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아시는 분들 뿐만 아니라 모르는 분들이라도 이 브랜드는 들어봤을 겁니다. 바로 오늘의 주인공 ‘씽크패드’(ThinkPad)입니다. 1990년대 처음 등장한 이 제품은 출시 직후부터 노트북 시장을 평정하면서 노트북 역사를 대표하는 제품이 됐죠.

이번에 리뷰하는 제품은 바로 레노버(Lenovo)가 출시한 ‘씽크패드 X1 나노’입니다. 씽크패드 하면 IBM이 곧잘 떠오르실텐데, 왜 레노버에 있는지 궁금하실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IBM 씽크패드의 역사와 흥망성쇠, 그리고 레노버에서의 부활입니다.

제품 분석과 씽크패드의 역사 정리는 노트북 전문 리뷰 사이트 ‘JN테크리뷰(jntechreview.tistory.com)’ 대표 게사장이 도움을 주셨습니다. 참고로 씽크패드 X1 나노는 <블로터>가 레노버 측으로부터 약 2주간 대여해 사용했으며 기사와 영상 제작은 독립적으로 이뤄졌음을 알립니다.

최초의 씽크패드는 1992년 출시됐습니다. IBM이 노트북 시장 평정을 위해 자체 브랜드로 출시한 것이었죠. 사실 노트북은 1980년대 처음 등장했는데, IBM은 개인용 PC 시장은 잡고 있었지만 노트북 시장은 도시바(Toshiba)와 컴팩(Compaq)에 밀리는 상황이었죠.

사실 당시 노트북이라봐야 지금 컴퓨터 본체에 모니터 하나 붙인 수준이었습니다. IBM은 이에 노트북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PS2 L40’이란 제품을 선보였는데, 결과는 좋지 못했죠. 이에 모든 기술적 역량을 쏟아부어 절치부심한 끝에 선보인 제품이 바로 씽크패드였습니다.

▲ 과거 IBM 산하 씽크패드 로고와 레노버 산하 씽크패드 X1 로고 각인.
▲ 과거 IBM 산하 씽크패드 로고와 레노버 산하 씽크패드 X1 로고 각인.

과거 노트북 디자인을 생각해보면 흰색이나 회색 톤이 많았죠. 아마 몇 년 쓰다 보면 금방 변색돼 미관상 별로 좋지 않았는데, IBM은 이런 노트북에서 특출난 디자인으로 독보적 지위에 오릅니다. 검정색 엣지있는 색상에 견고한 형태, 노트북 우측 하단의 세련된 로고, 그리고 일명 ‘빨콩’이라 불리는 트랙포인트는 씽크패드의 상징과도 같은 디자인이었죠.

물론 씽크패드가 디자인으로만 성공한 건 아닙니다. 입력장치 측면에서 IBM은 워낙 키보드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했고, 또 우수한 설계와 내구성으로 초창기 모델들은 타사 노트북 대비 우월한 기술력을 자랑했죠. 하다못해 씽크패드가 미국 나사(NASA)의 우주 프로젝트에도 쓰일 정도였으니, 당대 최고의 노트북이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1990년대 황금기를 보낸 씽크패드는 2000년대 드라마틱하게 몰락합니다. 시작은 개인용 PC와 노트북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대중화됐기 때문이죠. 여타 회사들이 씽크패드를 따라한 제품들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쏟아냈고, 이에 회사의 수익성이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IT업계를 강타한 ‘닷컴버블’의 붕괴와 맞물려 IBM의 사세는 급격하게 무너집니다. 기존 프리미엄 전략이 먹히지 않기 시작하면서 IBM은 씽크패드로 폼팩터를 바꾸는 급진적 실험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죠. 결국 2004년 씽크패드를 포함한 IBM PC사업부를 인수한 곳이 바로 레노버입니다.

레노버 산하에서 씽크패드는 원가 절감과 더불어 저가부터 프리미엄, 워크스테이션 급까지 시리즈를 세분화하기 시작합니다. ‘SL’ ‘T’ ‘X’ 시리즈가 등장했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T’ 시리즈의 진화와 함께 저가형의 ‘L’ ‘Edge’, 그리고 ‘X’ 시리즈에서 더 프리미엄을 앞세운 ‘X1’ 시리즈를 선보이죠.

그래서 씽크패드의 레노버는 어떤 지위일까요? 글로벌 PC 시장 점유율을 보면 레노버는 2018년부터 22.5%로 HP를 제치고 1위를 잡은 뒤 지금껏 왕좌에서 내려가지 않고 있습니다. 씽크패드를 끌어안으며 내수 시장을 적극 공략한 레노버의 전략이 먹힌 것이죠.

