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른 삼성과 경쟁사의 현재 구도, 그리고 흔들리는 1등 삼성의 지위와 향후 과제를 짚어봤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불확실한 포지셔닝과 명확한 위치 정립은 삼성전자가 직면한 위기 요인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으로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지만 매출 기준으로는 애플이 1위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21.7%로 1위지만 매출 기준으로 보면 애플이 42%로 삼성전자(17.5%)를 압도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LG전자가 휴대폰 사업 철수를 선언한 가운데 갤럭시 A32와 A42를 잇달아 출시하며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더 주력하는 듯한 인상이다. 처음으로 갤럭시 A 언팩을 열고 갤럭시 A52와 A72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저가 휴대폰 시장은 샤오미·비보·오포 등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의 제조사들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시장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중저가폰 시장에서는 중국 제조사에게 밀리고 프리미엄폰 시장에서는 애플을 넘어서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모바일 사업 전략을 세우고 미래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는 인물은 고동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이다. 그는 IM(IT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부문을 이끌며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을 책임진다.

그런데 고동진 사장의 최근 행보를 보면 지나치게 실적 내는데 열중하는 것 같다는 인상이 짙다는 분석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 작고 이후 벌어지는 전문경영인들간 성과 경쟁으로도 볼 수 있고, 세그먼트별로 이뤄지는 휴대폰 시장의 경쟁 흐름을 '규모의 경제 경쟁'으로 오판한 데 따른 전략적 미스로도 분석되는 흐름이 있다.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이 지난 2019년 8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19에서 갤럭시 노트1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이 지난 2019년 8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19에서 갤럭시 노트10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눈길 끄는 전략 안보이는 휴대폰 사업...'성과 경쟁의 늪?'

삼성전자 IM부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을 하는 DS부문 다음으로 많은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는 사업 부문이다. 하지만 2020년 연간 실적에서 IM부문의 매출은 99조5900억원으로 최근 5년간 실적 중 처음으로 100조원을 밑돌았다.

스마트폰 시장은 5G 시장의 성장으로 2020년 13.0억대에서 2021년 14.7억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던 시장이다. 태블릿 시장은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원격수업과 재택근무의 확산에 따라 2019년 1.6억대에서 2020년 1.9억대까지 시장이 실제 확대됐다. 시장이 팽창하는 시기 기업의 실적이 정체됐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성장을 못하고 후퇴를 했던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우연의 일치인지,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공격적으로 중저가폰 시장에 새로운 기종을 선보이고 있다. 실적 돌파구가 잘 안보이자 프리미엄폰, 중저가폰 가리지 않고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오어낫씽(All or Nothing)' 전략을 펴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갤럭시 S21 조기 출시 전략에 대해서는 얼마나 고 사장이나 삼성전자가 실적을 내는 일에 급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회자된다. 갤럭시 S21 조기 출시 전략 덕에 IM부문은 올해 1분기에는 매출 29조2100억원, 영업이익 4조3900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하지만 이후가 없다. 갤럭시 S21을 조기출시하며 올해 하반기 실적을 끌어올릴 모멘트 카드 중 하나를 써버린 것이다.

IM부문의 또 다른 축인 네트워크 사업에서는 화웨이·에릭슨·노키아 등 선발 주자들을 추격해야 하는 입장에서 뚜렷한 전략이 잘 안보이는 사업이었다. 네트워크 사업은 통신 장비를 각국의 통신사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가장 큰 매출원이다. 통신사들은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에 쓰던 통신 장비를 잘 바꾸지 않는다. 때문에 세계 통신 장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선발 주자들을 추격하기가 쉽지 않다.

전세계 1위 통신 장비 기업 화웨이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노키아는 미국과 유럽에서 강세다. 에릭슨은 주로 각국의 1위 통신사들에게 장비를 공급하는 전략으로 장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국과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5G 장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이 높지 않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애플과 중국 사이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도 LG전자처럼 애매한 위치에 놓여있다"며 "프리미엄과 중저가를 모두 잡고 가기보다 한 쪽에 집중하는 확실한 포지셔닝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통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금 내고 있는 실적도 대단한 실적이다"며 "여기서 더 좋은 실적을 내기보다 어떻게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지 방향성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스마트워치와 각종 웨어러블 기기,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시장에서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모두 모바일 생태계의 한축을 담당하는 기기 및 서비스들이기 때문이다.

