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산업도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다. 안경을 구입하려면 테를 고르고 검안 과정을 거쳐 렌즈를 맞춰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안경사와 소비자의 접촉은 불가피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간 접촉이 필요한 외부활동이 위축되면서 안경점을 찾는 발길도 줄었다. 이스트소프트와 자회사 딥아이는 증강현실(AR)앱과 오프라인 매장의 비전 인공지능(AI) 기술로 대면을 최소화하며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딥아이의 오프라인 매장 '라운즈 판교점'에서 김세민 딥아이 대표를 만나 O2O(온라인 투 오프라인) 안경 구매 서비스를 구현한 과정에 대해 들었다.

▲ 김세민 딥아이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라운즈 판교점에서 진행된 <블로터></div>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스트소프트)
▲ 김세민 딥아이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라운즈 판교점에서 진행된 <블로터>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스트소프트)
김 대표는 옛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에서 공장이나 빌딩의 에너지 흐름을 최적화하는 업무를 맡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평소 관심이 많던 안경 및 선글라스 사업을 시작했다. 2002년 창업에 뛰어든 그는 해외 명품 선글라스를 수입해 온라인으로 판매했다. 2012년에는 안경광학과에 다시 입학한 이후 안경사 국가고시까지 합격했다. 김 대표가 안경 판매 사업을 이어가던 2016년 이스트소프트가 협업을 제시했다.

비전 AI를 활용한 안면인식 기술을 보유했던 이스트소프트는 안경 사업을 함께 하기 위한 파트너를 찾고 있었다. 온라인 안경 판매 채널과 다양한 안경테의 크기 데이터를 보유한 김 대표의 회사는 이스트소프트의 협업 파트너로 제격이었다. 이스트소프트와 김 대표는 뜻을 같이 했고 결국 이스트소프트가 김 대표의 회사를 인수해 지금의 딥아이가 탄생했다.

이스트소프트의 AI와 딥아이의 온라인 안경 판매 채널 및 데이터가 만나자 시너지가 생기기 시작했다. '라운즈 앱'도 그 중 하나다.

AI와 AR이 접목된 라운즈는 얼굴에 안경테나 선글라스를 씌워보고 구매까지 할 수 있는 앱이다. 라운즈는 소비자들에게 AR을 통해 안경테나 선글라스를 착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성장했다. 딥아이는 라운즈의 성장에 힘입어 서울시 강남구에 이어 판교테크노밸리까지 2개의 오프라인 라운즈 매장도 열었다. 2017년 18억원이었던 딥아이의 매출은 그 다음해부터 매해 늘어 2020년 55억원까지 증가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를 덮치면서 딥아이의 오프라인 매장은 타격을 받았다. 딥아이의 매출 비중은 선글라스 80%, 안경 20%였는데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위축되면서 선글라스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 면세점 매출이 많았던 다른 선글라스 유통업체들도 줄줄이 도산했다.

▲ 라운즈앱을 통해 얼굴에 안경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습. (사진=라운즈앱 캡처)
▲ 라운즈앱을 통해 얼굴에 안경과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습. (사진=라운즈앱 캡처)
딥아이는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해법을 비대면에서 찾았다. 선글라스는 별도의 도수가 들어가지 않은 렌즈를 쓴다면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구매해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도수가 필요한 안경의 렌즈는 온라인으로 판매 및 구매를 할 수 없다. 검안과 렌즈 맞춤 작업은 안경사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경테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더라도 결국 렌즈까지 포함된 안경이 필요하다면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미 라운즈앱을 보유한 딥아이는 전국의 오프라인 안경원을 대상으로 파트너사를 찾았다. 라운즈앱에서 구매한 안경테를 갖고 인근의 라운즈 파트너 안경점으로 가면 검안 작업을 거쳐 렌즈 구매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한 O2O 서비스를 선보인 셈이다.

딥아이는 전국에 200여곳의 라운즈 파트너 안경원을 유치했다. 김 대표는 라운즈 파트너 안경원을 올해 중으로 300곳까지 늘릴 예정이다. 라운즈앱으로 안경테를 구매한 소비자가 안경원을 찾아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해 기존 안경원과 협업하는 모델을 만든 셈이다. 김 대표는 "이미 오픈마켓 등을 통해 안경테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은 상황"이라며 "O2O 서비스를 통해 기존 안경원들과 경쟁이 아닌 협력 관계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라운즈 파트너 안경원 중 일부 매장에는 '라운즈존'까지 설치해 라운즈의 프리미엄 안경테 브랜드인 '라운즈 앱솔루트' 안경테도 전시했다.

딥아이는 자체 오프라인 매장에는 방문객이 직원의 개입없이 안경테를 고를 수 있도록 한 '라운즈 미러'를 배치했다. 라운즈 미러는 라운즈 판교점에 10개 이상 설치됐다. 방문객이 안경테를 쓰면 라운즈 미러의 카메라와 AI가 얼굴과 안경테를 인식해 디스플레이에 해당 안경테의 가격이 표시된다. 라운즈 미러에서는 가격뿐만 아니라 안경테의 크기 수치와 라운즈앱에서 해당 안경테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후기까지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이스트소프트의 비전 AI와 딥아이의 안경테 관련 데이터가 만난 결과물이다. 라운즈 판교점 방문객은 이렇게 마음에 드는 안경테를 선택한 후 매장의 안경사를 통해 검안 작업을 거쳐 자신에게 맞는 렌즈까지 맞출 수 있다.

딥아이가 오프라인 판매 채널을 강화하는 동안 라운즈앱도 진화했다. 라운즈앱은 사용자의 얼굴 형태를 분석해 적합한 안경테를 추천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김 대표는 "라운즈앱을 설치한 소비자 중 안경테를 구매한 구매전환율은 2020년 성수기에 21%까지 늘었다"며 "앱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안경테를 추천받아 구매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렌즈까지 맞출 수 있는 O2O 서비스를 완성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해외 시장 개척에도 나설 방침이다. 필리핀의 안경 프렌차이즈 업체에서 라운즈앱을 도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김 대표는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왕래가 어렵지만 각국의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가 수그러들면 본격적인 해외 사업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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