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엔씨소프트는 사실상 '불매운동'을 인정하지 않았다

발행일 2021-05-10 13:03:32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대부분의 게임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출시 효과'를 누리게 됩니다. MMORPG 장르의 경우 관련 서버의 1, 2위를 다투기 위한 랭커들의 과금 경쟁이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되죠. 출시 당시 유입되는 수요층 규모에 따라 매출도 천차만별입니다. 게임사들이 사전예약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인데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매출도 하향 안정화 되는 시기가 오기 때문에 콘텐츠 업데이트, 오류 개선, 이벤트, 보상 지급 등을 통해 유저 이탈을 최소화 합니다. 

PC 게임 '리니지' IP를 활용한 '리니지M'도 출시 및 업데이트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게임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요. 리니지M은 지난 2017년 출시 당시 'PC에서 느꼈던 게임 시스템을 모바일로 옮겼다'는 평가를 받으며 기존 리니지 유저를 대거 흡수했습니다. 리니지에 과금했던 유저들이 일제히 리니지M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면서 '린저씨'(리니지와 아저씨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할 정도였으니까요. 

리니지M. (사진=엔씨소프트)
실제로 리니지M은 지난해 7월부터 진행한 3주년 업데이트를 통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리니지M은 3주년 업데이트 효과가 반영된 지난해 3분기에만 2452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이후 '기사도' 등 콘텐츠 업데이트를 지속하며 지난해 4분기에도 2117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요. 올 1분기는 어땠을까요. 

리니지M의 올 1분기 매출은 1726억원에 그쳤습니다. 엔씨소프트 측은 이에 대해 기저현상 감소로 인한 일시적 하락일 뿐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을 보였습니다. 10일 열린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이장욱 엔씨소프트 IR실 실장(전무)은 "리니지M 매출은 콘텐츠 업데이트에 따라 높은 기저현상(실제 상태보다 위축되거나 부풀려진 현상)을 보였던 지난해 3·4분기보다는 감소했다"면서도 "1분기까지 게임 트래픽은 견조한 상태를 유지했으며, 오는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에 있을 4주년 업데이트가 핵심 모먼트가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리니지M 업데이트 예고에도 불구하고 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이번 엔씨소프트 1분기 실적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을까요.

모바일 게임 불신, 지표로 확인?

이 날 엔씨소프트는 올 1분기 매출 5125억원, 영업이익 567억원, 당기순이익 80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습니다. 전 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9%와 64% 감소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그 감소폭이 더 컸는데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30%, 77%, 59% 줄었습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 등 모바일 게임으로 재편한 사업구조로 상승세를 유지했던 엔씨소프트는 최근 다섯 분기 중 최저 실적을 기록했는데요. 엔씨소프트의 1분기 실적을 들여다보면 모바일 게임군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기간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합한 모바일 매출은 324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 감소했습니다. 이는 최근 다섯 분기 중 가장 낮은 수치인데요. 특히 전분기보다 18% 감소한 리니지M 매출 하락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게임별 분기 매출 추이. (사진=엔씨소프트 IR북 갈무리)
업계에서는 이미 엔씨소프트의 1분기 실적 하락을 예견하기도 했는데요. 올 들어 유저들의 질타를 받았던 '문양 저장 및 복구 업데이트 롤백' 사태와 그 후폭풍이 반영된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리니지M은 지난 1월 27일 '문양'(스탯을 올리는 시스템) 저장 및 복구 기능을 업데이트 했습니다. 문양은 캐릭터 스탯을 올리는 기능으로, 원하는 수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수천만원이 들어갈 만큼 자기 만족도에 따라 과금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장 및 복구 기능은 문양 진행도를 리셋할 경우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때 저장했던 상태로 돌리는 기능입니다.  

수천만원씩 들여가며 완성했던 문양 시스템의 과금 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업데이트였죠. 그러나 리니지M 랭커들은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자신은 수천만원을 들여 완성했는데 이번 업데이트로 다른 유저들만 혜택을 봤다는 이유에서죠. 

특히 총 과금액만 70억원 규모로 알려진 핵과금 스트리머 '여포'가 "기억 시스템을 없애지 않으면 더 이상 과금하지 않고 무차별 PK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포가 무차별 PK를 선언한 지난 1월 31일 밤, 엔씨소프트는 "해당 업데이트가 기존 고객과의 형평성을 과하게 해치는 점이 확인돼 불편을 끼쳐 드리게 됐다"며 "복구 기능을 사용한 고객분들의 문양 관련 정보는 업데이트 이전 시점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마디로 리니지M을 업데이트 이전 시기로 '롤백'(기존 데이터로 되돌리는 행위)시킨 것인데요. 

