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모바일 게임 매출 양강체제도 이젠 옛말이 됐습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리니지M'과 '리니지2M' 형제가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1·2위를 다퉜는데요. 최근 이 양강체제에 균열을 준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쿠키런: 킹덤'입니다. 

쿠키런: 킹덤은 지난 13일 리니지2M을 제치고 구글플레이 스토어 최고매출 2위에 올랐습니다. 15일 현재 매출 2위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는데요. 지난 1월 21일 출시 후 매출 톱10에 안착한 바 있지만 이 처럼 가파른 순위 상승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입니다. 쿠키런: 킹덤의 '역주행 같은 정주행'은 어떻게 이뤄졌을까요.

하루에 수십억…쿠키런: 킹덤의 반란

쿠키런: 킹덤의 상승세는 다른 앱마켓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애플 앱스토어와 원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기 때문이죠. 

▲ (사진=데브시스터즈)
▲ (사진=데브시스터즈)
국내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는 구글플레이 스토어가 '규모의 경제'라면 애플 앱스토어의 경우 적은 수요 대신 개인별 과금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각 앱마켓 별로 차이가 있지만 업계에서는 매출 1~2위의 일 평균 매출을 수십억 규모로 보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쿠키런: 킹덤이 벌어들이는 일 평균 매출은 어느 정도일까요.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구글플레이 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원스토어 합산 기준 쿠키런: 킹덤의 매출은 200억2471만원입니다.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게임은 702억6152만원을 기록한 리니지M으로 나타났고, 리니지2M이 554억9284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달 기준 쿠키런: 킹덤은 전체 앱마켓 순위 3위를 기록했죠. 

▲ 3월 사용자 및 매출 톱5 게임. (사진=아이지에이웍스)
▲ 3월 사용자 및 매출 톱5 게임. (사진=아이지에이웍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모바일 게임 거래액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쿠키런: 킹덤의 월 매출은 300억~500억원 선으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지에이웍스 조사 결과를 보면 올 1분기(4월 데이터 포함) 모바일 게임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조655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쿠키런: 킹덤은 이 달 들어 매출 2위에 오른 만큼 최소 리니지2M이 벌어들인 금액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상승세가 유지될 경우 매일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죠. 

몸값 키우는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킹덤이 흥행하면서 개발사이자 서비스 기업인 데브시스터즈의 주가도 치솟았습니다. 지난 1월 19일 종가기준 주당 1만5300원이었던 데브시스터즈 주가는 쿠키런: 킹덤 출시일(1월 21일) 1만7250원까지 올랐습니다. 

소폭의 상승세를 이어가던 데브시스터즈 주가는 지난 1월 27일 3만9300원까지 올랐다가 2월 19일 5만원 선까지 도달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17일 7만6400원이었던 데브시스터즈 주가는 같은 달 22일 10만원의 벽을 돌파했습니다. 15일 현재 종가 기준 12만7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는데요. 3개월 새 무려 10배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이 날 기준 데브시스터즈의 시가총액은 1조4525억원으로, 코스닥 35위 규모입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쿠키런: 킹덤 하나로 이뤄낸 성과인데요. 주가가 올랐던 날짜를 비교해 보면 쿠키런: 킹덤의 업데이트 일과 겹치거나 패치가 반영된 직후 시기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쿠키런: 킹덤의 인기 요소에 따라 기업의 가치가 좌우되는 셈입니다. 

데브시스터즈의 실적 개선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는데요. 지난해 4분기 데브시스터즈는 매출 178억원, 영업손실 52억원, 당기순손실 9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작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의 4주년 기념 업데이트 등의 영향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53% 늘었지만, 신작 등의 마케팅 비용이 증가함에 따라 영업손실이 이어졌습니다.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올 1분기에는 흑자전환이 예상되는데요. 증권가에서는 올 1분기 데브시스터즈의 매출을 850억원대에서 많게는 950억원까지 바라보고 있습니다. 영업이익도 300억원대로 전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인데요. 쿠키런: 킹덤의 매출 성과가 제대로 반영될 경우 성장폭을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캐주얼에서 RPG로, 이유있는 변신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기는데요. 쿠키런: 킹덤이 '얼마나 매력적이길래?'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릅니다. 

