 2019년 2.8%에서 한 해 동안 3.2% 포인트 증가했다. 태양광 발전과 엘리베이터, PC 및 모듈러 사업의 매출이 커질 수록 신사업 비중은 빠르게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GS건설 신사업 계열사 현황.(자료=금융감독원)
▲ GS건설 신사업 계열사 현황.(자료=금융감독원)

신사업을 추진할 계열회사들도 대폭 늘어났다. 2015년 GS건설의 신사업 계열사는 수처리 사업을 맡은 GS Inima Environment와 GS Inima의 계열회사 22개가 전부였다. 지난해 신사업 계열사는 17개로 집계됐는데, GS inima 계열사는 7곳(2015년 22곳)으로 줄었다. 모듈형 주택 관련 계열사인 댄우드(Danwood)와 자이가이스트(모듈러 주택 제조사)를 비롯해 △지피씨(콘크리트 회사) △에네르마(리튬전지 재활용) 등이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됐다.


지난해 설립된 신사업 계열사가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시작하면 GS건설의 신사업 비중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젊어진 GS건설, 'GS 울타리' 남을까 

GS건설은 GS그룹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GS의 연결기준 자산총액은 24조4768억원을 기록했다. GS건설의 자산총액은 13조7706억원으로 건설업의 자산규모는 그룹 전체 자산의 56% 수준이다. 특이점은 GS건설이 ㈜GS의 자산에 포함되지 않는 점이다. 양사는 서로 지분 관계가 없다.

▲ GS그룹 주요 계열사 자산총계 비교.(자료=금융감독원)
▲ GS그룹 주요 계열사 자산총계 비교.(자료=금융감독원)

GS건설은 신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외부에서 자금을 꾸준히 끌어오고 있다. GS건설의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689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부터 3년 연속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건 유·무형 자산에 투자한 금액이 유·무형 자산을 처분한 금액보다 많다는 의미다.

▲ GS건설 현금흐름 비교.(자료=금융감독원)
▲ GS건설 현금흐름 비교.(자료=금융감독원)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1조8266억원으로 집계됐다. 재무활동 현금유입액은 2조7986억원, 현금유출액은 2조747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갚은 돈보다 빌린 돈이 많다는 의미다.

이렇듯 GS건설은 신사업을 육성해 건설업을 경쟁력을 높이고 신규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이는 GS그룹의 에너지와 유통 계열사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GS그룹의 핵심은 정유와 유통, 건설업이다. GS리테일을 제외한 계열회사들은 자산 규모가 줄거나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GS리테일의 자산총액은 7조1777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과 비교해 자산 규모가 29%(2조788억원) 커졌다. 지난해 GS홈쇼핑 자산총액은 1조5779억원으로 같은 기간 동안 약 2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GS에너지와 GS칼텍스는 자산총액이 오히려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GS에너지와 GS칼텍스의 자산총액은 8조9395억원, 19조7402억원이다.

GS건설이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하면서 젊어진 동안 GS그룹의 여타 계열 회사들은 미래 성장을 견인할 신사업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유업 등 전통산업은 저유가와 마진 악화로 장기간 부진한 상황이다. 유통업은 쿠팡 등 이커머스가 급부상하면서 산업이 요동치고 있다.

㈜GS의 지분이 없는 GS건설만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육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는 다가올 미래 GS의 4세 간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GS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일가만 50여명에 달하고, 그룹 경영권 바통을 이을 4세만 수명이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허윤홍 GS건설 신사업부문 사장 등이 대표주자다. 허세홍 사장은 ㈜GS의 지분 2.37%를, 허서홍 GS에너지 전무는 2.04%, 허윤홍 사장 2.04%다.

▲ 왼쪽 허창수 GS건설 회장, 오른쪽 허윤홍 GS건설 사장.(사진=GS건설)
▲ 왼쪽 허창수 GS건설 회장, 오른쪽 허윤홍 GS건설 사장.(사진=GS건설)

미래의 GS를 견인할 주자들은 다수인 가운데 GS그룹의 노화는 빨라지고 있다. GS건설이 유일하게 미래 사업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재계는 4세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GS건설의 계열분리 가능성까지 점친다. ㈜GS의 지분이 없는 GS건설이 홀로서기를 통해 계열분리 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듯 GS그룹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오너일가의 지분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그룹을 견인할 핵심 사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창업주에서 후대로 갈수록 소유는 분산되고 가문경영의 중심축은 약해진다. GS건설 성장은 그룹 성장의 구심점이 될지 갈등의 핵심축이 될 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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