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그룹 본사 외관.(사진=한화그룹.)
▲ 한화그룹 본사 외관.(사진=한화그룹.)

지난해 수소 생산부터 저장 및 충전까지 밸류체인(Value Chain) 전반에 걸친 수소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한화솔루션이 올 1분기 실적자료에서 수소사업은 쏙 빠진 중장기 전략을 내놨다. 큐셀과 케미칼 부문은 각각 ‘태양광 사업’과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수소사업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11일 한화솔루션이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1년 1분기 실적발표’ 프레젠테이션 자료에는 올 1분기 실적, 재무현황, 사업부문별 실적, 투자현황, 중장기 사업전략 등이 담겨 있다. 한화솔루션의 현재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전략은 어떤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실적자료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크게 두 가지 중장기 전략을 세운 상태다. 하나는 태양광 사업을 담당하는 큐셀의 신규 에너지 사업이고, 또 다른 하나는 화학 사업을 담당하는 케미칼 부문의 친환경 사업이다.

한화솔루션은 기존 셀과 모듈 중심의 태양광 사업을 차세대 모듈,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 분산형 발전기반 에너지 사업 등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단순히 태양광 모듈을 만들어 파는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종합 에너지 솔루션 제공 업체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다.

▲ 한화솔루션 2021년 1분기 실적자료에 담긴 중장기 전략.(출처=한화솔루션 IR자료.)
▲ 한화솔루션 2021년 1분기 실적자료에 담긴 중장기 전략.(출처=한화솔루션 IR자료.)

케미칼 부문의 중장기 전략은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생분해성 플라스틱, 바이오화학, 플라스틱 투 케미칼(Plastic to Chemical)의 상업화가 핵심이다. 컨퍼런스 콜에서 실적 발표를 맡은 신용인 한화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신 CFO는 “ESG경영의 일환으로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투자를 벌이고 있다”며 “2019년부터 연세대와 함께 생분해성을 부여한 복합체를 만들고 있고, 미생물을 활용한 제조기술 및 폐플라스틱으로부터 납사를 추출하는 기술도 상업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한화솔루션이 태양광과 함께 그린에너지 사업의 핵심 축으로 삼은 수소와 관련된 내용은 IR자료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중장기 전략에도 수소와 관련된 내용은 전무했다. 전체 23페이지의 프레젠테이션 중 ‘수소’라는 단어는 단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 한화솔루션 2020년 3분기 실적자료에 담긴 수소사업 추진 계획.(출처=한화솔루션 IR자료.)
▲ 한화솔루션 2020년 3분기 실적자료에 담긴 수소사업 추진 계획.(출처=한화솔루션 IR자료.)

이는 최근까지 수소사업 추진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혔던 것과 확연히 대비된다. 지난해 3분기 실적자료만 보더라도 한화솔루션은 그룹 수소사업 추진 계획을 실적자료에 자세히 설명했다. 큐셀부문에서는 태양광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케미칼 부문에서 수전해 수소 생산기술을 개발하며, 첨단소재 부문을 통해 수소 저장 용기를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수소 사업에 대한 전망과 계획이 모두 자취를 감춘 것이다.

물론 수소사업에 대한 투자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12월 강원도‧한국가스기술공사와 손잡고 300억원을 투자해 연 290톤의 수소를 생산한다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같은 달에는 수소 저장 기술 개발을 위해 미국의 고압 탱크 업체 시마론을 인수했고 2025년까지 약 1억달러(한화 11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또 올 1월에는 수소 사업 강화를 위해 기존 수전해기술개발팀을 ‘수소기술연구센터’로 확대 개편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산업은행과 5조원의 금융협력을 맺은 사실을 알리며 태양광과 수소 등 그린에너지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지만, 한화솔루션이 자사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게다가 이 5조원 금융협력은 투자유치가 아닌 단순 자금 차입에 대한 협력 수준에 불과하다.

투자업계에서는 한화솔루션의 수소사업이 화제성에 비해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유상증자 초기 계획 1조2000억원 중 수소사업에 배정된 금액은 2000억원 이었다”며 “한화솔루션의 미래 사업은 태양광에 집중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했다.

실제로 2020년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수소사업과 관련된 관심은 극히 적었다. JP모건 소속 애널리스트가 수소 생산 단가에 대해 질문한 것이 사실상 유일한 질문이었다.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수소 생산 프로젝트 준공 시 수소 생산 단가를 얼마로 예상하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한화솔루션은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현재 수전해 기술 연구개발 진행하고 있으며 사업화 이후 수소생산 단가에 대해서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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