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반도체 전경. (사진=서울반도체)
▲ 서울반도체 전경. (사진=서울반도체)

“지속적인 수요 성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업체들의 무분별한 진입에 따른 과잉공급 발생 등으로 최근 수년간 어려움을 겪었으나 점차 가격 하락 폭이 정상적인 수준에서 움직이며 안정세를 보이는 상황입니다.”

글로벌 광반도체 업체 서울반도체의 사업보고서 ‘영업의 개황’ 항목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같은 말로 시작됐다.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업체와의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버티고 있다는 말이다. 어려움은 들쑥날쑥한 실적으로도 드러난다. 지난해 서울반도체 영업익은 596억원이다. 경쟁 상황을 처음 언급한 2017년과 비교하면 39.3% 감소한 수치다.

▲ 서울반도체 실적 추이. (출처=서울반도체 사업보고서)
▲ 서울반도체 실적 추이. (출처=서울반도체 사업보고서)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7일 서울반도체가 공시한 잠정 실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액은 3120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28.3% 늘어난 수치다. 외형만 커진 건 아니다. 키움증권·하이투자증권 등 증권가에서 예상하는 올해 1분기 영업익은 190억원이다. 올해 전체 예상 영업익은 950억원 이상이다.

실적 반등을 예상하는 이유는 ‘뒤바뀐 발광다이오드(LED) 시장 상황’ 때문이다. 올해 LED 업계 키워드는 ‘미니 LED’다. 미니 LED는 말 그대로 작은 LED를 뜻한다. 일반 LED 소자의 10분의 1 크기다. 태블릿부터 TV까지 다양한 제품에 적용될 예정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올해 미니 LED 칩 시장 규모를 2억7000만달러(약 3009억원)로 내다봤다.

업계에서 미니 LED 양산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곳은 서울반도체·산안광전·화찬세미텍·에피스터·렉스타 5개 업체뿐이다. 그중에서도 서울반도체는 미니 LED 기술 경쟁에서 앞서있는 업체로 꼽힌다. 2012년 서울반도체와 서울바이오시스가 공동 개발한 ‘와이캅(Wicop)’이 대표적이다. 와이캅은 중간 기판 없이 LED 칩을 인쇄회로기판(PCB)에 연결하는 제품이다. 중간기판이 없어 패키징 공정을 생략한다. 생산에 필요한 시간과 돈을 줄일 수 있다.

경쟁 업체 LG이노텍의 LED 사업 철수도 실적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2007년 LED 사업을 시작한 LG이노텍은 지난해 11월 LED 사업 철수를 공식화했다. 1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현재는 자동차 LED 사업만 유지하고 있다. 지난 13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서울반도체를 전 세계 LED 업계 순위 3위로 꼽았다. 그러면서 “지난해 LED 사업 물량 일부를 흡수한 게 실적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서울반도체 분석 리포트에서 “2분기부터 미니 LED 모멘텀이 본격화될 것”이라면서 “서울반도체가 TV 부문에서 선도적 지위를 이어가 2분기부터 성장이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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