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S타워.(사진=GS그룹)
▲ GS타워.(사진=GS그룹)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취임 이후 내린 가장 큰 결정은 주력 유통 계열사인 GS리테일과 GS홈쇼핑을 합병하기로 한 것이다. 두 업체는 각각 편의점, 홈쇼핑 업계 1위의 사업자로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던 터라 합병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당시 양사는 “디지털 테크가 진화하고 소비행태가 변화하며 경영환경이 급변했다”며 합병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이커머스(e-Commerce)’시장이 대세로 떠올라 이에 대처하기 위해 합병을 한 것인데 선제적인 대처가 GS그룹답지 않다는 평가도 나왔다. 

합병 후 존속법인으로 남게 될 GS리테일은 오는 2025년까지 매출규모를 25조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최근 제시했다. 지난해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매출 합이 10조1000억원(각각 8조9000억원, 1조2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4년 내 매출을 약 2.5배 끌어올려야 하는 셈이다. 

GS리테일이 매출 25조원을 달성하려면 단순 계산상 지난해보다 15조원의 매출을 더 일으켜야 한다. 지난해 11월 합병 공시와 함께 첨부한 ‘합병전략 프레젠테이션’ 자료에는 매출이 아닌 취급액을 25조원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GS리테일이 50주년을 맞아 내놓은 계획에서는 매출을 25조원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 GS리테일, GS홈쇼핑 합병전략 프레젠테이션 자료.(출처=전자공시시스템.)
▲ GS리테일, GS홈쇼핑 합병전략 프레젠테이션 자료.(출처=전자공시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예상한 2025년도 취급액 규모는 20조원(각각 14조8000억원, 5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두 업체가 추정한 2020년도 취급액 규모는 15조4000억원(각각 11조원, 4조4000억원)으로 매년 5.2%의 연평균성장률(CAGR)을 기록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반영됐다. 취급액 25조원 달성을 위한 나머지 5조원은 양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로 채운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취급액 규모를 늘리는 것과 매출 규모를 늘리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홈쇼핑 업체를 예로 들자면 방송에서 1억원의 상품을 팔았다면 취급액은 1억원이지만 매출액은 그보다 훨씬 적은 수준으로 장부에 적힌다. 홈쇼핑 업체는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받는 수수료로 매출을 일으키지, 직접 물건을 매입해서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들의 실적을 비교할 때 매출액 대신 거래규모를 기준으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쿠팡은 이베이, 지마켓 등 다른 오픈마켓 사업자들과는 달리 직접 물품을 구입해 물류센터에 저장해뒀다 배송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거래액 규모는 큰 차이가 없더라도 매출로는 거대한 착시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쟁점은 GS리테일이 밝힌 매출목표 25조원이 실제로 순수 매출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오픈마켓 형식의 사업을 영위하는 GS홈쇼핑의 취급액을 더한 것인지 여부다. GS홈쇼핑의 취급액을 매출로 계산한 것이라면 매출 25조원의 목표가 설득력 있지만, 순수 매출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4년 연속으로 유례없는 성장을 연속적으로 이어가야 한다. 

▲ GS리테일 실적 추이.(출처=GS리테일 사업보고서.)
▲ GS리테일 실적 추이.(출처=GS리테일 사업보고서.)

GS리테일의 과거 실적 추이를 살펴보면 단기간에 매출규모를 크게 늘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GS리테일의 매출규모는 8조9000억원으로 2011년 4조원과 비교하면 9년간 2배 조금 넘게 성장했다. 물론 이 실적도 대단하지만 4~5년 내 2.5배를 늘린다는 계획과 견줘보면 크게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 국내 편의점 시장 성장 추이.(출처=GS리테일 사업보고서.)
▲ 국내 편의점 시장 성장 추이.(출처=GS리테일 사업보고서.)

게다가 편의점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는다. GS리테일 2020년 사업보고서 내 편의점 시장의 매출규모를 보면 2016년만 해도 18.2%에 달했던 성장률이 매해 하락하며 2020년에는 2.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점포수 증가율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그동안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던 GS리테일의 매출도 이미 2018년부터 정체구간에 접어들었다. 

GS홈쇼핑의 매출성장률은 GS리테일보다도 낮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매출이 92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으로 늘어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두 배 가까이 성장한 GS리테일과 비교하면 사실상 매출규모에 큰 변화가 없었던 셈이다. 

▲ GS홈쇼핑 실적 추이.(출처=GS홈쇼핑 사업보고서.)
▲ GS홈쇼핑 실적 추이.(출처=GS홈쇼핑 사업보고서.)

결국 순수 매출 25조원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규모의 매출 시너지 효과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구체적으로 GS리테일은 GS홈쇼핑과 통합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고객을 확대하고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합하는 옴니채널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 상품군 확대, 디지털 전환, 물류통합 등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이를 바탕으로 매출규모를 2.5배 끌어올리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는 입장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매출 기준으로 2025년까지 25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라며 “GS리테일과 GS홈쇼핑은 각각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탄탄한 사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시너지를 내는데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통합 후에도 GS리테일이 매출 25조원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GS홈쇼핑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매출 25조원 목표는 GS리테일의 매출액과 GS홈쇼핑의 취급액을 더한 목표일 것”이라며 “GS홈쇼핑 매출이 적어 단순 매출로는 쉽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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