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주식보상’ 카드를 꺼냈다. 지난주 신입·인턴 등을 포함한 전직원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통 큰 카카오’라는 찬사까지 나왔지만, 정작 내부에서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1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이달 직장인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는 카카오 직원들이 인사·보상 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카카오가 발표한 스톡옵션 보상안에 대해서도 “다들 화가 많이 났다”며 “짜디짠 연봉인상에도 (버텼던) 사람들에게 과거에 대한 (당장의) 보상이 아닌 미래에 대한 보상을 챙겨준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블라인드에 글을 쓴 카카오 직원은 “카카오가 영업이익이 낮을 땐 겨울을 감내하고자 연봉 일괄 4% 인상을 한 적이 있었다”며 “긴 겨울이 지나고 영업이익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증가했다. 고통을 감내했고 봄이 왔으니 보상을 기대했지만, 나온 보상안은 같이 고생한 이들에 대한 보상이 아닌 탈출하지 말라는 의미가 내포된 스톡옵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당장의 보상을 바라던 직원들에게 최소 2년, 최장 6년 뒤에나 혜택을 볼 수 있는 스톡옵션을 부여했다”며 “직원들의 보상을 짜게 주는 동안 대표 둘은 합쳐 43억(원)의 인센티브를 챙겨갔다”고 꼬집었다.

▲ △'평균 연봉의 함정에 속지 말길', '보상은 임원에게 몰빵, 책임은 직원에게 몰빵' 등 잡플래닛에 올라온 카카오 전·현직자들의 리뷰에서도 연봉에 대한 불만을 읽을 수 있다.(사진=카카오)
▲ △"평균 연봉의 함정에 속지 말길", "보상은 임원에게 몰빵, 책임은 직원에게 몰빵" 등 잡플래닛에 올라온 카카오 전·현직자들의 리뷰에서도 연봉에 대한 불만을 읽을 수 있다.(사진=카카오)

스톡옵션 부여한 카카오, 속내는

앞서 카카오는 지난 4일 본사 직원 2500여명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고 공시했다. 1년 이상 재직한 직원들에게는 인당 200주(약 2200만원)를, 미만인 경우에는 인당 100주를 부여한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매년 200주씩 총 최대 600주를 부여할 예정이다. 행사기간은 2023년 5월4일부터 2028년 5월4일까지다. 2년 근속 시 50%를 행사할 수 있고, 3년을 근속해야 나머지를 행사할 수 있다.

이번 보상 발표는 직원들 사이에서 새어 나오고 있는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작년 카카오는 코로나 특수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처우를 챙기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었다. 연초부터 ‘넥슨발(發)’ 연봉인상 대란이 이어진 데다가 경쟁사인 네이버도 올해부터 3년간 매년 10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전직원에게 무상 지급하는 ‘스톡그랜트’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하면서 카카오 내부에서도 보상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지난 2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연 사내 간담회 ‘브라이언 애프터톡’에서도 이 같은 화두가 나왔다. 김 의장은 “최고의 인재에겐 최고의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며 “경쟁사보다 보상이 적다면 빨리 개선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균형을) 맞춰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는 N분의 1로 갈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인사평가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자 카카오는 지난달 사내 인사·보상 태스크포스(TF) ‘길’을 출범, TF에 자원한 임직원과 머리를 맞대고 보상부터 복지·평가·역량 강화 방안 등 논의를 이어왔다. 이 가운데서도 동기부여를 위한 보상설계방안에 대한 의미 있는 논의와 고려를 반영해 이번 스톡옵션 지급을 결정하게 됐다고 회사는 전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청한 카카오 직원은 <블로터>에 “TF서 아직 보상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회사가 독단적으로 결론을 내 당황스러웠다”며 “보상에 대해 불만이 나오는데 합의되지 않은 채 회사 차원의 일방적인 결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TF의 ‘의미 있는 논의’를 반영했다는 카카오의 설명과는 대조적인 발언이다. 카카오측은 “(스톡옵션이 TF에서 요청한 사안인지는)알 수 없고 (내부의 일이라) 외부에 알릴 수도 없다”고 밝혔다.

스톡옵션에 대한 직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2년 이상 근무해야 행사할 수 있고 차익을 보려면 주가가 올라야 해 ‘인재 묶어두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카카오보다 앞서 매년 1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1000만원 스톡옵션을 부여해온 네이버가 스톡그랜트를 추가 도입한 것도 이 같은 이유로 노사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었다. 스톡그랜트는 스톡옵션과 달리 당장 매도해 현금화할 수 있다. 계열사 직원들에겐 스톡옵션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점도 잡음을 빚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연봉인상 대신 스톡옵션을 제시해 인건비 상승분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카카오 직원은 “네이버처럼 자사주를 나눠주는 주식 보상 방식이 아니라 내부에서 (스톡옵션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는 않다”면서 “회사도 인센티브부터 자사주(10주) 지급, 스톡옵션까지 다양한 방법을 취해온 것은 사실이나 위에서 정한 사안이 그대로 내려오는 하향식 의사소통을 지속하고 있어 (직원들의) 신뢰에 균열이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1조2580억원, 영업이익 157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45%, 79% 증가했다. 작년 연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난 4조1567억원이었다.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121% 증가한 456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1%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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