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명가'는 벤츠도 BMW도 아니다. 이들 회사는 고배기량 등 고성능으로 무장해 내연기관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오늘날 내연기관의 시대는 종언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전기차(EV)와 수소차(FCEV) 등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기차의 명가는 단연 테슬라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는 44만2334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294만대. 테슬라는 점유율 15%를 기록해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점유율이 높았다. 2위는 폭스바겐으로 지난해 38만1406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대를 맞아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면서 공급사슬에 속한 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다. 테슬라에 납품할 경우 '테슬라 광풍'에 편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 업체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배터리의 경우 자동차 원가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2019년)보다 45% 증가했다. 전기차 시장은 연 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전 세계 배터리사는 테슬라의 '간택'을 바라고 있다.

테슬라의 핵심 배터리 공급사는 일본 파나소닉과 중국 CATL로 알려졌다. CATL은 테슬라 중국 공장과 독일 공장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국내 업체 중에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계열회사인 아트라스비엑스가 테슬라의 배터리 공급사로 이름을 올려 화제다.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타이어 회사로 익히 알려져 있다. 아트라스비엑스가 테슬라에 납품하는 건 전기차용 납축전지다.

아트라스비엑스는 지난 1일 한국타이어의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월드)에 합병을 마쳤다. 한국타이어그룹은 2012년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고, 이번 아트라스비엑스 합병으로 투자형 지주사에서 사업형 지주사로 거듭났다. 매출은 한국앤컴퍼니로 잡히지만, 국내외 시장에는 아트라스비엑스의 브랜드를 달고 판매된다.

▲ 아트라스비엑스 납축전지.(사진=아트라스비엑스)
▲ 아트라스비엑스 납축전지.(사진=아트라스비엑스)

아트라스비엑스는 업력이 긴 배터리 회사다. 아트라스비엑스의 전신인 한국전지는 1944년 설립된 회사로 1977년 한국타이어에 인수됐다. 한국타이어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보다 전지 사업을 먼저 시작했다. 생산 제품은 다르지만, 전지 분야 업력은 아트라스비엑스가 긴 셈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리튬이온전지를 생산하고, 한국타이어의 아트라스비엑스는 납축전지를 생산한다.

납축전지는 리튬이온전지와 함께 대표적인 2차전지로 꼽힌다. 납축전지는 양극과 음극에 납을, 전해질로는 묽은 황산을 사용한 전지로 충전을 통해 반복해 사용할 수 있다. 납축전지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차량 시동과 점등, 점화 역할을 한다. 짧은 시간 동안 큰 전류를 방전해 시동을 거는 것이다.

납축전지는 무게가 무거워 전기차 시대에 '사향의 길'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기차 시대에도 납축전지는 생명력을 자랑하고 있다.

전기차에 탑재되는 리튬이온전지는 구동용 배터리이며, 시동 및 전장은 납축전지가 맡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전력 관리가 중요해지면서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통풍·온열 시트 등을 유지하기 위한 납축전지의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납축전지 시장은 아트라스비엑스와 세방전지와 클라리오스델코, 현대성우쏠라이트 등 4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점유율로는 세방전지가 38.0%로 1위, 아트라스비엑스가 22.0%로 2위다. 그런데 아트라스비엑스는 테슬라의 간택을 받으면서 전기차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아트라스비엑스 실적.(자료=금융감독원)
▲ 아트라스비엑스 실적.(자료=금융감독원)

아트라스비엑스는 지난해 자산총액이 6000억원의 대기업이다. 현재 약 1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6360억원, 영업이익은 66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보다 0.7%(48억원) 줄었는데, 영업이익은 3.8%(24억원) 증가했다. 순이익은 490억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0.5%를 기록하면서 탄탄한 수익성을 자랑했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3%도 채 안 된다.

지난해 아트라스비엑스 영업이익은 2012년(713억원) 이후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납축전지 시장의 쇠태가 예상됐는데 오히려 반대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해 1359만대의 납축전지를 판매해 1400만대 안팎의 판매대수를 유지하고 있다.

핵심 시장은 전기차 시대 격전지로 부상한 미국 시장이다. 아트라스비엑스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181만대를 판매했고, 매출액의 15.8%가 미국 시장에서 나왔다. 아트라스비엑스는 지난해 말 미국 테네시 공장을 준공했다. 올해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가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그런 가운데 테슬라까지 납품하게 되면서 미국 시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미국 시장은 테슬라와 폭스바겐, 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가 밀집한 곳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파나소닉 등이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등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아트라스비엑스도 전기차 시대를 맞아 미국 시장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다. 업계 관계자는 "아트라스비엑스가 테슬라 등 주요 전기차 업체를 공략하고 있다"며 "전기차 시대를 맞아 주요 부품업체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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