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크레인을 '5G'로 제어하면 생기는 일(feat. LG유플러스)[퓨처클립]

발행일 2021-05-02 09:15:54
지난달 29일 부산시 신감만부두, 25m 높이의 대형 크레인이 마치 '인형뽑기'를 하듯 컨테이너를 들어 올려 대기 중인 수송 차량에 안착시켰다. TV 뉴스에서도 종종 보는 장면이지만 뭔가 이상하다. 크레인은 바삐 움직이는데 조종사가 있어야 할 콘솔박스(조종석)는 텅 빈 모습. 인간 기사를 대체할 인공지능(AI)이라도 탑재된 걸까?

답은 '아직 아니오'다. 언젠가 AI가 크레인을 조종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정밀한 조작 및 환경 변화에 따른 의사소통이 중요한 크레인 작업은 아직 AI로 온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대신 스스로 움직인 것처럼 보였던 이날 크레인의 조종사는 현장이 아닌 1km 밖 사무실에 설치된 '5G 원격제어 콘솔박스'에 앉아 크레인을 조종하고 있었다.

"고속의 데이터 처리, 초저지연, 대규모 기기 수용 능력 등 5G의 기술적 특성을 고려할 때 '항만'이 5G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현장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서재용 LG유플러스 스마트 인프라 사업담당 상무는 이날 5G 기반 크레인 원격제어 서비스 시연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스마트 항만은 LG유플러스가 2019년 5G 상용화 당시부터 부산항만공사와 준비해온 B2B(기업간거래) 부문 5G 역점 사업이다.
부산 신감만항에 설치된 5G 원격제어 이동식 크레인 (사진=이건한 기자)

외부에서 볼 땐 크레인이 마치 혼자 일하는 듯했지만 확인해본 결과 기사는 크레인에 탑재된 8대의 카메라가 5G 망을 통해 보내오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원격 장치로 크레인을 조종하고 있었다. 직접 보지 않으니 위험할 것 같지만 원격제어 환경에선 자동위치인식, 자동조향, 흔들림 방지 기능까지 더해져 안전성은 현장에서 직접 조종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한다.

대형 크레인이 즐비한 항만은 서 상무가 말한 것처럼 5G를 도입했을 때 업무·생산성 측면에서 높은 개선 효과가 기대되는 현장이다. 항만은 전세계 선박을 통해 실려 온 화물들이 모이는 장소이다. 화물은 대개 '컨테이너'라 불리는 대형 박스에 보관되며 이를 항만 내에 적재하거나 이동하려면 수십미터 높이의 대형 크레인이 필요하다.

목을 하늘로 힘껏 젖혀야 보이는 25m 크레인 상공에서 기사들은 하루 8시간씩 땅을 내려다보며 컨테이너를 옮긴다. 크레인 기사들이 목디스크나 근육통 등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사는 이유다. 향후 크레인 조종이 원격제어 환경으로 전환되면 이들은 더 이상 고공 콘솔박스에서 땅만 보며 일하는 대신 쾌적한 사무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된다. 또 일부 자동화 기능이 추가되면서 한 명의 기사가 동시에 최대 4대의 크레인을 제어할 수 있게 되므로 업무 효율성도 제고된다.
현장 크레인 조종사들이 탑승하는 콘솔박스 (빨간 원, 사진=이건한 기자)

다만 이런 원격제어 시스템은 현장과 같은 수준의 '실시간성'이 반드시 구현돼야 한다. 만약 조작과 실제 움직임 사이에 지연이 발생할 경우 정밀 제어가 어려워지고 사고 위험성도 크게 높아진다. 5G가 기본적으로 '초저지연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기술이면서 지금껏 산업 현장에 원격제어 기술에 널리 상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5G 단독으로 현장이 요구하는 만큼의 실시간성을 구현하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LG유플러스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벤처기업 쿠오핀과 손잡고 '저지연 영상전송 솔루션'을 도입했다. 쿠오핀은 영상 데이터를 병렬 처리함으로써 영상의 무선 전송 간 지연속도를 크게 낮출 수 있는 전용 반도체 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업체다. 당일 시연회장 내부에 마련된 저지연 영상 솔루션 탑재 전후 비교 모니터를 보니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기사에 첨부된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5G 크레인 도입은 기사의 근무환경뿐 아니라 항만 생산성도 약 40% 개선할 수 있다. 원격 자동화 제어 기능이 추가돼 식사 시간이나 퇴근 후 등 기사가 자리를 비웠을 때도 컨테이너 배치를 효율적으로 바꿀 수 있다. 가령 아랫단에 쌓인 컨테이너 이동이 필요하다면 업무 중이 아닌 자리를 비운 시간을 활용해 미리 해당 컨테이너를 상단에 쌓아 놓도록 할 수 있다.
컨테이너는 높게 쌓을수록 단위면적 활용도 또한 높아진다 (사진=이건한 기자)

또 전용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컨테이너를 4단 이상으로 적재할 수 있게 됐다. 적재 단수가 높아질수록 단위면적당 보관할 수 있는 컨테이너 수도 늘어나 제한된 항만 공간을 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기존에 기사가 현장 콘솔박스에 탑승해 적재하는 컨테이너는 3단이 한계였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구조상 단수가 높아질수록 사각지대가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외를 막론하고 일반 소비자 대상(B2C) 5G 서비스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박하다. 기대에 못 미친 속도와 커버리지, 비싼 요금제 때문이다. LTE가 그랬듯, 5G 역시 서비스 안정화까지는 당분간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5G 도입 효과를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킬러 서비스도 부재한 상황.

하지만 이날 체험을 통해 향후 B2B 현장에서의 5G 가치는 다를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한정된 지역에 전용망으로 제공되는 산업용 5G는 각종 제약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5G의 기술적 특성을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 정부도 올해 기업 대상 5G 특화망(건물, 공장 등 특정 지역에서만 사용되는 5G) 공급 정책을 수립하는 등 기업용 5G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5G 기반 크레인 원격제어실 (사진=LG유플러스)

한편 싱가포르, 로테르담 등 글로벌 선진항만의 컨테이너 터미널들도 이미 5G 기반 자동화 시스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칭다오 항은 이미 5G와 MEC(모바일 에지 컴퓨팅) 기반의 크레인 원격제어 시스템을 상용화해 운영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신감만항에 총 2대의 5G 원격제어 크레인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추가로 광양항과 신선대 항만에는 5G 기반의 물류창고 및 3방향 지게차 및 AGV(Auto Guided Vehicle, 무인운반차)까지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또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모빌리티 △스마트시티·산단 등 성장이 기대되는 5G B2B 4대 신사업 분야를 적극 육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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