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 연료전지 탑재한 제로아비아 항공기가 지난달 29일 시험 비행 중 비상착륙했다.(사진=영국 크랜필드 소방서) 
▲ 수소 연료전지 탑재한 제로아비아 항공기가 지난달 29일 시험 비행 중 비상착륙했다.(사진=영국 크랜필드 소방서) 

수소 연료전지를 탑재해 시험 운항 중이던 항공기가 비상 착륙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항공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자동차그룹 등 국내 대그룹은 휘발유에서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한 '모빌리티' 개발에 나서고 있다. 수소 에너지의 친환경성에도 안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연구개발(R&D) 등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항공전문지인 'AIN 온라인(이하 AIN)'은 30일(현지시간) 제로아비아(ZeroAvia)의 시험 비행 중인 항공기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비상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AIN에 따르면 수소 연료전지를 탑재한 '파이퍼 말리부 미라지'가 지난달 29일 오후 영국 크랜필드 공항 외곽 들판에 착륙했다. 이번 사고로 항공기는 크게 손상됐다. 승무원 2명은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제로아비아는 성명을 통해 "해당 항공기는 일상적인 시험 비행 중이었고, 공항 밖에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항공기가 낮은 속도로 고르지 못한 지형에 착륙했고, 착륙 직전 엔진이 멈췄다고 설명했다. 

소방당국은 왼쪽 날개가 비행기에서 완전히 분리됐고 수평 안정기 등이 손상됐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는 수소 연료전지를 탑재한 항공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제로아비아는 브리티시 에어웨이 등에서 2430만 달러(한화 271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했다. 제로아비아는 투자금을 토대로 수소 연료전지를 탑재한 50인승 여객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개발할 계획이었다.

제로아비아는 파이퍼 말리부 미라지를 시험 비행 중이었다. 영국 남부 크랜필드와 켐블 비행장 간 112km를 시험 비행할 계획이었다. 올해 말까지 시험 비행 구간을 오크니제도에서 스코틀랜드 본토까지 약 400km로 늘리는 게 목표였다. 이번 사고로 제로아비아의 '수소 항공기' 개발에는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원인이 수소 연료전지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사고는 수소 연료전지를 개발 중인 국내 업계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국내 제조산업은 수소 에너지 개발과 활용에 한창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소 에너지를 활용한 △자동차 △트럭 △트램(노면전차) △UAM(Urban Air Mobility)을 개발하고 있고,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사의 선박과 건설기계에 수소 연료전지를 탑재할 계획이다.

SK그룹과 포스코그룹, 두산그룹은 수소 에너지 개발에 이른바 '올인'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분류되는 수소는 사용 후 온실가스 등을 유발하지 않고, 물만 배출된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넷 제로'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점을 이유로 수소 에너지가 각광을 받고 있고, 수십 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소 경제로 전환은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니콜라 사태'로 수소 에너지를 기반으로 모빌리티 기술에 회의적인 시각이 커졌고, 현대자동차는 넥쏘(Nexo) 등 수소전기차보다 전기차를 주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수소 연료전지를 탑재한 모빌리티의 사고는 알려진 사례가 거의 없다. 이번 제로아비아 항공기 사고로 수소 연료전지를 활용한 모빌리티의 안전성 우려가 커질 수 있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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