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의 경쟁력은 자체 콘텐츠인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OTT오리지널]에서는 특색 있는 작품을 분석하고 그 안에 '숨겨진 1인치'를 찾아봅니다. 내용 중 '스포일러'가 있으니 원치 않는 분들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드라마 '모범택시'는 SBS 금·토 드라마이자 웨이브의 지상파 오리지널 시리즈입니다. '복수 대행 서비스'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억울한 이를 대신해 통쾌하게 복수해 주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죠. 이야기는 허구지만 마치 뉴스 기사에서 본 듯한 기시감을 지울 수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어디서 봤더라…웹하드 업체 그 사람?
지난 2018년 10월, 한 웹하드 업체의 대표가 직원을 상대로 폭행을 일삼는 영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습니다. 화면에 나타난 폭행 피해자는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하면서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했는데요. 더 충격적인 것은 해당 영상의 각도였습니다. 대놓고 앞에서 찍은 것 같은 카메라 앵글에서 현장의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영상 속 가해자는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입니다. 영상을 찍은 시점은 지난 2015년 4월로, 약 3년 만에 공개된 셈인데요. 해당 영상은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내부 직원에게 직접 촬영하게 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실제 사건 속 양진호 전 회장은 어땠을까요. 2018년 11월, 경찰은 양진호 전 회장을 긴급 체포합니다. 당시 그가 받은 혐의는 최초로 알려진 폭행(상해)과 강요 외에도 동물보호법 위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저작권법 위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입니다. 이후 '위디스크'의 운영 자금 2억8000만원을 횡령했다는 혐의도 추가됐는데요. 이 과정에서 '웹하드 카르텔'에 대한 실체가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양진호 전 회장은 수사 당시 이 웹하드 카르텔의 정점에 섰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폭행과 갑질을 반복하는 수준을 넘어 웹하드 업체를 실소유한 채 각종 범죄를 주도했다는 것입니다.
모범택시에서도 이런 범죄의 흔적이 묘사됩니다. 극 중 박양진 회장은 헤비업로더와 그들을 연결하는 브로커와 접촉해 불법 영상을 수급합니다. 유데이터에서 '신'을 자처하며 직원들을 자신의 발 밑에 거느린 박양진은 대규모 서버를 운영하면서 불법 동영상을 끊임없이 배포하고 이를 통해 거액을 벌어들이죠. 돈과 권력에 취한 박양진의 광기 앞에 유데이터 직원들과 불법 영상 피해자들은 점점 피폐해져 갑니다.
음란물 불법 유통 및 횡렴 혐의 등 추가 기소 건에 대해서는 별도 재판이 진행됐습니다. 지난 3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는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진호 전 회장의 첫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이 날 검찰은 공소사실에서 양진호 전 회장이 웹하드 헤비업로더의 음란물 및 불법 영상 업로드를 방조하는 한편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고 밝혔는데요. 양진호 전 회장 변호인 측은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고 합니다. 다만 횡령과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 일부는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재판부는 양진호 전 회장의 횡령·배임·조세포탈 부분을 먼저 심리한 후 음란물 유포 및 저작권법 위반 사항을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7월 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고 하네요.
현실 반영과 허구의 경계
모범택시는 현실을 풍자하는 한편 그 수위가 지나치지 않도록 이야기에 변주를 줬습니다. 지난 1일 방송한 모범택시 8화에서는 '김도기'(이제훈 분)가 정체를 드러내고 박양진 일당에게 통쾌한 복수를 시전하는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현실에서는 아직 판결이 나지 않은 사건이기에 결론을 알 수 없지만, 극 중에서는 특유의 '사이다' 전개가 펼쳐졌습니다.
광산마저 폭파시킨 파랑새 재단 식구들은 현장을 유유히 빠져나가지만, 뉴스에서는 박양진과 일당들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허구의 이야기인 만큼 극 후반 박양진과 그 일당들이 다시 등장하는 전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이를 통해 '웹하드 카르텔의 조직적인 범죄와 갑질이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