5G 스마트폰 주도·폴더블 시장 개척 인물

중요한 시기 어깨가 무거운 고 사장은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유럽연구소 소장, 무선사업부 개발실 개발관리팀장과 기술전략팀장, 개발실장을 거쳐 지난 2017년 10월 IM부문장에 오른 인물이다.

특히 '미스터 갤럭시'로 불리며 갤럭시 S의 탄생과 부흥을 이끈 신종균 전 IM부문장에 이어 IM부문장을 맡으며 갤럭시 S 시리즈의 명성을 이어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 사장이 고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전문경영인으로서 이루어놓은 성과는 적지 않다. 올해로 4년째 IM부문을 이끌며 지난 2019년 4월 한국이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는데 한 축을 담당했다. 삼성전자는 당시 세계 최초 5G 스마트폰 '갤럭시 S10 5G'를 출시하며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에게 공급해 한국에서 1호 가입자가 탄생하도록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 시리즈와 갤럭시A90 등으로 5G 스마트폰을 늘리며 5G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했다. 한국이 미국과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놓고 경쟁을 펼친 과정에서 고 사장은 완성도가 높은 5G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IM부문의 개발 역량을 집중했다. 경쟁자인 애플은 삼성전자보다 1년 이상 늦은 2020년 10월 아이폰12 시리즈를 통해 처음으로 5G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폴더블(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을 내놓으며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 것도 고 사장의 공로로 꼽힌다. 애플뿐만 아니라 중국 제조사들도 뛰어들며 스마트폰의 사양은 상향 평준화되며 소비자들은 큰 차별점을 느끼지 못했다.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갤럭시 Z 폴드' 시리즈와 '갤럭시 Z 플립'을 통해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했다. 그는 지난 2019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2019에서 유영민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현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나 "5G와 인공지능(AI) 시대는 새로운 모바일 경험을 제공하는 터닝포인트"라며 "5G 시대에는 졸면 죽을 수 있으며 정신을 바짝 차려 진정한 1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하드웨어 역량은 강하지만 소프트웨어(SW)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고 사장은 AI 비서 서비스 '빅스비'와 간편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를 통해 그나마 SW 경쟁력도 조금 키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2017년 빅스비를 개발한 비브랩스를 인수해 이듬해 갤럭시S8에 빅스비를 처음으로 탑재했다.

갤럭시노트7 단종·갤럭시 Z 폴드 결함 논란…브랜드 위상 추락

그러나 약점도 존재한다. 갤럭시노트7은 고 사장에게 잊을 수 없는 아픈 손가락이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뉴욕에서 언팩 행사를 열고 갤럭시노트7을 공개했다. 갤럭시노트7은 노트 시리즈 중 처음으로 IP68의 방수·방진 기능을 갖췄고 엣지 디스플레이도 탑재하며 미디어와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2016년 8월 출시 초반 일부 소비자들이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가 폭발했다고 주장했고 국내·외에서 유사한 발화 사례가 이어졌다.

결국 고 사장은 출시 한 달만인 9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판매를 중단하고 기존에 판매된 갤럭시노트7을 회수해 신제품으로 교환해주는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배터리 결함을 해결했다며 갤럭시노트7을 다시 출시했지만 또 다시 폭발 사례가 이어지자 2016년 10월 완전한 단종을 선언했다. 당시 일부 항공사들은 갤럭시노트7의 기내반입을 금지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갤럭시노트 시리즈에 대한 브랜드 위상이 추락했다. IM부문의 무선사업부장을 맡으며 갤럭시노트7의 개발과 출시를 이끌었던 고 사장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고 사장은 당시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제품을 아껴주시는 소비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며 "품질 프로세스를 확실하게 잡겠다"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 사태로 2016년말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교체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재신임됐다. 이후 고 사장은 후속작인 갤럭시 S8과 갤럭시노트8을 흥행시켰으며 2017년 10월부터 IM부문장을 맡았다.

하지만 폴더블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내놓은 첫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도 결함 논란에 휩싸였다. 삼성전자는 2019년 MWC2019에서 갤럭시 Z 폴드를 공개했지만 화면을 접는 부분인 힌지(경첩) 부분에서 결함이 발견돼 출시를 미루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후 갤럭시 Z 폴드2까지 출시하며 중간에 접히는 부분의 주름을 개선했지만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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