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리드에너지시스템에서 개발한 리튬메탈 배터리의 시제품 모습.(사진=SK)
▲ 솔리드에너지시스템에서 개발한 리튬메탈 배터리의 시제품 모습.(사진=SK)

SK㈜가 올 초 투자전문회사로 진화하겠다고 밝힌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아 벌써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에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소사업을 비롯해 전기차 소재, 바이오사업 등 투자 분야도 다양했다. 일각에서는 SK㈜의 공격투자를 향후 SKT 중간지주사와의 합병을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는다.

SK㈜는 11일 리튬메탈 배터리 개발사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olid Energy Systems, 이하 ‘솔리드에너지’)에 40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2018년 약 300억원에 이은 두 번째 투자로, SK㈜는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 창업자 치차오 후(Qichao Hu) CEO에 이은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이번 투자는 규모는 작지만 미래 사업 전망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솔리드에너지가 개발하는 리튬메탈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용량과 성능이 더욱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SK㈜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재로 사용되는 흑연 대비 에너지용량이 10배 정도 크며, 높은 전류량을 송출하고 수용할 수 있는 차세대 음극재 신소재다. 배터리 부피와 무게는 크게 줄이고 주행 거리는 2배 이상 크게 늘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는 올해 투자전문회사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뒤 대대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 이미 올 초 계열사인 SK E&S와 손잡고 수소사업에만 1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으며, 이후 거의 매달 새로운 투자소식을 전하고 있다.

▲ SK(주) 주요 투자 내역.(출처=SK)
▲ SK(주) 주요 투자 내역.(출처=SK)

현재까지 공개된 투자 금액은 최소 1조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규모로 따지면 수소사업 비중이 가장 크지만, 횟수로는 전기차 및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았다. 전기차용 전력반도체 생산업체 예스파워테크닉스, 전기차 급속 충전기 업체 시그넷 EV 등에 투자가 이뤄졌다.

특히 시그넷 EV에 대한 투자는 그 규모도 상당했다. 초급속 충전기를 제조하는 국내 업체인 시그넷 EV 지분 55.5%를 2100억원 가량의 신주를 포함해 총 293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SK㈜는 시그넷 EV 인수를 통해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단순한 지분투자가 아니라 미래 먹거리 준비작업의 일환인 것이다.

또 중국의 지리자동차그룹과 함께 조성한 뉴모빌리티 펀드를 통해서는 볼보의 전기차 제조사 폴스타에 6000만달러(한화 670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폴스타는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북유럽 국가 위주로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순수 전기차 폴스타2는 지난해 2만여대가 팔렸다.

일각에서는 SK㈜의 이러한 과감한 투자를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SKT 인적분할 이후 설립되는 SKT 중간지주사와 SK㈜의 합병을 할 경우 SK㈜의 주가가 높아야만 최태원 회장 등 오너일가의 지분율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신설되는 SKT 중간지주사의 주가가 낮게 형성되는 경우에도 오너일가 지분 희석 수준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라 SK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만약 SK㈜가 향후 SKT 신설 지주사의 합병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SK㈜의 주가 관리는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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