쿠키런: 킹덤은 지난 1월 21일 출시한 수집형 모바일 RPG입니다. 이는 데브시스터즈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RPG인데요. 퍼즐, 아케이드로 활용했던 '쿠키런'의 지식재산권(IP)에 수집형 RPG 요소를 추가한 것입니다. '쿠키런: 오븐브레이크'에서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뛰어다니던 쿠키 캐릭터들이 무기를 들고 전장으로 뛰어들었다는 설정인데, 시장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 (사진=데브시스터즈)
▲ (사진=데브시스터즈)
사실 출시 전까지만 해도 쿠키런: 킹덤에 대한 반응은 회의적이었습니다. 수집형 RPG의 필수 덕목인 '수려한 일러스트' 요건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기존 쿠키런 캐릭터들은 '구운 쿠키'라는 콘셉트에 맞게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형태로 디자인된 바 있습니다. 수집과 육성 기능이 결합된 RPG와는 궁합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죠. 출시 기준 30개의 쿠키 캐릭터도 수집형 RPG 규모로 볼 때 '너무 적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대중들의 반응은 시장의 예상과 달랐습니다. 귀여운 것에 본능적으로 끌리듯, 쿠키런: 킹덤이 출시된 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는데요. 출시 5일 만에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10위에 오른 쿠키런: 킹덤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애플 앱스토어 매출의 경우 1위를 차지하며 순항했죠. 

▲ (사진=쿠키런: 킹덤 게임화면 갈무리)
▲ (사진=쿠키런: 킹덤 게임화면 갈무리)
쿠키런: 킹덤 흥행의 1등 공신은 캐릭터에 있습니다. 쿠키런 시리즈에 등장했던 오리지널 캐릭터부터 마들렌맛, 에스프레소맛, 호밀맛 등 새롭게 디자인된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단순히 캐릭터가 귀여워서 흥행한 것만은 아니었는데요. 쿠키런: 킹덤 캐릭터는 커먼, 레어, 에픽 등의 등급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최고 등급인 에픽 캐릭터 가운데서도 유저들 사이에서 필수 요소로 꼽히는 대장급 캐릭터들의 활용도가 높았습니다. 

최근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2위까지 상승한 배경도 캐릭터의 힘이 존재합니다. 지난 8일 데브시스터즈는 쿠키런: 킹덤 업데이트를 통해 신규 캐릭터 '퓨어바닐라쿠키'를 추가했습니다. 퓨어바닐라쿠키는 에픽 등급보다 높은 첫 번째 '에이션트' 쿠키로 설정돼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켰죠. 수집형 RPG 특성상 캐릭터의 밸런스가 성패를 가르는 만큼 최고등급 캐릭터를 추가함으로써 쿠키런: 킹덤 유저들의 지갑을 활짝 연 셈인데요. 

▲ 쿠키런: 킹덤 초기 화면에서 나만의 왕국을 꾸밀 수 있다. (사진=쿠키런: 킹덤 게임화면 갈무리)
▲ 쿠키런: 킹덤 초기 화면에서 나만의 왕국을 꾸밀 수 있다. (사진=쿠키런: 킹덤 게임화면 갈무리)
귀여운 캐릭터를 직접 육성하고 소장하는 재미. 여기에 쿠키런: 킹덤이 차별화를 둔 것은 나만의 왕국을 꾸미는 커스터마이징 기능입니다. 쿠키런: 킹덤은 메인 화면에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한 후 개성에 맞게 꾸밀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스킨을 선택하고 아기자기한 건물들을 필요에 맞게 배치할 수 있죠. 레벨이 올라갈 수록 캐릭터의 육성 한계치도 확대되기 때문에 왕국 건설을 게을리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게임(SNG)로 불렸던 팜류 장르의 게임성까지 접목한 것인데요. 

캐주얼 IP의 귀여움, 육성 및 수집에 충실한 RPG 요소, 나만의 왕국을 꾸미는 커스터마이징까지 3박자가 들어 맞았기에 꾸준한 흥행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커스터마이징 기능을 지원하면서 여성 유저의 참여율도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를 보면 지난 한 달간 쿠키런: 킹덤을 이용한 여성은 전체의 57.4%로 남성보다 많았습니다. 연령별로는 20대 여성이 27.7%를 차지했고 뒤를 이어 10대 여성이 10.9%로 나타났는데요. 1020 여성층 사이에서 이용률이 높았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반등에 반등을 거듭하는 쿠키런: 킹덤과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IP를 통해 캐주얼 게임 명가로 거듭나며 코스닥 상장까지 이뤘던 데브시스터즈는 '원 히트 원더'라는 오명을 깔끔하게 씻어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쿠키런: 킹덤 출시 전까지 6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던 데브시스터즈의 도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요.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