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스]쿠팡, 여전히 불안한 현금흐름...적자‧흑자 롤러코스터

발행일 2021-05-14 14:15:37
숫자들(Numbers)로 기업과 경제, 기술을 해석해 보겠습니다. 숫자는 정보의 원천입니다. 정보는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고 숫자도 누구나 볼 수 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는 진실을 보는 눈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숫자 이야기를 <넘버스>로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쿠팡이 3월 11일 미국 뉴욕 맨하탄 타임스퀘어에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기념해 전광판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쿠팡이 지난 12일(미 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후 첫 분기 실적을 발표했죠. 올 1분기 매출액은 무려 42억달러(한화 4조7271억원)로 전년 대비 74%나 성장했습니다. 신규 고객도 늘고 고객이 쿠팡에서 쓰는 돈도 더 많이 늘어난 덕분이죠.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쿠팡의 최고재무책임자(CFO) 거라브 아난드(Gaurav Anand)는 “분기별 활성 고객이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1600만명을 기록했다”며 “고객당 매출도 44%가 늘었다”고 했습니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CFO.(출처=쿠팡 홈페이지.)


긍정적인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쿠팡의 미래를 의심케 하는 ‘대규모 손실’은 여전했습니다. 세전손실 규모는 2억9500만달러(약 33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0%나 늘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일회성 요인도 있었는데요. 임직원에게 주식으로 보상해주는 주식보상비용도 약 8700만달러(약 1000억원) 포함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를 제외하고 계산한다 하더라도 가까운 시일 내 흑자전환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쿠팡의 2021년 1분기 매출 및 영업손익 실적.(출처=미국증권거래위원회 전자공시 사이트 에드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매출을 늘리는 게 우선이고 그 과정에서 손실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것은 이해는 갑니다만, 어쨌든 대규모 손실이 지속되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쿠팡이 수익성에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신경을 쓸 수 없는 상황인 것인지는 알 수 없는 것이죠.

쿠팡이 워낙 대대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다 보니 사실 이번 실적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하긴 했습니다. 당연히 매출은 늘어날 테고 영업적자도 지속될 것으로 관측됐죠.

다만 한 가지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현금흐름인데요.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은 지난해 6700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세간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전년도 1800억 적자에서 갑작스레 엄청난 흑자를 냈기 때문이었죠. 흑자의 원인은 바로 ‘미지급금’과 ‘매입채무’였습니다. 간단히 말해, 줘야 할 돈을 주지 않은 덕분에 현금이 풍부했단 뜻이었죠. 결코 영업활동이 순탄하게 이뤄진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쿠팡의 2021년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표.(출처=미국증권거래위원회 전자공시 사이트 에드가)


그런데 올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도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위 표는 바로 미국의 전자공시시스템 에드가(EDGAR)에 공시된 쿠팡의 현금흐름표입니다. 가장 밑에 ‘Net cash (used in) provided by operating activities’는 우리나라 재무제표로 따지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크게 ‘Net loss(영업손실)’, ‘Adjustments to reconcile net loss to net cash (used in) provided by operating activities(현금의 유출 및 유입이 없는 비용 및 수익 등의 가산)’, ‘Change in operating assets and liabilities(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 등 세 가지 항목으로 나뉘는데요. 각 항목 밑에 들여쓰기 된 소항목들의 숫자를 모두 더하고 빼주면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최종 값이 나오게 됩니다.

올 1분기 쿠팡은 1억8335만달러(약 2070억원)의 영업활동 현금흐름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총 6700억원의 흑자를 낸 것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죠. 전년 동기 3억1472만달러(약 3600억원)과 비교해서도 크게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면 올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 적자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금흐름표를 보면 숫자가 가장 큰 폭으로 변화한 항목들이 보입니다. 우선 2억944만달러(약 2400억원)의 손실을 낸 항목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바로 ‘Inventories(재고자산)’입니다. 전년도 약 100억원 손실에서 규모가 20배 정도 늘어났습니다.

재고자산 항목의 현금흐름 적자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재고자산에 묶인 현금의 양이 많아졌다고 이해할 수 있는데요. 재고자산이 줄면 그만큼 재고로 쌓아뒀던 상품의 판매가 이뤄졌다는 뜻이고 현금도 그만큼 늘어나겠죠. 이와 반대로 생각하면 됩니다.

또 다른 항목은 ‘Accounts payable(매입채무)’입니다. 올 1분기 1억6653만달러(약 1900억원)을 기록해 전년 3억5327만달러(약 4000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매입채무는 아시다시피 상품을 미리 받고 결제는 하지 않은 금액을 뜻하죠. 지난해만 하더라도 갚아야 할 돈이 4000억원에 달했는데, 절반 정도 수준으로 채무를 줄이며 동시에 현금도 빠져나간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현금흐름은 상황에 따라 변동이 크게 일어나는 계정이긴 합니다만, 쿠팡의 경우 그 진폭이 과하게 크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도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씨티(Citi)의 존유(John Yu) 애널리스트는 “올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전년도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재고자산 증가와 순손실 탓으로 보이는데 이 이유는 무엇이냐”며 “혹시 로켓 프레시 등 사업에서 1P(쿠팡 직접 판매 제품)와 3P(3자가 쿠팡 플랫폼에서 소비자들에게 파는 상품)의 믹스 때문인 것은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쿠팡은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원론적인 대답을 할 뿐이었죠. 아난드 쿠팡 CFO는 “구조적으로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관련해 비즈니스의 기초 경제여건의 변화는 없다. 영업활동 현금흐름 적자는 주로 재고자산과 매입채무 탓에 발생했다”며 “가까운 미래에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재고자산과 매입채무가 어떤 이유로 이처럼 큰 폭의 변화를 보였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쿠팡은 이번 매출 실적에 상당히 뿌듯해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곧 현금흐름도 안정화되고 나아가 영업손익도 흑자로 돌아서길 기대해봅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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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짱
    우리나라짱 2021-05-14 21:02:59
    사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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