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 주목할 만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나 업계 트렌드를 조명해봅니다.
4월 한때 국내 거래소 기준으로 개당 8000만원을 호가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주 급락 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선 몇 달과 달리 하락세가 장기화 될 조짐도 보이는데요.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악재는 늘어난 반면, 이를 상쇄할 호재는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다 (사진=Pixabay) 
▲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다 (사진=Pixabay) 

이번 비트코인 가격 하락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금융기관을 상대로 가상자산을 이용한 돈세탁 여부를 조사할 것'이란 내용의 트위터발 소문이 확산되면서 시작됐습니다. 아직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은 되지 않은 상황인데요. 그만큼 유언비어일 가능성이 높지만 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당일 하루에만 해외 비트코인 가격이 13%나 폭락한 겁니다. 해외보다 약 20% 높은 가격이 형성되며 투기 심리가 과열됐던 국내 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25일 오후 직전 최고가였던 14일(8000만원) 대비 25% 하락한 600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6개월 간 꾸준히 오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때때로 가격이 폭락하거나 횡보하기도 했지만 곧 이를 무마할 '호재'가 이어지며 빠른 회복에 추가 가격 상승까지 이어졌죠. 페이팔과 테슬라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비트코인 결제 지원, 기관(대형 투자은행 등)을 통한 막대한 자금 유입이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또 지난주 미국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업계 최초로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했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비트코인 투자 상품을 내놓겠다'며 기대를 모았습니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8000만원에 육박할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늘 불안한 눈길로 시장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기관이나 고위 관료를 통한 비트코인 관련 규제 및 발언이 전해질 때마다 비트코인 가격은 크게 요동칩니다. 민간 투자은행에서 비트코인을 아무리 많이 매수하고 테슬라가 비트코인으로 차를 판매한다고 한들 정부가 비트코인을 규제 대상으로 규정한다면 재산적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문제는 대다수 국가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례로 지난 15일 인도 정부가 비트코인을 보유만 해도 처벌하는 '가상자산 금지법' 도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는데요. 다소 극단적이지만 이 같은 규제가 전세계 전반으로 확대될 경우 비트코인의 보유 가치는 일거에 사라지게 됩니다.

가상자산 규제와 관련해 가장 큰 영향력을 보유한 미국에서 아직까지 적극적인 제제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사전 경고성 발언은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 경제를 좌우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 의장 제롬 파월과 전 연준 의장이자 현 미국 재무부 장관인 재닛 옐런은 모두 비트코인 비관론자로 유명합니다. 두 사람 모두 "가상자산은 부적절한 가치저장 수단"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수차례 쏟아낸 바 있으며 그때마다 전세계 비트코인 가격이 출렁인 것은 물론입니다.

▲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왼쪽),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준)
▲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왼쪽),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준)

요즘 중국은 비트코인 규제에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언제든 중국 정부의 규제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전세계 비트코인 채굴 기업의 75%가 위치한 중국에서 이들로 인한 막대한 탄소 배출 문제가 중국 당국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는 거죠. 비트코인은 컴퓨터를 활용한 복잡한 문제 해결 과정(채굴)을 거쳐 발행되는데 이때 대량의 전력이 소모됩니다. 상대적으로 전기가 싼 중국에 채굴 기업이 대거 몰려 있는 까닭입니다.

지난 6일 미국·중국 공동연구팀이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중국이 자국 내 비트코인 채굴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2024년에는 이로 인한 탄소배출량은 1억3050만톤에 이를 전망입니다. 이는 체코나 카타르 등 국가 하나의 탄소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인데요. 연구팀은 "파리기후협정 당사국인 중국 정부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0%까지 줄이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데 비트코인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만큼 이를 빌미로 중국 정부가 어떤 식이든지 비트코인에 규제를 가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파급 효과는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 같은 규제 리스크에 비트코인 진영이 대항하려면 그에 걸맞은 '패'가 있어야 합니다.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주요 경제 선진국 가운데 '친 비트코인' 정책을 펼치는 국가가 나타나는 겁니다. 하지만 비트코인처럼 정부의 제어를 받지 않는 탈중앙화 금융 자산을 정책적으로 지지할 국가는 세금 수입을 노리는 개발도상국 일부를 제외하면 많지 않은 현실입니다.

▲ 2021년 1월1일부터 국내 가상자산 거래 차익에 대한 과세가 시작된다 (사진=Pixabay)
▲ 2021년 1월1일부터 국내 가상자산 거래 차익에 대한 과세가 시작된다 (사진=Pixabay)

우리 정부도 비트코인과 거리를 두는 모습입니다. 본격적인 규제 움직임도 보이는데요. 국회는 지난해 말 2022년 1월부터 가상자산 거래로 연 25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자에게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제정했습니다. 내년부터는 가상자산 거래로 500만원의 차익을 얻었다면 2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250만원의 20%(지방세 포함 시 2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에 많은 사람이 투자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그들을 다 보호할 수 없다"며 "정부의 보호가 오히려 그들의 투기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식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또한 비트코인에 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 밖에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하는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14일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 코인베이스 임원들은 상장 당일에만 50억달러(약 5조6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처분했다고 하는데요. 상장 이후 회사 가치 제고를 위한 행보에 전념해야 할 임원들이 오히려 주식을 처분하는 행위는 이례적입니다. 회사 가치에 거품이 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죠.

이어 20일 JP모건의 수석 전략가 니콜라우스는 "비트코인 상승 모멘텀이 끝날 수 있다"고 전망하며 "그동안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방어해온 기관 유입도 감소세에 접어든 만큼 이번에는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가상자산 낙관론자로 유명한 스콧 마니어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마저 21일 CNBC 방송에 출연해 "비트코인이 개당 2만~3만달러까지 하락하는 큰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2만~3만달러는 그동안의 상승분을 반납하고 다시 작년 말 수준의 가격으로 후퇴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전문가들도 이번 하락세를 심상치 않게 분석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투자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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