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경영진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렸다. 이날 행사에는 고객과 배송직원, 오픈마켓 셀러 등도 온라인으로 함께 했다. 무대 위에는 김현명 쿠팡 IR 팀장,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가 서 있다.
▲ 쿠팡 경영진이 지난 3월 11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기념 ‘오프닝 벨’을 울렸다. 이날 행사에는 고객과 배송직원, 오픈마켓 셀러 등도 온라인으로 함께 했다. 무대 위에는 김현명 쿠팡 IR 팀장,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 존 터틀 NYSE 부회장,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가 서 있다.

뉴욕증시(NYSE) 상장으로 5조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한 쿠팡이 밝힌 첫 용처는 바로 물류센터였다. 총 1조원을 들여 국내 7개 ‘풀필먼트 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서둘러 공개했다. 물품 보관부터 포장, 배송, 재고를 통합해 관리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는 쿠팡 경쟁력의 원천이자 향후 사업 성패를 가를 핵심 아이템이다. 쿠팡이 짧은 시간에 ‘이커머스(e-Commerce)’ 시장 선두주자로 올라서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쿠팡이 물류센터 확장을 가장 우선시한 것은 자연스러운 행보였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상장 2주 만에 전라북도 완주군에 1000억원 이상을 들여 신규 물류센터 설립을 짓겠다고 밝혔고, 또 이달 6일에는 경상남도에 3000억원을 투자해 물류센터 3곳을 세운다고 했다. 물류센터 확충에 사용한다고 밝힌 1조원 중 4000억원의 쓰임새가 이미 정해졌다. 

그런데 쿠팡의 물류센터 확장 소식을 보면 하나 눈에 띄는 점이 있다. 바로 지나칠 정도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회사 성장을 위한 투자를 ‘일자리 창출’로 포장하는 것이 정부 여당 눈치보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IPO 이후 쿠팡이 점찍은 투자지역은 모두 정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 지역이었다.

▲ 쿠팡은 전라북도, 완주군과 신규 물류센터 설립을 위한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3월 26일 밝혔다. 박대준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사진 가운데), 송하진 전라북도지사(사진 오른쪽), 박성일 완주군수(사진 왼쪽).
▲ 쿠팡은 전라북도, 완주군과 신규 물류센터 설립을 위한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3월 26일 밝혔다. 박대준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사진 가운데), 송하진 전라북도지사(사진 오른쪽), 박성일 완주군수(사진 왼쪽).

상장 이후 전북에서 첫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을 당시 쿠팡은 2000개 이상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효과를 가장 앞세워 강조했다. 지역주민 채용을 우선시하고, 근무 첫날부터 보험 적용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박대준 쿠팡 신사업 부문 대표는 “완주군 사례와 같이 지역 경제에 투자하고 국내 전역에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항상 쿠팡의 우선 과제였다”며 “이제 국내 모든 지역에 투자와 지역사회와의 공동 성장을 크게 확대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MOU 협약식에는 지역 정치인들도 대거 참여했다. 송하진 전라북도지사, 박성일 완주군수, 안호영 국회의원 등 모두 더민주 소속 정치인들이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민주는 대승을 거둬 광역단체장 17석 중 14석을 가져갔고, 기초단체장은 226석 중 151석을 차지했다.

경남 물류센터 설립에 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창원에 2곳, 김해에 1곳을 건설해 4000여개의 직접고용을 창출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물류센터 설립이 쿠팡 실적에 미칠 영향이라든가 향후 사업 전망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쿠팡은 경영 전망에 대한 설명보다는 지역 정치인들을 앞에 내세웠다. 협약식에 참석한 김경수 경상남도지사는 “이번 투자는 경상남도에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밖에도 허성무 창원시장, 허성곤 김해시장, 하승철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 등 더민주 소속이거나 당과 가까운 인사들이 자리했다.

▲ 박대준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사진 왼쪽 두번째)를 비롯해 김경수 경상남도지사(가운데), 허성무 창원시장(오른쪽 두번째), 허성곤 김해시장(왼쪽 첫번째), 하승철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오른쪽 첫번째) 등이 지난 6일 투자협약 체결식에 참석했다. 
▲ 박대준 쿠팡 신사업부문 대표(사진 왼쪽 두번째)를 비롯해 김경수 경상남도지사(가운데), 허성무 창원시장(오른쪽 두번째), 허성곤 김해시장(왼쪽 첫번째), 하승철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오른쪽 첫번째) 등이 지난 6일 투자협약 체결식에 참석했다. 

무엇보다 경남 지역에서 더민주 지역에만 투자가 이뤄진 것은 상당히 눈에 띈다. 전북과 달리 경남은 야당 소속 정치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경남에 할당된 기초자치단체장 자리 18개 중 더민주가 차지한 지역은 8곳이고, 나머지 8곳은 국민의힘(전 자유한국당) 등 야당 영향 아래 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이러한 행보가 상당히 정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쿠팡은 이미 전국 곳곳에 100개가 넘는 물류센터를 확보하고 있지만, IPO 이후 투자지 선정 및 발표에 확실히 힘을 준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는 당연히 확장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은 자연스런 것”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쿠팡이 무리해서 외딴 지역에 물류센터를 짓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쿠팡은 상장 이후 상당히 정치적인 이슈들에 둘러싸여 있다. 우선 국내 증시가 아닌 미국 증시 상장을 선택하며 한국기업이 아니라 미국기업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뉴욕증시에 상장한 회사는 국내서 사업을 벌이는 법인이 아니라 애초부터 미국에서 설립된 ‘쿠팡 Inc.’라는 회사다. 게다가 창립자인 김범석 의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들도 미국 국적 인물들로 이뤄져 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미국인들이 경영하는 미국 회사가 미국에 상장한 것이다.

물론 주된 영업활동을 국내서 하기 때문에 문제 삼을 만한 일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다만 미국 회사인지 국내 회사인지 따지는 것이 과연 생산적인 논쟁인지 따지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국내서 이러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자체는 사실이다.

최근에는 쿠팡의 총수 지정을 두고서도 말이 많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매년 5월 1일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을 선정하고 해당 기업의 총수를 지정한다. 그런데 그동안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선례가 없어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려 했으나, 이를 두고 ‘특혜’ 아니냐는 시비가 일었다. 총수로 지정될 경우 의무 공시 등 각종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김 의장 총수 지정을 놓고 이례적으로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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