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하나 둘 기존 내연기관에서 탈피해 ‘전기차 전환’을 발표하며 전기차 업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폭스바겐, 포드, GM 등이 연달아 대규모 투자를 통해 10~15년 내 자동차 생산을 모두 전기차로 전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다. 전기차 부품의 핵심인 배터리 및 관련 업체들도 덩달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긴박하게 투자가 이뤄지는 곳 중 하나는 바로 동유럽이다. 폭스바겐을 비롯해 BMW, 벤츠 등 세계적 완성차 업체들이 유럽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서유럽과 비교해 인건비가 저렴한 동유럽은 완성차 업체들뿐 아니라 배터리 및 배터리 소재 업체들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벌이고 있다.

독일과 동유럽에 모이는 전기차 공장들

테슬라가 미국 네바다주 스파크스 외곽에 첫 대규모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Gigafactory)’를 건설한 뒤로, ‘기가팩토리’는 ‘배터리공장’을 의미하는 용어로도 종종 활용된다. 테슬라가 전 세계 전기차 시장 붐을 일으킨 만큼 업계 문화도 선도한다고 볼 수 있다.

▲ 유럽 전기차 배터리 공장 계획도.(출처=CIC energiGUNE)
▲ 유럽 전기차 배터리 공장 계획도.(출처=CIC energiGUNE)

세계 전기차 및 배터리 업체들이 격전을 벌이는 유럽에는 현재 얼마나 많은 기가팩토리가 존재할까. 스페인 바스크의 전기화학‧열에너지 연구센터인 ‘CIC energiGUNE(바스크 에너지연구센터)’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유럽에는 총 26개의 배터리 공장이 들어서 있다.

바스크 에너지연구센터가 정리한 이미지를 보면 폭스바겐, 벤츠, BMW 등 완성차 업체들의 본거지인 독일에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테슬라, 노스볼트, 에스볼트, 바르타 등 크고 작은 배터리 업체들이 공장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독일 외에 배터리 공장 집중도가 높은 지역은 바로 동유럽이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삼성SDI의 공장들은 모두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에 위치해 있다. 향후 증설 계획도 모두 동유럽에서만 예정된 상태다.

이외에 슬로바키아의 배터리 업체 이노밧 오토(Inobat Auto)는 2024년 준공을 목표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일본의 배터리 업체 지에스유아사(GS YUASA)는 헝가리에 배터리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폭스바겐 배터리 내재화, 중소기업에겐 오히려 호재?

세계 다수의 배터리 업체들이 헝가리, 폴란드,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들로 향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고 또 각국 정부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다양한 보조금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최근 배터리 내재화를 발표한 폭스바겐 역시 동유럽 국가들 중심으로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앞으로 총 6개의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인데 슬로바키아, 폴란드 등이 주요 후보군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 BMW가 헝가리 데브레첸에 세울 자동차 공장 부지 사진.(출처=BMW)
▲ BMW가 헝가리 데브레첸에 세울 자동차 공장 부지 사진.(출처=BMW)

또 BMW는 헝가리 데브레첸에 1조3000억원을 들여 자동차 공장을 짓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로 배터리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보통 완성차 공장을 짓는데는 300㏊(핵타르), 배터리 공장에는 150㏊ 규모의 부지가 필요하다”며 “최근 헝가리 정부기관에 150㏊규모 공장 건설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 계획이 국내 소규모 배터리 소재 업체들에게는 오히려 호재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LG, SK, 삼성 등 대기업에 의존한 사업을 벌였는데 직접 다수의 글로벌 업체들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스보트, 브리티시 볼트 등 현재 스타트업 수준의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오히려 한국의 소부장 업체들과 손을 잡고 싶어한다”며 “폭스바겐의 배터리 내재화는 중소기업들에게는 매출처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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