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2025년까지 B2B·플랫폼 사업 매출 비중을 50%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KT는 올해 커넥티드카·모빌리티 부문에서 기술 개발 외 실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 모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KT는 2004년 커넥티드카 사업을 시작했다. 커넥티드카는 쉽게 말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자동차'다. 네트워크를 통해 도로 교통상황이나 안전 경보 등 차량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받아 운전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재 국내 커넥티드카 시장에서 KT의 점유율은 약 60%로 1위. 가입자는 2017년 50만명, 2019년 100만명 수준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는 20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 제주도 C-ITS 실증 과정에 사용된 자율주행차량 (사진=KT)
▲ 제주도 C-ITS 실증 과정에 사용된 자율주행차량 (사진=KT)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낸 건 KT가 주사업자로 참여한 2020년 제주도 C-ITS(차세대 지능형 교통체계) 구축 사업이다. 제주도 주요 도로 약 300km 구간에 웨이브(Wave, 차량용 네트워킹 기술) 통신을 바탕으로 약 3000대 렌터카에 C-IT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렌터카에는 교통신호뿐 아니라 역주행이나 무단횡단 등 돌발상황, 기상정보, 주차정보 등 14개 C-ITS 서비스와 KT가 제안한 4개 특화 서비스(우선신호, 관광·기상, 지능형 운전자 보조시스템 활용 사고방제·방지, 돌발상황 대응) 총 18개 서비스가 지원된다.

또 긴급차량 우선신호제어 시스템을 통해 제주에서는 응급차량의 평균 도착 시간이 14분20초에서 11분50초로 17.4% 감소했다. KT는 제주도와 손잡고 민간 내비게이션 앱에 C-ITS가 수집한 정보를 개방형 구조로 제공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 KT는 국내 4개 C-ITS 구축 도시 중 세 곳에서 주관, 협력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자료=KT)
▲ KT는 국내 4개 C-ITS 구축 도시 중 세 곳에서 주관, 협력 사업자로 참여하고 있다 (자료=KT)

'어드밴스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A-IVI)'로 명명된 이 앱은 사용자가 모바일 내비게이션의 길 안내를 받더라도 앱 위에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플로팅 기능을 통해 C-ITS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차량 내장형 내비게이션보다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을 더 많이 쓰는 현실을 감안해 개발된 것이다. 나아가 KT는 각 지자체별 사업 발주 구조에서 벗어나 전국단위 통합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위한 표준화 작업에도 힘을 싣는다는 방침이다.

자율주행 부문에서 KT는 2017년 국내 최초로 상용 자율주행 서비스 허가를 받았다. 이어 2018년 K-시티에서 자율주행 관제·원격제어 기술 시연에 성공했으며 2019년 판교 제로시티에 자율주행 실증 단지를 조성했다. 

KT는 판교 제로시티 테스트 베드를 바탕으로 에디슨모터스와 자율협력주행 차량을 제작, 여객 운수 서비스 실증까지 연계 추진했다. 이번 사업에는 국내 최초로 자율협력주행에 전기버스가 도입된다. 오는 9월 판교 실구간 서비스가 예정된 자율협력주행은 자율주행차가 C-ITS를 통해 도로, 혹은 다른 자동차에서 전송된 정보를 받아 충돌 직전 사전에 감속하는 등의 방식으로 위험 상황을 극복하고 도로 정체 개선에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기술이다.

KT는 앞으로 커넥티드카·자율주행 사업에서 소비자 대상 제품(B2C)·서비스보다 기업에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B2B) 영역에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모빌리티 분야의 B2C 서비스에선 이미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해 쟁쟁한 사업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KT는 이들 서비스 기업을 포함해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과도 연대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특히 차량 제조 단계에서 내장(Embedding)되는 특화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협력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 최강림 KT 커넥티드카비즈센터 상무 (사진=KT)
▲ 최강림 KT 커넥티드카비즈센터 상무 (사진=KT)

일례로 최강림 KT 커넥티드카비즈센터 상무는 '화물차 기사를 위한 전용 내비게이션'을 제시했다. 최 상무는 "화물차는 일반 차량과 달리 높이, 적재한 화물 종류 등을 고려해 갈 수 있는 길이 제한적이지만 일반 내비게이션은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며 "각 화물차에 걸맞은 설정값을 세팅하면 경로 설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경로탐색엔진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또 도로 상태에 따라 예상 주행거리 변화가 큰 전기차용 내비게이션 알고리즘도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도로의 오르막길, 내리막길 고도 차이 등까지 고려해 배터리 소모량을 효율적으로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현대자동차와는 '현대 GV70' 모델에 KT 지니뮤직 서비스를 내장했다. 그보다 앞서 메르세데스-벤츠와는 다양한 편의 서비스 예약을 돕는 '메르세데스 미 케어' 앱을 개발했으며 KT는 궁극적으로 이런 차량용 콘텐츠 서비스 파트너를 확대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KT의 콘텐츠 분야 자산을 활용한 차량용 구독형 콘텐츠 등 신규 서비스 개발도 논의되고 있다. 

최 상무는 "B2C 모빌리티는 시장에서 잘 하고 있는 사업자들에게 맡기고, KT는 우리가 보유한 백엔드 인프라 및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공급하는 등 이 영역에서는 철저히 B2B 관점으로 사업 방향성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된 다소 특별한 사업도 기획 중이다. 친환경 전기 이륜차를 위한 '배터리 스와핑 스테이션(BSS)'이다. 충전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전기 배터리의 특성을 고려해 충전 대신 BSS에서 완충된 배터리로 바로 교환해주는 형태의 사업이다. KT에 따르면 빠르면 올해 하반기, 내년 상반기 초에는 BSS 서비스가 공개될 전망이다.

이 밖에도 KT가 통신 사업자로서 커넥티드카·자율주행 사업 부문에서 그리고 있는 먹거리는 다양하다. 통신 인프라 제공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다양한 사용자, 주행, 차량 데이터 등을 가공한 응용 서비스 개발 및 데이터 관련 사업 추진도 유력하게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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