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신소’는 돈을 받고 남의 뒤를 밟는 일을 합니다. ‘블로터 IT흥신소’는 독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고, 궁금한 점을 대신 알아봐 드립니다. IT에 관한 질문, 아낌없이 던져주세요. 이메일(bloter@bloter.net), 페이스북(/bloter.net), 네이버TV, 유튜브 모두 열려 있습니다.
유튜브는 명실상부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입니다. 전세계 유튜브 이용자 수는 월 평균 19억 명, 유튜브 사용 시간은 매일 10억 시간을 넘습니다. 시청자가 많은 만큼 창작자들도 많습니다. 전 세계 채널 수는 8550만 개, 크리에이터 수는 5090만 명이라 하죠.

한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국내 유튜브 앱 사용자는 대한민국 인구의 83%인 4300만 명, 하루 시청 시간은 한 시간, 한 달 중 무려 하루를 유튜브에 쓰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광고로 돈 버는 유튜브 채널이 무려 10만 개나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내 채널은 수익화가 안 되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만약 본인이 만드는 콘텐츠가 양질인데도 조회 수가 잘 안 나온다면, 이번 <블로터> IT흥신소는 조금 도움이 되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영상제작·디자인=박수혁)
▲ (영상제작·디자인=박수혁)

2019년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군산대학교, 카이스트, 서울대학교 등이 참여해 흥미로운 리포트를 하나 냈습니다. 제목이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인데요. 이 리포트는 유튜브가 어떤 식으로 사용자에게 영상을 추천하는지를 분석한 자료입니다. 오늘 IT흥신소는 이 리포트를 분석하는 내용입니다.

먼저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대해 한 번 알아봅시다. 유튜브 최고상품담당자 닐 모한(Neal Mohan)에 따르면 유튜브 이용자 시청시간의 70%가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결과입니다. 유튜브엔 1분에 무려 500시간에 해당하는 영상이 올라오고, 하루 추천 영상만 무려 2억 개에 달하죠. 사람의 힘으로 통제 불가능한 수인 만큼 결국 시스템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공식적으로 알고리즘 작동 방식은 유튜브의 ‘영업비밀’입니다. 근데 세간에는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할지를 분석한 글들이 있죠. 글로벌 리서치 기관이나 언론들이 낸 기사도 있는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튜브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이 궁금한 듯합니다.

오늘 소개할 리포트도 이 영업비밀을 분석한 내용입니다. 다시 말해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을 추천하는지, 그 영상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를 알려주겠다는 겁니다. 좀 흥미롭지 않으신가요? 사실 저희가 더 궁금해 공부했습니다.

▲ 국내 유튜브 앱 사용자 수와 주요 앱 1인 당 월 평균 사용 시간. (자료=IGA웍스)
▲ 국내 유튜브 앱 사용자 수와 주요 앱 1인 당 월 평균 사용 시간. (자료=IGA웍스)

유튜브 알고리즘이 가장 먼저 보는 건 뭘까요? 바로 시청자들의 ‘흔적’입니다. 예컨대 여러분이 유튜브로 힙합을 들었다면, 유튜브는 여러분께 다음에도 힙합을 추천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흔적도 함께 작동합니다. 당신과 같은 영상을 본 사람이 있는데 다음에 다른 영상을 오래 봤다면, 여러분에게도 그 영상이 추천되는 겁니다.

이 프로세스를 생각해봅시다. 내가 어떤 영상을 누르고, 그 영상을 시청하고, 다른 영상으로 넘어가는 겁니다. 여기엔 어떤 데이터가 발생하나요? ‘영상의 조회 수’ ‘시청시간’이 잡히겠죠. 그리고 이 데이터들에서 좀 더 파생된 정보들이 나옵니다. 이번에 본 영상이 내가 몇 번째로 본 영상일지, 또 해당 영상 시청을 끝으로 유튜브가 종료됐는지, 다음엔 어떤 영상을 봤는지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 매커니즘을 이해하셨다면,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 봅시다. 영상을 어떻게 만들어야 사람들이 많이 볼까요?

▲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 갈무리)
▲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 갈무리)

첫 번째 비밀은 바로 영상의 시간입니다. 유튜브 영상 시간은 긴 게 좋을까요, 짧은 게 좋을까요? 짧고 굵은 게 좋다 생각하시는 분이 많을 텐데, 오히려 긴 게 더 좋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유튜브 알고리즘이 좋게 보는 영상은 특정 영상의 전체 길이 대비 시청 비율 아니라, 그냥 영상 시청시간 그 자체라 합니다. 분량이 긴데 사람이 오래 본다면 그 자체로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영상인 겁니다.

