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논 EOS M50 Mark 2의 모습. (사진=캐논코리아 홈페이지)
▲ 캐논 EOS M50 Mark 2의 모습. (사진=캐논코리아 홈페이지)

캐논 카메라 한국법인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이하 캐논코리아)가 '부진의 늪'에 빠졌다. 4년 연속 매출이 줄었는데 감소 규모도 심상치 않다. 2010년 402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캐논코리아는 지난해 992억원의 매출액을 내는 데 그쳤다. 캐논코리아는 전문가 촬영용 프리미엄 카메라에 집중해 원가 개선에 나섰다. 국내 시장에서 프리미엄 수요로 버티는 건 힘들다는 평가가 나온다.

캐논코리아가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캐논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992억원이다. 실적을 처음 공개한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28.7% 줄었고, 가장 높은 매출액을 기록했던 2010년(4020억원)과 비교하면 75.3% 줄었다.  

▲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실적 추이. (출처=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감사보고서)
▲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실적 추이. (출처=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 감사보고서)

캐논코리아는 매출 부진 이유로 카메라 시장의 침체된 상황과 '노 재팬(NO JAPAN) 영향'을 꼽는다. 캐논코리아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작아지면서 매출도 줄었다. 노 재팬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DSLR 시장 규모 축소는 스마트폰 카메라 기술 발전과 맞물려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화소 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단순히 화소로만 카메라 성능을 측정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DSLR보다 높은 화소를 갖춘 스마트폰을 찾는건 어렵지 않다. 화소는 화면을 구성하는 최소단위를 뜻한다. 대체로 화소 수가 많으면 화면 표현이 정밀하고 상세하다.

캐논에서 지난해 5월 입문용 DSLR로 출시한 'EOS 850D'는 2410만 화소다. 비슷한 시기 출시된 삼성 갤럭시S20 울트라에 장착된 카메라는 1억800만 화소에 달한다. 네덜란드 IT전문매체 <렛츠고 디지털>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S22 울트라엔 2억 화소 카메라가 탑재된다. 렌즈 종류에 따라 EOS 850D 가격이 2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차이도 크지 않다.

카메라 시장에서 스마트폰이 치고 올라오자 경쟁을 포기한 업체도 있다. 올림푸스는 지난해 6월 카메라 사업부를 한국에서 철수했다. 당시 올림푸스는 "미러리스 카메라와 교환식 렌즈를 주력으로 수익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노력했으나 국내 카메라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고 기대하는 성과 달성이 어려워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더 커지고, DSLR의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3월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trategy Analytics)는 "스마트폰 시장은 5G 시장의 고성장 등으로 2020년 13억대에서 2021년 14억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 삼성전자IM 부문 실적 추이. (출처=삼성전사 사업보고서)
▲ 삼성전자IM 부문 실적 추이. (출처=삼성전사 사업보고서)

캐논코리아는 전문가 촬영용 프리미엄 DSLR 판매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단가가 비싼 프리미엄 DSLR의 마진이 입문·취미용으로 쓰이는 DSLR보다 마진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캐논코리아의 매출원가율은 64%로 전년 대비 8% 포인트, 2010년과 비교하면 18% 포인트 낮아졌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 중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대체로 매출원가율이 낮을수록 수익성이 높다.

캐논코리아는 일본 본사 등 해외에서 카메라를 국내로 수입해 판매한다. 그런데 카메라 판매가 줄면서 본사에서 사오는 금액도 줄었다. 캐논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캐논코리아가 일본 캐논 본사 등 해외법인에서 매입한 재고자산(카메라 제품 등)은 590억원이다.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3%로 2017년(98.8%) 이후 지속해서 줄고 있다. 매출원가는 영업활동에 필요한 수익을 올리는 데 들어간 비용을 의미한다. 캐논코리아의 경우 본사 등 해외에서 구입한 제품과 부품이 판매원가에 해당한다.

매출원가에서 재고자산 비중이 줄어든 대신 서비스(AS 등)에 쓸 부품 구매 비용이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캐논코리아의 매출은 상품 판매와 서비스 지원(AS 등)으로 구성된다. 캐논코리아 관계자는 "AS를 위한 부품 구매 비용이 늘어난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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