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3년 새 2번 바뀐 대표, 설윤석의 대한광통신 무슨 일 있나

발행일 2021-05-10 17:21:40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출처=대한광통신 홈페이지)

임기를 1년도 못 채우고 대표이사가 퇴임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물의를 일으키거나 내부 변화가 필요할 때 보이는 모습이죠. 그런데 3년 새 2번이나 대표가 바뀐 기업이 있습니다. 모두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상태로 퇴임했는데요. 대표 교체 시기와 맞물려 수익성도 적자로 전환됐습니다.

광섬유 및 광케이블 제조업체 대한광통신은 썩 좋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단 지난달 30일 코스닥시장 소속부가 변경됐습니다. 우량기업부에서 중견기업부로 바뀐 거죠. 우량기업부에 가까울수록 재무 상태가 건전하다고 평가받습니다.

그렇다면 대한광통신의 중견기업부 소속 변경은 곧 “이전과 비교해 재무에 문제가 생겼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최근까지 순이익률 13%에 달하던 대한광통신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정확한 내부 사정은 소수 인원만 알겠지만 공개된 각종 수치와 정보를 통해 짐작해볼 수는 있겠죠.

적자 전환과 대표이사 중도 퇴임

근황을 알아보려면 2017년 대한광통신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2016년 적자를 기록한 대한광통신은 2017년 상당한 흑자를 내죠. 2017년 매출액은 1396억원, 당기순이익은 132억원, 순이익률은 9.4%로 제조업 평균 이상이죠. 당시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제조업 평균 순이익률은 7.6%입니다.

이 성과가 눈에 띄는 이유는 사업 부진이 예상됐던 한 해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사업보고서를 보면 대한광통신은 “통신의 경우 국내는 백본망(Backbone network) 수요는 감소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우려했죠. 백본망은 전화망, TV망 등 다양한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는 최상위 네트워크를 의미합니다.

대한광통신 실적 추이. (출처=대한광통신 사업보고서)

흑자 전환을 이끈 인물은 오치환 전 대표입니다. 대한광통신 생산본부장 출신으로 2017년 3월 대표에 선임됐죠. 오 전 대표의 당초 재임기간은 1년이었는데요. 성과를 인정받아 2018년 3년 임기로 재선임됩니다.

대한광통신은 2018년 전년보다 더 높은 순익률을 기록합니다. 대한광통신의 2018년 매출액은 1672억원, 당기순이익은 213억원으로 순익률은 12.7%까지 치솟죠. 자연스레 재무 상태도 개선됩니다.

순차입금은 기업 재무 상태를 점검하는 대표 지표인데요.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대한광통신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260억원입니다. 순차입금은 기업이 빌린 돈(차입금)에서 보유한 현금을 뺀 수치입니다.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란 건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풍부하다는 뜻이죠.

대한광통신은 코스닥시장에서도 2019년 4월 중견기업부에서 우량기업부 소속으로 변경됩니다. 오전 대표가 임기를 맡은 2년 동안 대한광통신 재무 상태가 건전해졌다는 방증이죠.

그러나 오 전 대표는 2019년 1월, 임기 2년을 남긴 채 대표직에서 물러납니다. 대표 자리엔 박하영 전 대표가 신규 선임됩니다. 다소 의아한 결정이었는데요. 이유를 묻자 대한광통신 관계자는 “오 전 대표의 개인 사유로 인한 퇴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오 전 대표는 사내이사로 활동했는데요. 2020년 8월 공시된 반기보고서부터 사내이사 목록에서도 빠졌습니다.

박 전 대표가 부임한 뒤 대한광통신은 적자 전환합니다. 2019년 실적은 매출액 1543억원, 당기순손실 130억원으로 집계됩니다. 

시장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기에 뼈아픈 실적이죠. 대한광통신은 사업보고서에서 “세계 주요 통신시장인 중국이 5G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5G 투자 확대와 동시에 5G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광통신 케이블 및 광섬유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시장을 내다봤습니다.

