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배터리 전쟁' 끝낸 LG·SK, '소부장'에 러브콜한 이유

발행일 2021-05-13 07:34:48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가까스로 배터리 전쟁의 '종지부'를 찍은 LG와 SK가 자사의 배터리 성능 향상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019년부터 3년 동안 지속된 영업비밀 침해(Trade's secret) 소송에 합의했습니다. 이들은 가장 큰 '리스크'가 해소된 만큼 제품 성능을 높이는 데 주력해 '선의의 경쟁'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배터리셀을 든 SK이노베이션의 엔지니어.(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리튬메탈배터리 개발해 LG에너지솔루션 잡는다

SK그룹은 해외 배터리 소재 업체에 대규모 지분을 투자하면서 M&A(인수합병)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투자형 지주사인 SK㈜는 지난 12일 음극활물질 제조업체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Solid Energy System)에 4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2018년 3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3년 여 만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죠.

SK㈜는 지난달 15일 전기차 충전 시스템 제조업체인 시그넷 EV에 293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시그넷 EV는 350KW 초급속 충전기를 개발해 2018년 세계 최초로 미국 인증을 획득했죠.

SK그룹은 계열회사가 배터리 외에도 정유업(주유소)과 자동차 렌탈 및 차량 애프터서비스 사업에 나서고 있는 만큼 전기차와 관련된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핵심은 배터리로 볼 수 있습니다. 배터리는 SK그룹이 오랜 기간 공을 들이고 투자한 사업이죠. 또 '넷 제로(탄소 순배출량을 전혀 없게 하는 정책)' 시대를 맞은 지금 전기차 및 친환경 모빌리티와 관련한 핵심 부품으로 볼 수 있습니다.

SK그룹은 2차전지의 수직 계열화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핵심 소재인 분리막(SK아이이테크놀로지)을 생산하고, SK넥실리스는 핵심 소재 음극재의 박막인 동박을 생산하죠. 양극재와 음극재, 전해액을 제외한 소재는 납품사로부터 사오고, 나머지는 직접 생산하고 있죠.

리튬메탈배터리와 리튬이온배터리 출력 비교.(자료=Solid Energy System)

SK그룹은 이번 솔리드 에너지 시스템의 지분 투자를 통해 음극재 내재화의 가능성까지 엿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음극은 구리 위에 음극활물질(음극의 전극 반응에 관여하는 물질)과 도전체, 바인더를 입혀 만들어집니다. 음극은 양극이 방출한 리튬이온을 흡수하고 방출하면서, 전류를 흐르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때문에 음극을 구성하는 소재는 안정성이 최우선이죠.

음극의 주요 소재는 천연흑연과 인조흑연이 꼽힙니다. 흑연은 탄소가 겹겹이 쌓인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리튬이온은 음극으로 이동 후 흑연층 사이에 저장됩니다. 흑연이 팽창되면 부피가 늘어나고, 이를 반복할 경우 음극 내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 배터리 수명에 영향을 미칩니다.

전기차의 충전시간을 단축하고, 주행거리를 늘려야 한다는 소비자의 요구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를 구현하려면 배터리의 성능이 개선돼야 하죠. 전지업계에서는 음극재에 흑연을 넣는 대신 실리콘과 금속 소재로 대체하는 추세입니다.


금속을 음극활물질로 사용하게 되면 질량이 흑연 대비 10배, 부피 대비 3배 가량 늘어납니다. 작은 크기의 배터리로도 효율을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죠. 하지만 금속을 활물질로 사용할 경우 리튬 반응성이 높아져 배터리 충전시 리튬을 반대 방향으로 보내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양극으로 보내진 리튬이 반대편에서 바늘처럼 뾰족하게 자라게 되고, 날카로운 리튬이 분리막을 뚫어 셀을 폭파시킬 수 있는 단점도 있습니다.

SK㈜의 이번 투자는 음극재 내재화를 목표로 선두 업체인 솔리드에너지시스템이 리튬메탈배터리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지 보려는거죠. 솔리드에너지시스템이 리튬메탈배터리의 안전성 문제를 극복한다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는 성능면에서 선두업체로 올라설 수 있을 전망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2공장과 헝가리에 3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2025년까지 125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마련하기 위해 증설도 한창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이 배터리셀을 검수하고 있다.(자료=LG에너지솔루션)

'소재 쇼티지' 대비하는 LG에너지솔루션...수직계열화 카드 '만지작'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2조원의 보상금을 받기로 합의했습니다. 그동안 '골칫거리'였던 보상금 문제가 일단락되면서 자사의 배터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업체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2025년 이후부터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문에 완제품 전지업체들은 국내외 완성차 생산기지 인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미국 GM은 전기차 시장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만들었고, 미국에 두개의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배터리 공장은 납품사에서 양극재와 음극재 등 각종 소재를 납품받아 조립하는 공장입니다.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소재들의 공급도 충분히 이뤄져야 하죠. 배터리 업체들이 소부장 업체에 관심을 갖는 이유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의 배터리에 쓰일 분리막과 양극재 일부를 직접 생산하고 있습니다. 분리막은 LG전자 BS사업본부에서 생산하는데, 연 1조원 규모로 알려졌습니다. LG화학은 LG전자의 분리막 사업을 이관받기로 했습니다. 이를 통해 배터리 소재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려는거죠.

양극재는 LG화학 청주공장과 익산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내재화율은 30% 미만이었는데, 2019년 구미공장에 양극재 생산라인을 짓기로 했습니다.

이렇듯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핵심 부품의 내재화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분리막과 양극재는 배터리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입니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약 30%를 차지하고, 분리막은 배터리 화재를 막는 주요한 소재입니다. 배터리 화재 대부분이 고온으로 인한 열폭주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분리막이 찢어지면서 화재로 이어지죠.

SK이노베이션, LG에너지솔루션 수직계열화 추이.(자료=각사 및 언론 등)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음극재 쇼티지(부족)에 대비해 관련 소재업체에 지분 투자를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전지용 동박 제조업체인 솔루스첨단소재(옛 두산솔루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573억원을 투자했죠. LG에너지솔루션은 지분 투자를 통해 향후 고품질의 동박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계획입니다.

최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음극활물질 제조업체인 대주전자재료에 대규모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주전자재료가 전자소재 분야에서 40년 이상 업력을 쌓은 만큼 경영권 인수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분 투자를 통해 실리콘용 음극활물질을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리콘용 음극재는 에너지 용량이 흑연과 비교해 10배 이상 큽니다. 실리콘의 에너지 용량은 4200mAh/g으로 흑연은 372mAh/g입니다. 에너지 밀도가 큰 만큼 더 많은 양의 리튬이온을 저장할 수 있고, 더 많은 양을 양극으로 보낼 수 있죠. 리튬메탈배터리는 높은 효율에도 안전성이 과제인데, 실리콘 음극재는 흑연과 금속소재의 장단점을 절충한거죠.

테슬라의 모델Y와 현대차 아이오닉5 등 중형 전기차는 400km 이상을 달릴 수 있습니다. 벤츠와 아우디 등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가 만든 전기차는 배터리를 더 많이 싣고 700km 안팎을 달립니다. 전기차의 연비는 지금보다 현저하게 향상되어야 하고, 충전시간도 짧아져야 합니다. 테슬라와 폭스바겐 등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1위와 2위를 다투는 업체들은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계획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3사는 완성차가 직접 생산할 배터리보다 더욱 고성능, 고효율의 배터리를 만들어야 하죠. 두 회사가 배터리 전쟁을 끝내자 마자 소재업체 발굴에 나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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