‘퓨 리서치 센터’라는 곳에서 34만 개의 개별 영상 데이터를 추출했습니다. 그 결과 재생을 거듭할수록 알고리즘이 더 길고 더 유명한 영상을 추천하는 경향을 찾았다고 합니다. 예컨대 첫 추천 영상이 12분짜리였다면, 네 번째 추천한 영상은 15분이었고, 조회 수도 더 많은 걸로 유도한다는 거죠.

왜 그럴까요? 유튜브에 최대한 오래 체류시키는 게 목적인 알고리즘이 사용자를 긴 영상으로 끌어들이는 겁니다. 창작자들에겐 광고가 곧 돈이지만, 유튜브에겐 시간이 곧 돈인 겁니다. 영상을 오래 보는 만큼 광고에 더 자주 노출될 거고, 유료 가입자도 더 확보할 수 있겠죠.

▲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 갈무리)
▲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 갈무리)

두 번째 비밀은 유튜브는 좀 더 자극적 영상을 선호한다는 겁니다. 버즈피드 연구에 따르면 유튜브 시청자들이 뉴스를 볼 경우, 추천을 거듭할수록 알고리즘이 음모론이 선동 성향을 가진 영상을 추천하는 패턴을 찾았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앞서 말씀드렸듯, 유튜브에게 시간은 곧 돈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자극적 이야기를 찾아다니는 경향이 있죠. 2017년엔 폭력적이고 선정적 애니메이션이 미성년자에게 노출된 2017년 엘사게이트가 있었고요. 또한 2018년 벌어진 캘리포니아 산불이 외부 세력이 저지른 것이라 주장한 가짜뉴스 영상이 대규모 조회수를 얻기도 했습니다. 이런 문제 때문에 기업들이 유튜브에 광고를 중단하는 사태를 낳기도 했죠.

그렇다고 무조건 자극적 영상만 올려서도 안 됩니다. 유튜브에선 문제가 되는 영상을 없애려는 작업을 하고 있고요, 나아가 편향된 이념을 비추고 옹호하는 채널과 동영상을 삭제하기도 합니다. 음식에 적당한 조미료가 들어가야 맛이 좋아지듯, 여러분들이 만드는 콘텐츠에도 적절한 색깔과 유머가 들어가면 좋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될 듯합니다.

▲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 갈무리)
▲ (자료=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 갈무리)

세 번째 비밀은 특이합니다. 바로 ‘제목’입니다. 제목은 긴 게 좋을까요, 아니면 압축적인 게 좋을까요? 저희처럼 제목 짓기를 자주 하시는 분들은 짧고 압축적인 제목을 좋아할 텐데, 의외로 유튜브는 제목이 길수록 영상 선호도가 높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제목이 길어선 안 됩니다. 제목 안에 영상에 담을 주요 키워드가 모두 들어가야 합니다. 영상의 설명 부분에 들어가는 디테일한 내용들이 제목에도 잘 들어가면 알고리즘에서 해당 영상을 더 잘 노출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네 번째 비밀은 바로 ‘시의성’입니다. 알고리즘이 특정 기간에 가장 화제가 되는 이슈를 집중적으로 추천하는 겁니다. 정치나 경제 유튜브가 대표적입니다. 정치적 이슈가 생겼을 때 관련 영상의 완성도와 무관하게 조회 수가 올라가고, 또 특정 경제 이슈에서 주식 콘텐츠가 물밀 듯 쏟아지는 게 바로 그런 효과를 노린 것이죠.

알고리즘의 비밀을 다시 정리해봅시다. 영상 시간은 길수록, 내용은 흥미로울수록, 제목은 길고 키워드가 잘 담길수록, 시의성에 맞을수록 추천 빈도가 높아진다는 겁니다. 유튜브 전체 시청 시간의 70%가 추천에 의존하고 있다고 하니, 이러한 알고리즘의 비밀은 무시할 수 없어 보입니다.

▲ [IT흥신소] 유튜브 알고리즘이 조회수를 만드는 비밀은? 유튜브 영업 비밀 파헤치기 / 제목과 영상을 길게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 이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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