엔씨소프트가 지난 1월 31일 발표한 롤백 공지글. (사진=리니지M 홈페이지 갈무리)
롤백 이후 리니지M을 비롯한 유저들의 민심은 부정적인 양상으로 번져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소수의 '핵과금' 유저들이 게임을 먹여 살린다고는 하나, 결과적으로 많은 유저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임의로 되돌려버린 게임사의 결정 때문이었죠. 여기에 불씨를 지핀 것이 유튜버 '매드형'의 환불 논란입니다. 

지난 3월 엔씨소프트는 문양 업데이트 롤백에 쓰인 돈을 인게임 재화인 다이아로 돌려주겠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현금으로 환불은 규정상 불가능하며 사용한 금액만큼의 다이아로 돌려주겠다는 황당한 보상안인데요. 그 마저도 공평한 분배가 아닌 들쭉날쭉한 지급 체계로 도마에 올랐습니다. 

유튜버인 '매드형'의 경우 문양 기능 업데이트 후 1억6000만원 가량을 과금했지만 1차 보상으로 5000만원 어치의 다이아만 지급받아 당시 1억원 이상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후 매드형은 2차 보상을 통해 총 1억6000만원 이상의 다이아를 지급받았는데요. 매드형은 1차 보상 지급 당시 엔씨소프트 본사에 찾아가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옥 주차장 입구를 자동차로 막아서는 등의 행동을 보였죠. 엔씨 측의 신고를 받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업무방해 혐의'를 확인했고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습니다.

이후 매드형이 '기소유예' 처분을 받으면서 여론은 크게 악화됐고 충성도가 높았던 '린저씨'들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로 확대됐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엔씨소프트 게임 불매운동'까지 벌어진 바 있는데요. 빅데이터 플랫폼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3월 안드로이드 기준 리니지M의 월간활성사용자(MAU)는 18만7822명으로 전월 대비 25% 가량 감소했습니다.

엔씨소프트 분기별 실적 추이. (사진=엔씨소프트 IR북 갈무리)
그러나 엔씨소프트 측은 관련 사태에 대한 영향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이장욱 실장은 리니지M 롤백 사태로 인한 영향에 대해 "내부에서도 관련 사안에 대해 1분기 내내 논의한 후 리니지M의 모든 이용자 지표를 확인한 결과 (불매운동 등에 따른) 영향을 찾지 못했다"며 "관련 이슈에 대한 영향이 있다면 거기에 맞는 액션을 취하겠지만 일일 활성 사용자 수(DAU) 지표 등을 봐도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트래픽 지표가 이상하다면 자신감 있게 말하지 못 하겠지만 (올 1분기는) 굉장히 좋다"며 "4주년 업데이트를 진행할 때 사업적인 드라이브를 거는 순간이 올텐데 그때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내부 트래픽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향후 있을 리니지M의 4주년 업데이트와 리니지2M 서비스 지역 확대 등의 요인을 통해 오는 2분기가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모바일 게임군에 대한 매출 하락이 기저효과 반감에 따른 일시적 요인일 지는 오는 2분기 실적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겠죠. 

2분기, 어차피 꽃길인 이유는?  

사실 엔씨소프트는 오는 2분기를 터닝 포인트로 내세운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사전예약자 500만명을 돌파하며 관심을 모은 '트릭스터M'이 오는 20일 서비스를 시작하며, '블레이드&소울' IP를 모바일로 재해석한 '블레이드&소울2'를 2분기 내 출시할 계획이기 때문이죠. 

블레이드&소울2. (사진=블레이드&소울2 유튜브 영상 갈무리)
두 게임 모두 원작 IP를 소유한 게임이기 때문에 출시에 따른 매출 효과도 온전히 엔씨소프트의 '몫'이 됩니다. 고과금 유저 비중이 높은 리니지M 시리즈와 타깃층도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수요층을 형성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특히 트릭스터M은 '귀여운 리니지'라고 부를 만큼 기존 게임 요소에 대규모 전투 등 MMORPG적 요소를 녹여낸다고 알려졌는데요. 게임 비즈니스 모델(BM)도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와 유사할까요.

이장욱 실장은 "트릭스터M은 그래픽이나 분위기에서 알 수 있듯 기존 게임 대비 20대와 여성 유저가 많은 편"이라며 "엔씨소프트가 가지고 있지 않은 연령대와 성별 수요층을 확대하는 부분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리니지M처럼 하드코어한 수준의 BM으로 가져가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는 20일 출시되는 트릭스터M. (사진=엔씨소프트)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소울2로 인해 엔씨소프트의 2분기 실적은 개선될 여지가 충분해 보입니다. 출시 효과가 온전히 반영되는 오는 3분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겠네요.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등락에 따라 전체 실적이 움직였던 체질도 2분기 이후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리니지M 롤백 사태 이후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선보인 엔씨소프트의 반응은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조차 '책임'과 '사과'에 대한 키워드를 찾아보긴 어려웠는데요. 유저에 대한 '신뢰 회복'보다 신작 및 콘텐츠 업데이트를 통한 '매출 회복'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보입니다. 엔씨소프트와 유저들의 심리적 거리가 신작만으로 좁혀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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