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조명해봅니다.
최근 국내 금값 거래량은 줄어들고, 비트코인 가격과 거래량은 오르는 현상이 관측됩니다. 이에 금과 비트코인의 상관관계, 또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4월 국내 금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74억원으로 3월 대비 7.7% 감소했고, 112억원을 기록한 1월과 비교하면 34% 줄었습니다. 18일 기준 국내 금 가격도 3.75g(1돈)당 6만3267원으로 지난 1월 최고가인 6만7058원 대비 5.65% 낮아졌습니다. 시계를 조금 더 돌려보면 지난해 8월(7만8538원) 이후 계속 하락세입니다.

▲ 최근 3개월 국내 금 시세 (자료=네이버 금융 갈무리, 16일 신한은행 기준, 단위 '원')
▲ 최근 3개월 국내 금 시세 (자료=네이버 금융 갈무리, 16일 신한은행 기준, 단위 '원')

반면, 같은 기간 비트코인 가격과 거래량은 꾸준히 오름세입니다. 글로벌 비트코인 가격 및 거래량을 확인할 수 있는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올해 1월 비트코인 가격은 약 3만7000달러였고 18일 기준 5만7000달러를 기록하며 54% 상승했습니다. 하루 거래량도 약 539억달러에서 895억달러로 66% 증가했고요. 특히 국내 거래소 가격이 해외보다 비트코인 가격이 높아지는 '김치 프리미엄'까지 심화되며 국내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해외보다 1000만원가량 높은 상황입니다.

▲ 최근 3개월 전세계 비트코인 시세 (자료=코인마켓캡, 단위 '달러')
▲ 최근 3개월 전세계 비트코인 시세 (자료=코인마켓캡, 단위 '달러')

이런 현상을 두고 일각에서는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하는 '디지털 금'으로서의 위치가 점점 확고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디지털 금'은 원래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을 보조하는 속성이었지만 어느덧 비트코인을 상징하는 속성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금의 대체재로서 비트코인의 가능성을 연구해보는 시도는 수년 전부터 있었습니다. '비트코인 자산성격에 관한 연구(장성일, 김정연, 2017)'란 논문을 보면 비트코인과 금의 속성, 공통점을 분석해 본 대목이 있는데요. 금과 비트코인의 가장 큰 공통점은 '유한성'입니다.

금은 채굴량이 적은 실물 광석인 데다가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년 후에는 채굴 가능한 금이 고갈될 전망입니다. 비트코인은 실물이 없는 디지털 자산이지만 발행량이 2100만개로 한정돼 있습니다. 현재 1800만개 이상이 채굴됐고 채굴량 조정 시스템을 통해 2140년쯤 모든 비트코인이 채굴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원은 유한하면서 수요가 높을 때 희소성을 인정받아 가치가 상승하죠. 지금까지는 금이 그랬습니다. 전세계 경제 상황이 불안정해지거나 유동성이 높아질 때, 혹은 인플레이션이 우려될 때 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사람들은 금에 투자했습니다.

▲ 골드바 이미지 (사진=Pixabay)
▲ 골드바 이미지 (사진=Pixabay)

비트코인도 비슷한 모습을 보입니다. 지난 2019년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됐던 시기, 그리고 지난해 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 불안이 가중됐던 시기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올랐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위기 극복 차원에서 전세계에 풀린 막대한 돈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예고되자, 투자 업계에서는 이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포트폴리오에 넣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7일 최상엽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팀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시장에 풀린 돈이 적절히 회수되지 못하고 화폐 가치가 급락하면 비트코인이 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비트코인이 금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가정하면 비트코인이 금보다 나은 속성들도 있습니다. 예컨대 디지털 자산이기에 금과 달리 이동, 교환, 보관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극히 적습니다. 구조적으로는 전세계 모든 사용자가 거래 내역을 공유하는 블록체인 기반인 만큼 보존성도 뛰어납니다. 만약 금이 사라진다면 그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자산이 비트코인인 셈이죠. 여러모로 닮은 점이 많아 보입니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가 있습니다. 금은 예로부터 확고한 '안전자산(변동성이 낮아 투자 위험이 매우 적은 금융자산)'의 지위를 인정받아 왔지만 비트코인은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비트코인 투자에는 예나 지금이나 '높은 변동성을 주의하라'는 꼬리표가 따릅니다.

물론 안전자산인 금도 외부 상황에 따라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내리는 시기가 있습니다. 대신 조정기를 거쳐 한번 안정화된 가격은 수개월~수년 이상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곤 하는데요. 반면, 비트코인은 불과 며칠, 몇 달 사이에도 수십 퍼센트 이상의 가격 급등락이 나타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입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 '비트코인 안전자산론'이 나오는 이유는 적어도 아직까진 비트코인 가격이 오름세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금과 같은 안정성을 담보하긴 어렵습니다. 실제 달러 등 유력 법정화폐, CBDC(디지털 법정화폐)와의 잠재적 충돌 가능성과 강한 투기 성향으로 각국 정부의 경계 대상에 오른 비트코인의 입지는 늘 살얼음판인데요. 불과 수일 전인 14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비트코인이 투기 수단에 불과하다"며 평가절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15일 "비트코인에 내재적 가치가 없다는 평가에 변화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언제 어디서 비트코인을 견제하는 정책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터키 중앙은행은 16일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상품·서비스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도에서도 지난달부터 정부가 가상자산을 거래하거나 보유한 사람에게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안 제정을 추진 중입니다.

결국 사회적 평가 및 정책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과 달리 비트코인은 금과 유사한 구조적 속성은 가질 수 있으나, 금과 비교되는 안정성을 갖기엔 아직 이른 시기입니다. 최 교수도 "비트코인을 금 같은 안전자산으로는 볼 수 없다"고 평가했는데요. 장기적으로 비트코인이 가격 안정성을 찾아 금을 대체하는 자산이 될지, 혹은 금과 비슷하지만 새로운 속성으로 양립하는 또 하나의 금이 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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