적자는 2020년까지 이어졌는데요.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1360억원, 당기순손실 274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습니다. 2018년 말 기준 마이너스 260억원이던 순차입금은 2020년 말 기준 262억원으로 급증합니다.

결국 박 전 대표마저도 지난 3월 대표 자리에서 중도 퇴임했습니다. 임기 만료까진 2년이 남은 시점이었죠. 박 전 대표 퇴임 사유를 묻는 질문에 대한광통신 관계자는 “개인 사유로 인한 퇴임”이라고 밝혔습니다. 

적자 전환이 박 전 대표의 경영 능력 부족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오 전 대표의 중도퇴임 및 박 전 대표가 신규 선임된 2019년은 5G라는 새로운 기술·아이템이 도입된 시기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당시를 떠올리며 변화보단 안정이 필요했다고 말합니다.

대한광통신 대주주에 쏠린 관심

3년 동안 2명의 대표가 중도 퇴임했습니다. 회사 재무 상태는 악화했고요. 인사(人事) 실패로 불려도 이상하지 않죠.

자연스럽게 대주주에게로 시선이 갑니다. 대표이사는 이사회를 통해 후보자가 추천되지만 최대주주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겠죠.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최대주주는 티에프오인더스트리로 지분 14.6%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수관계자는 설윤석(7.36%) 외 4인으로 지분 11.7%를 갖고 있습니다.

티에프오인더스트리 지분은 설윤석과 동생 설윤성이 절반씩 나눠 갖고 있습니다. 결국 실질적 최대주주는 설윤석이죠. 그렇다면 설윤석은 누구일까요.

설윤석은 대한전선 오너 3세입니다. 대한전선은 1955년 설립한 국내 최초 종합 전선 제조사인데요. 1950년대 재계 4위, 1970년대에도 재계 10위권 자리를 지킨 유력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영은 한순간에 흔들렸는데요. 2004년 창업 2세인 고(故) 설원량 전 회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합니다. 경영권은 설 전 회장의 배우자인 양귀애 전 회장에게 넘어갑니다. 양 전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택하죠. 양 전 회장이 선택한 전문경영인은 설 전 회장의 비서실장 출신 임종욱 전 사장이었습니다.

2004년 대한전선 최대주주 현황. (출처=대한전선 사업보고서)

임 전 사장의 경영 전략은 ‘투자’였습니다. 무주리조트, 선인상가, 남부터미널 부지, 쌍방울, 남광토건 등을 줄줄이 인수하며 무분별한 확장을 시도했습니다. 투자 금액만 2조원을 넘어섰죠.

무리한 투자에 대한전선 곳간은 비기 시작했습니다. 빚도 불어났죠. 임 전 사장이 경영권을 맡은 2004년 말 7367억원이던 순차입금은 2008년 말 2조996억원으로 늘어납니다. 결국 대한전선은 2009년 채권단과 재무개선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맞이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임 사장을 선택한 인사가 ‘대한전선 추락’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합니다.

설윤석은 2010년 부회장 직위로 경영에 관여했습니다. 당시 설윤석 나이는 29살. 구조조정을 겪는 회사의 경영을 맡기엔 경험이 적었죠. 결국 설윤석은 2013년 경영권 포기를 선언합니다.

큰 이슈 없이 지내던 설윤석은 2017년 대한전선 계열사 대한광통신 지분을 되찾아옵니다. 대한광통신의 실질적인 최대주주로 올라서죠.

하지만 설윤석이 최대주주가 된 2017년 이후 대한광통신에서는 인사 이슈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인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설윤석에겐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죠.

설윤석을 포함한 대한광통신 이사회는 지난 3월 삼성전자 출신 도문현 대표를 신규 선임했습니다. 대한전선 및 대한광통신에서 오래 근무한 오 전 대표와 박 전 대표와 달리 2019년 대한광통신에 합류한 외부 인사입니다. 이번 인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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