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가 ‘콘텐츠’를 두고 해외서 맞붙는다. 북미에 터를 잡은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잇따라 인수하는 등 글로벌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한 경쟁을 펴고 있다.

11일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인 ‘타파스’, ‘래디쉬’ 인수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인수가는 각각 6000억원, 5000억원이다. 타파스 지분은 100% 인수했고, 래디쉬는 이달 안에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다. 같은 날 네이버는 세계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고 밝혔다. 한성숙 네이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인수를 통해서 웹툰과 왓패드 간의 시너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이번 인수를 통해 래디쉬에 웹소설을 본격 수출하며 카카오엔터의 성공방정식이 미국에서도 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미지=카카오)
▲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이번 인수를 통해 래디쉬에 웹소설을 본격 수출하며 카카오엔터의 성공방정식이 미국에서도 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미지=카카오)

해외로 가는 웹툰·웹소설, 숨은 가치

웹툰 산업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만화산업 백서’에 따르면 웹툰시장 규모는 7조원 수준이다. 종이 만화책을 디지털 버전으로 바꾼 것이 웹툰이라고 가정했을 때의 수치다. 전세계 만화 시장은 약 15조원 규모다. 종이만화의 비중이 여전히 높다. 5조7000억원으로 전세계 1위인 일본 만화 시장은 지난 2019년 들어서야 디지털 만화시장이 종이만화 시장을 역전했다. 이 가운데서도 절반은 모바일이 아닌 웹으로 만화를 본다. 웹툰의 잠재력이 큰 이유다. Z세대의 선호도도 높다.

게다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모바일 콘텐츠’로 달리 보면 잠재시장은 100조원까지 커진다. 웹툰·웹소설 유료화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광고·IP사업을 연계해 추가 매출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웹툰·웹소설은 스토리텔링이 검증된 데다 탄탄한 팬을 확보한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 대표 콘텐츠다. 드라마·영화·게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가공할 수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관련시장의 성장까지 감안하면 웹툰·웹소설의 잠재력은 더 커질 수 있다.

▲ △카카오엔터는 그동안 국내 유수의 CP·IP개발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인 8500여개 오리지널 IP를 확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이미지=래디쉬)
▲ △카카오엔터는 그동안 국내 유수의 CP·IP개발에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인 8500여개 오리지널 IP를 확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이미지=래디쉬)

북미 자리잡은 타파스·래디쉬, 왓패드 특징은

카카오엔터가 인수한 타파스는 북미 최초 웹툰 플랫폼으로, ‘카카오페이지’ 닮은꼴이다. 구글·삼성전자 출신인 김창원 대표가 201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했다. 2020년 5월 기준 작가 5만3000명, 작품 120만편, 월사용자수 270만명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매출이 전년대비 5배 ‘폭풍성장’하면서 사업이 날개를 달았다. 타파스를 주시해온 카카오는 협력관계를 이어오다 작년 11월 해외 관계사로 편입시켰다.

래디쉬는 ‘웹소설계 넷플릭스’로 불린다. 2016년 이승윤 대표가 미국 뉴욕에서 창업했다. 모바일 특화형 영문소설 콘텐츠 플랫폼으로, 2019년부터 집단창작 시스템을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래디쉬 오리지널’을 선보이고 있다. 작년 연매출은 전년대비 10배 이상 증가한 2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자체제작 IP 매출이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이용자수는 지난해 기준 약 100만명이다.

네이버가 인수한 왓패드는 월이용자수 9400만명을 보유한 곳이다. 몸집으로 보면 세계서 가장 큰 웹소설 플랫폼이다. 이미 ‘애프터’ 등 1500여편의 작품이 출판과 영상물로 제작된 바 있다. 네이버웹툰 월이용자수(7200만명)를 단순 합산하면 네이버는 이번 거래로 이용자 약 1억6600만명을 확보한 세계 최대 ‘스토리텔링’ 플랫폼을 갖추게 됐다. 왓패드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는 500만명, 올라온 창작물은 10억개 이상이다. 머신러닝 기술인 ‘스토리 DNA(Story DNA)’를 활용한 작품 추천을 통해 슈퍼 IP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김준구 최고경영자(CEO)는 “왓패드와 네이버웹툰의 결합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스토리텔링 콘텐츠 기업의 탄생이라고 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 △네이버웹툰은 왓패드와 다양한 혁신 기술 발전도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미지=네이버) 
▲ △네이버웹툰은 왓패드와 다양한 혁신 기술 발전도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미지=네이버) 

글로벌 판 열었는데…계획은

카카오엔터는 이미 북미시장에서의 가능성을 맛봤다. 작년 하반기부터 타파스를 통해 ‘사내맞선’, ‘승리호’, ‘경이로운 소문’, ‘나빌레라’ 등 주요 IP를 북미시장에 공급해왔다. 9만여개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는 타파스 매출의 절반을 카카오엔터의 약 80개 IP가 견인 중이다.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는 “지난해 타파스에 IP를 공급하면서 거래액이 뚜렷하게 성장하는 걸 보고 북미시장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수를 계기로 영미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형 웹소설·웹툰을 해외로 유통하는 한편, 타파스·래디쉬 IP의 영상화 사업도 추진한다. 김창원 대표와 이승윤 대표는 독립경영체제를 이어가되 카카오엔터의 글로벌전략담당(GSO·Global Strategy Officer)을 병행한다. 북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사업구상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카카오엔터는 내달 대만과 태국 시장에서 자체 플랫폼을 출시한다. 하반기에는 중국과 인도 시장에 진출한다.

네이버는 왓패드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주력한다. 우선 네이버웹툰에서 검증된 IP사업·수익화 모델을 왓패드에 이식할 계획이다. 네이버웹툰은 2013년부터 유료보기·광고·IP비즈니스로 이어지는 PPS 프로그램(Page Profit Share Program)을 선보여왔다. 왓패드도 지난 2019년부터 유료보기 서비스를 시작, 도서 출간·영상화 등을 통해 창작자들의 수익 다각화에 노력해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무료연재가 주축을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웹툰을 웹소설로, 웹소설을 웹툰으로 만드는 작업과 함께 스튜디오N과 왓패드 스튜디오의 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올해만 총 167개(왓패드 90개, 네이버웹툰 77개)의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영상화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다.

카카오·네이버는 미국 증시 기업공개(IPO)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진수 대표는 지난달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1년 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한국과 미국 상장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도 네이버웹툰의 미국 상장 가능성도 보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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