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제철 유동성 추이.(자료=현대제철 IR북)
▲ 현대제철 유동성 추이.(자료=현대제철 IR북)

현대제철이 올해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차입금 확대 기조'를 이어간다. 코로나19로 인한 '절벽 효과(Cliff edge effects)'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쌓고 있다. 절벽 효과는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사건이 순식간에 실물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 등 금융지원이 중단될 경우 은행연체율과 부실기업이 증가하는 등 절벽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제철은 27일 오후 1분기 실적발표회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현대제철 재무담당 임원은 "자금 시장에 불확실성이 존재해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미래를 준비하고 주주친화 정책에 활용하는 수준에서 차입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금융기관 등에서 꾸준히 차입금을 조달하고 있다. 2019년 말 10조6662억원에 달했던 금융기관 차입금은 지난해 말 11조2379억원으로 5717억원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금융기관 차입금은 11조3091억원으로 약 712억원 늘어났다.

올해 1분기 금융기관 차입금 비중은 34.4%로 2019년 말 33.3%와 비교해 1.1% 포인트 늘어났다.

현대제철은 금융기관 등에서 조달한 차입금 대부분을 유동성을 채우는데 썼다. 2019년 말 현대제철 현금성 자산은 9504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분기 현금성자산은 1조3259억원 늘어난 2조2763억원을 기록했다. 5개 분기 동안 현금만 139.5% 늘어났다.

기업의 상환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유동비율은 올해 1분기 153.1%를 기록했다. 2019년 말 139.1%였는데 5개 분기 동안 14%포인트 증가했다.

▲ 현대제철 재무건전성 지표 추이.(자료=현대제철 IR북)
▲ 현대제철 재무건전성 지표 추이.(자료=현대제철 IR북)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7.6%포인트 증가한 96.7%를 기록했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을 경우 재무건전성이 불안정한 것으로 본다. 현대제철의 부채비율은 우려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현대제철은 제조업체 중 차입금 의존도가 높은 회사로 꼽힌다. 2010년 전후로 고로 3기를 건설하는 데 10조원 이상을 지출했고, 설비 투자금 중 대부분을 금융기관에서 신디케이트론(다수의 은행이 공동의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융자해주는 중장기 대출)으로 빌렸다. 현대제철은 당시 조달한 차입금의 만기를 연장하면서 현재도 갚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현대제철 차입금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차입금 의존도는 37.2%로 집계됐다. 전년에는 33.5%였는데 3.7%포인트 증가했다. 통상 제조업체의 경우 차입금 의존도가 30% 미만일 경우 안정적인 것으로 본다.

현대제철은 차입금 의존도가 높아 이자비용 등 금융비용 지출이 많다. 지난해 총 2805억원을 이자비용으로 지출했다. 전년에는 2770억원을 지출했는데 이자비용이 1년 동안 35억원 증가했다.

현대제철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에도 차입 확대 기조가 감지된다. 지난해 현대제철의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733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864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 현대제철 재무 현금흐름 추이.(자료=금융감독원)
▲ 현대제철 재무 현금흐름 추이.(자료=금융감독원)

재무활동 현금흐름은 2014년부터 꾸준히 마이너스(-)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다 2019년부터 2년 연속 플러스(+)로 기조가 바뀌었다.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경우는 갚은 돈보다 빌린 돈이 많다는 의미다. 채권 및 금융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빌린 돈이 갚은 돈보다 많아졌고, 2년 연속 재무활동 현금흐름이 플러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단기차입금 2조3539억원 △사채 1조1959억원 △장기차입금 1조7519억원 등 총 5조3017억원을 금융권에서 조달했다. 현대제철은 같은해 △단기차입금 2조4492억원 △유동성 사채 9400억원 △유동성 장기차입금 1조592억원 등 총 4조4484억원을 갚았다.

현대제철은 코로나19 등 특수한 상황에 직면하면서 유동성 쌓기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원가 상승과 전방산업 부진으로 적자 경영을 한 것도 원인이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매출 15조5680억원, 영업이익 416억원을 기록했다. 금융비용 등으로 4559원의 순손실을 냈다.

▲ 현대제철 2021년 1분기 실적.(자료=현대제철 IR북)
▲ 현대제철 2021년 1분기 실적.(자료=현대제철 IR북)

올해 1분기 매출 4조2519억원, 영업이익 2966억워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2320억원을 내면서 모처럼 호실적을 달성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현대제철이 차입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유동성 쌓기에 전념하면서 올해에도 차입 확대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현대제철이 대규모 투자 등 자본적 지출(CAPEX) 계획 없이 차입금을 확대하고 있어 재무건전성을 취약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제철은 최근까지 8515억원을 투자해 인천 등 국내 5개 공장의 설비를 보수했다. 올해 89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설비를 개량하고 1642억원을 투자해 생산성 향상에 나선다. 5년간 4900억원을 투자해 환경 친화적으로 설비를 개선한다. 체코 스틸서비스센터에 210억원을 투자해 핫스탬핑 공장을 증설한다. 약 1조5000억원의 투자가 예정돼 있다. 이외에 대형 CAPEX는 계획돼 있지 않다.

현대제철의 투자 계획을 고려하면 유동성(현금성 자산 2조2000억원)은 지나치게 높다는 설명이다. 각국에서 유동성 공급을 늘리면서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게다가 과도한 차입금 의존도는 기업가치를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대제철이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는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절벽효과 영향 때문이다. 절벽효과가 발생해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경우를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제철의 차입금 중 2조2697억원이 상환기간 1년 미만인 단기성 차입금이다. 미수금은 2조4635억원이다.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경우 차입금의 상환 압력이 더해질 수 있어 유동성을 확보해 놓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은 과거 고로를 투자하는 과정에서 차입금을 대거 늘렸고, 이로 인해 빚으로 빚을 갚는 구조가 됐다"며 "코로나19의 절벽효과에 대비해 유동성을 쌓고 있는데, 차입 규모가 커 뾰족한 재무전략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블로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