레노버에 인수되긴 했지만, 씽크패드는 여전히 대중 인식에 ‘노트북의 대명사’로 각인된 브랜드입니다. 과거 이 노트북을 써본 향수가 있는 분들 가운데 IT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여전히 여러 이유로 노트북에서 씽크패드를 선호한다고 하더군요. 다양한 노트북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여전히 시장을 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해보입니다.

'X1 나노', 서브 노트북으로도 플랙스하고 싶다면?!

본격적으로 ‘씽크패드 X1 나노’를 분석해보죠. 앞서 말했듯 X1은 씽크패드의 프리미엄 노트북 라인업에 속하고요. X1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제품은 14인치의 ‘X1 카본’입니다. 이름 그대로 ‘카본파이버’(탄소섬유)라는 소재를 활용해 경량화와 내구성을 함께 확보한 제품이죠.

그리고 X1 나노는 여기에 13인치로 크기를 줄이면서 추가 경량화에 성공했습니다. 노트북 무게는 스팩시트상 962g인데 저희가 자체 측정해보니 901g으로 확인됐습니다. 씽크패드 브랜드 역사상 첫 1kg 미만 제품입니다.

X1 나노는 스팩과 별개로 여러모로 재미있는 게 많은 제품입니다. 지금은 노트북에서 잘 쓰이지 않는 소재인 탄소섬유만으로도 주목할 부분이 있죠. 처음에 소니에서 바이오(Vaio)라는 노트북에 이 소재를 도입했는데 강하고 가벼워 주목받았습니다. 다만 다소 비싼 가격에 검은 색상 외에 다른 색을 표현하지 못합니다. 지금 노트북 폼팩터 소재로 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이 대세가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디스플레이도 주목할 만합니다. 노트북 중 소형인 13인치 IPS 패널을 쓰는 제품으로 QHD 해상도를 갖고 있죠. 근데 화면 비율이 16:10(2160x1350)으로 통상의 16:9에서 가로가 짧고 세로가 좀 더 깁니다. 덕분에 가로 길이가 줄어 휴대성은 좋아지고, 문서작업을 할 때 좀 더 길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생깁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게임이나 영화 등 콘텐츠들이 대부분 16:9를 기본 화면비로 잡고 있다는 것이죠. 최적의 해상도로 콘텐츠를 즐기진 못한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그럼에도 16:10 화면비 노트북은 향후 보편화할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다만 제품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은 가격인데요, 인텔 i7 타이거레이크(1160G7)에 Xe 내장그래픽을 쓰는 제품치곤 200만원대라는 높은 수준에 형성됐습니다. 소재나 입·출력장치, 설계 등이 프리미엄화됐다는 점과는 별개로 서브 노트북에 해당하는 제품이 이 가격은 매우 높습니다.

또 경량화된 노트북임을 감안해도 포트 구성은 매우 아쉽습니다. 노트북에 있는 포트는 3.5mm 오디오 포트와 USB-C 썬더볼트 2개만 있습니다. 그 흔한 USB-A나 HDMI조차 없어서 이를 쓰려면 별도의 USB 허브 포트가 필요합니다. 이 노트북을 사면 허브를 얹혀주는 경우가 많긴 한데, 그럼에도 별도로 허브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점은 다소 불편한 지점입니다.

그럼에도 리뷰 과정에서 기자와 게사장은 이 노트북에 대체적으로 호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단 만듬새가 워낙 뛰어났고, 노트북 사용과 휴대 측면에서 만족감이 매우 높았기 때문입니다. 게사장은 가격을 감안하지 않을 경우 10점 만점에 9점, 가격을 감안하면 5.5점을 줬고요. 기자는 가격을 감안해야 한다는 가정하에 6점을 줬습니다.

이번엔 X1 나노와 함께 씽크패드의 역사를 알아봤습니다. 워낙 유서 깊은 브랜드에다 만듬새가 좋고 가볍다 보니 다소 비싼 가격에도 관심을 갖고 찾는 사람은 많은 듯합니다. 이번 리뷰로 씽크패드에 대한 여러분의 지식이 늘었길 바랍니다.

▲ '900그램' 씽크패드 X1 나노 리뷰 / 씽크패드 30년 총정리. IBM에서 레노버로 넘어간 이유? 돈 있는 회장님은 'Flex!'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