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른 삼성과 경쟁사의 현재 구도, 그리고 흔들리는 1등 삼성의 지위와 향후 과제를 짚어봤다.
▲ 갤럭시 A32.(사진=삼성전자)
▲ 갤럭시 A32.(사진=삼성전자)
"카카오톡·동영상·쇼핑을 하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네요. 굳이 비싼 제품 안 사도 될 듯!"(갤럭시 A32 관련 상품평 중)

삼성전자가 중저가 스마트폰을 확대하는데 있어 내부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로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이 꼽힌다. 카니발리제이션은 특정 기업이 새로 출시하는 상품으로 인해 그 기업이 기존에 판매하던 다른 상품의 판매량이나 시장점유율이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애플과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던 삼성전자는 최근 중저가 스마트폰을 대량 방출하고 있다. 갤럭시 A32(LTE)·42(5G)를 비롯해 언팩을 통해 선보였던 갤럭시 A52·72 등을 잇달아 공개했다. 출고가 100만원 이상의 갤럭시 S 시리즈에 익숙했던 소비자들은 30만~40만원대의 '가성비 스마트폰'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이나 초고화질(UHD) 영상을 많이 즐기지 않는 대신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메신저·일반 영상 감상·온라인 쇼핑 등을 주로 하는 일반 소비자들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구매한다면 당연히 갤럭시 S나 갤럭시 노트 시리즈를 생각했던 소비자들이 중저가 제품으로도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100만원을 훌쩍 넘겨버린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높은 가격과 과거에 비해 향상된 중저가 스마트폰의 사양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한 휴대폰 제조사 관계자는 "삼성의 갤럭시 A 시리즈 사양이 중저가 제품치고는 너무 좋은 것은 갤럭시 S 시리즈의 수요를 잡아먹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저가 스마트폰의 경쟁력은 가성비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비해 확실하게 저렴한 가격을 갖추되 일반 소비자들이 쓰기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성능을 갖춰야 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 시리즈를 중심으로 가성비 전략을 내세웠다. 예를 들면 출고가 37만4000원의 갤럭시 A 32의 경우 후면에 3개의 카메라와 전면에 2000만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도 갖췄다. 갤럭시 A 42와 52, 72로 갈수록 사양과 가격이 올라간다.

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 S21 시리즈의 기본형은 출고가 99만9900원에 나왔다. 삼성전자의 5G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100만원 이하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21 가격 인하 전략은 올해 1분기 IM(IT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사업부문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다음 갤럭시 S 시리즈에서도 가격 인하 전략을 이어갈 경우 사양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갤럭시 A 시리즈와 고객층이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중저가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많이 팔아야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되고 애플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러한 카니발리제이션의 우려에 대해 삼성전자는 갤럭시 S와 A시리즈는 타깃으로 하는 시장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그만큼 높은 사양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가 타깃이고 중저가 제품은 실속파 소비자를 노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사양 제품을 찾는 일부 소비자를 제외한 일반 소비자들은 가성비를 갖춘 갤럭시 A 시리즈를 구매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 국내 통신 유통망 관계자는 "예전에는 삼성 폰을 찾는 분은 갤럭시 S나 노트의 가격부터 최근에는 갤럭시 A를 먼저 찾는 분들이 부쩍 늘었다"며 "부모님용이나 아이용이 아닌 일반 성인들도 자신이 쓸 스마트폰으로 충분한 사양을 갖췄다며 갤럭시 S 대신 A 시리즈를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 자료=카운터포인트리서치
글로벌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넘어야 할 최대 경쟁자는 중국 제조사들이다. 특히 샤오미·오포·비보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나 애플의 아이폰에 크게 뒤지지 않는 사양을 갖춘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가성비 전략을 내세워 중국 및 인도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출하량 기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샤오미·오포·비보의 점유율 합계는 2016년 1분기 11.9%에서 2021년 1분기 34.4%로 증가했다. 최근 5년간 3사의 점유율이 약 세 배 수준으로 늘어난 셈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3.3%에서 21.7%로 1.6%포인트 감소했다.

샤오미·오포·비보를 비롯한 중국 제조사들은 자국인 중국 시장뿐만 아니라 인도에서도 선전했다. 올해 1분기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인도 시장 스마트폰 점유율 조사 결과(출하량 기준)에 따르면 샤오미가 26%로 1위를 차지했으며 삼성전자가 20%로 2위를 기록했다. 3~5위에 비보(16%), 리얼미(11%), 오포(11%)가 이름을 올렸다. 상위 기업 5개 중 삼성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4개 기업이 중국 제조사들이다.

삼성전자보다 뛰어난 가성비를 갖춘 중국 제조사들의 중저가 스마트폰 강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중국 제조사들은 자국과 인도 등 세계 1,2위 규모의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잘 팔리는 유럽과 미국, 한국 등에서 아직까지 선전하고 있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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